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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해운사 사이클 점검]중국에 강한 장금상선, 팬데믹 수혜 극대화④'급성장' 배경은 중국·아시아 집중…팬데믹 전보다 탄탄해진 '내실'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23 08:16:15

[편집자주]

외부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이 어디 있겠느냐만 해운업은 특히 파고에 크게 휩쓸리는 업종이다. 호황기와 불황기라는 거대한 사이클 속 유가 흐름과 국제 정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해운사의 명운은 호황기에 얼마나 곳간을 쌓고 불황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 선제 대응은 기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중견 해운사들이 불황기 대응에 더 고심하는 이유다. 해운업 불황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 더벨이 중견 해운사들의 현황과 사이클 대응 방안, 앞으로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금상선의 현재를 한 눈에 보여주는 지표는 14조원을 넘는 공정자산총액이다. 장금상선은 해운사 그룹 중 사실상 유일하게 지난해 공정자산총액을 늘렸다. 국내 최대 선사인 HMM도, 약 40년간 흑자를 기록했던 고려해운의 지주사 고려HC도 이 기간 자산총액을 줄였다.

더 눈여겨볼 만한 것은 점프업 속도다. 2020년 처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고 2023년 발표에서 당시 기준 10조원 이상이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들었다. 자산총액이 빠르게 불어난 건 탄탄하게 이어진 영업실적과 걸맞는 선박 투자와 인수합병(M&A) 덕분이다.

장금상선은 해운 업황이 크게 꺾인 지난해에도 수천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한 선사다. 불황기에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했고 선사의 규모도 키웠다. 어려운 시기 흑자와 선제 투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데에는 장금상선만의 특장점이 유효했다. 우선 중국에 강하다.

◇중국에 강한 장금상선, 펜데믹 수혜도 극대화

장금상선의 무기는 모태부터 이어진 중국과의 끈끈함이다. 1989년 한국 동남아해운·중국 시노트란스의 50대50 출자로 한중 합작회사로 출범한 장금상선은 양국 수교 전부터 정기 컨테이너선 서비스를 개시했다.


전문경영인이던 정태순 회장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국적선사가 됐다. 하지만 정 회장도 중국에 잔뼈가 굵었던 인물로 중국과의 유대를 이어갔다. 한~중 항로 부문에서는 국내 시장점유율 선두다. 국내 최초로 평택, 중국 상하이, 웨이하이, 난징, 톈진을 잇는 노선을 구축하며 한때 한~중 노선의 70%를 장악했다.

지금도 장금상선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서비스 항로를 장거리로 넓히기 보다는 아시아에 몰두해 왔다. 인트라 아시아, 서남아, 한~러, 한~일, 한~중 노선을 서비스하고 있다.

펜데믹 기간 중국 노선의 피해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20년 상반기까지는 일시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항로에 타격이 있었다. 특히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 중국이 멈추며 아시아~중국 물동량이 크게 줄기도 했다. 때문에 근거리 항로가 주력인 국내 중견 해운사들은 매출의 80%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아시아 항로는 유럽·미국 등 장거리 항로 대비 회복이 빨랐다. 물동량이 회복된 이후에는 해상운임이 뛰면서 오히려 코로나19 수혜를 입었다. 2020년 4월 818까지 하락했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평균 3410까지 급증했다. 장금상선의 자산규모 확대도 이 시기 이뤄졌다.


◇불황기 초입에도 흑자, 펜데믹 전보다도 성장한 스코어

장금상선은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것만으로도 해운업계에서 선방한 선사다. 이 기간 글로벌 대형 해운사와 국내 중견 우량사를 막론하고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과를 냈다. 펜데믹 특수가 워낙 좋은 실적으로 이어졌다보니 낙폭도 컸다.

반면 장금상선은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실적으로 34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으로도 147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연결기준 3조800억원대, 별도기준 1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펜데믹 이전의 스코어와 비교하면 2023년의 성과가 더 좋다. 이 기간 펜데믹 특수로만 수혜를 본 게 아니라 내실을 다져왔다는 의미다. 장금상선의 펜데믹 수혜 전 별도 영업이익은 2020년 807억원이다. 지난 10년간 영업이익은 등락은 있었지만 음수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와 2020년 말의 성과를 비교하면 대부분의 선사의 전년 실적이 2020년 말보다 낮았다. 2020년 하반기부터 해상 운임 상승 효과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HMM은 2020년 말 영업이익 9807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5850억원으로 집계됐다. 고려해운은 2020년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 영업이익은 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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