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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영업이익률 떨어진 KCC글라스, 인니 공장 반등카드 될까주가 3년만에 반토막…건설·자동차 업황 개선 주목

황원지 기자공개 2024-05-27 13:12:2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14: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KCC글라스는 3년만에 주가가 50% 가까이 빠진 기업입니다. 2021년 하반기 코로나19 이후 반등하는 장세에 건자재 기업들이 주목받으며 KCC글라스도 한때 8만원대를 터치했습니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은 2022년 초 5만원대로 급락했죠. 2022년 금리인상과 함께 주가가 빠지면서 재작년 4만원대로 내려왔습니다.

KCC글라스의 3년 주가 추이

지난해 초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잠시 반등하기도 했죠. 유리는 제조과정에서 약 1600도 고온의 용융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료가격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원자재가 하락하면 그만큼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커집니다. 이를 반영하듯 KCC글라스 주가는 한때 4만원대 후반까지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다시 주가도 내려앉았죠. 타사 대비 재고회전율이 낮아 시장 가격을 빠르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당시 4만원대 초반까지 빠졌던 주가는 아직 횡보중입니다. 이어진 부동산 건설 경기 침체에 유리 수요가 줄면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밸류업 훈풍도 소용없는 모습입니다. 올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가치주들이 주목받았습니다. 가치주로 분류되는 KCC글라스도 올해 2월 3만8000원에서 4만3000원대로 잠시 회복했지만, 한달도 되지 않아 다시 4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밸류업 바람에 올라타기엔 실적이 받쳐주지 못했습니다.

◇Industry & Event

KCC글라스는 KCC 유리사업부가 모태입니다. 2020년 1월 KCC에서 유리와 인테리어 사업을 분할해 설립됐습니다. 분할 직후인 2020년 1분기 기준 유리사업부와 인테리어 사업부가 각각 매출의 60%, 40%를 차지했습니다. 이때까지 KCC글라스의 유리사업은 건축용 판유리와 코팅유리가 주력이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코리아오토글라스(KAC)를 합병해 자동차용 유리로 사업을 수평 확장했습니다. 자동차 안전유리 제조 및 판매사 KAC는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이 최대주주(25%)이면서 KCC글라스가 2대주주로 1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회사입니다. KAC를 KCC글라스로 완전히 합병하면서 정몽익 회장 산하 전체 유리사업을 일원화 했습니다.

덕분에 건설경기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습니다. 건축용 유리는 건설경기 영향을 많이 타지만, 자동차 유리사업은 그렇지 않죠. 덕분에 전체 수익성을 방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2020년 4200억원 수준이었던 유리사업부문 매출은 합병 이듬해 바로 7900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매출처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대부분(약 80%)으로 채권 회수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었죠.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인테리어도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 왔습니다. 2022년 친환경 플라스틱 제조기업 코마글로벌을 인수 및 합병했고, KC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한벽지를 인수했죠. 이외에도 KAC가 영위하고 있던 콘크리트 파일 사업도 수익성을 보완하는 한 축입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인테리어 및 유통과 콘크리트 파일 사업은 각각 매출의 약 38%, 3%를 차지했습니다.


재무 측면에서는 2021년 인도네시아 진출이 기점입니다. KCC글라스는 2021년 12월 583억원을 출자해 현지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겨냥해 44만톤 규모의 판유리 생산공장을 현지에 구축하기로 했죠. 이때 차입금을 크게 늘리면서 부채비율도 높아집니다. 2021년 1700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2022년 말 4000억원까지 증가합니다. 이전까지 30%대를 유지하던 부채비율도 53.2%까지 올라갔지만 재무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Market View

1년 반 넘게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건 이익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KCC글라스의 영업이익률은 출범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입니다. 2021년 13.6%였던 영업이익률은 매년 8.3%, 5.7%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5.3%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커지고 있지만 손에 남는 건 점점 없어지는 거죠.

KCC글라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생산원가가 낮아져야 합니다. 또한 동시에 국내 및 글로벌 건설경기가 개선돼 판유리 단가가 올라야 하죠. 안전유리를 사용하는 신차 라인업 확대도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시장 상황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유리의 주 원재료 중 하나인 소다회(탄산나트륨) 가격이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로 2022년 급등했습니다. 동시에 안전유리에 사용하는 필름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됐습니다. 또한 유리를 용해할 때 필요한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익률이 더욱 떨어졌죠.

반면 유리 판매 단가는 떨어졌습니다. 2021년까지 높았던 판유리 가격은 글로벌 건설경기 악화로 하방 압력이 강해졌습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죠. 가격이 낮은 말레이시아, 중국산 판유리가 들어오면서 경쟁이 심화돼 국내 판유리 판매 단가도 떨어졌습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내수 판유리 판매 단가는 kg당 654원으로 고점 대비 3.1% 가량 하락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금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과 유리 판매 가격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탄산나트륨과 리튬 가격 등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생산원가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리 인하에 따라 글로벌 건축 경기가 회복되면 수입산 판유리 판매 단가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올해 4분기 상업생산을 시작할 인도네시아 공장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인도네시아 판유리 제조공장은 올해 7월 시범운전을 시작해 올해 수율 조정을 거쳐 2025년 완전히 가동할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에 따른 건축 수요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영증권은 4월 발간한 리포트에서 인도네시아 생산 공장에 대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금리 인하로 글로벌 건축경기가 회복된다면 매출 및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용 안전유리 매출 비중 확대도 기대되는 점 중 하나입니다. 고객사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4조원을 투입해 전기차 톱3에 진입할 계획입니다. 전기차는 차음과 경량 기능이 우수한 유리 탑재 비중이 높습니다. KCC글라스 입장에서는 고부가가치 유리를 납품할 기회가 커지는 셈이죠.

◇Keyman & Comments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KCC글라스는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차남 정몽익 회장이 최대주주입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2세 승계 과정에서 잡음을 줄이기 위해 생전에 정몽진·몽익·몽열 삼형제에게 사업을 나눠줬습니다. KCC는 정몽진 회장에게, KCC글라스는 정몽익 회장에게, KCC건설은 정몽열 회장에게 물려줬죠. 이 과정에서 KCC에서 유리사업부가 인적분할하면서 KCC글라스가 설립됐습니다.

2020년 출범 당시에는 정몽진 KCC회장의 지분율(18.4%)가 정몽익 회장(8.8%)보다 높았지만 본인의 지분율이 25%에 달했던 KAC를 합병하면서 KCC글라스 지분율을 19.49%까지 끌어올려 경영권을 확고히 했습니다. KAC 지분이 없던 정몽진 회장의 지분율은 8.56%로 희석된 상태입니다. 이후 장내매수 및 상속을 통해 지분을 늘려 현재 정몽익 회장의 지분율은 26.6%에 달합니다.

지분을 정리하던 시기인 2020년부터 작년까지 정몽익 회장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김내환 사장에게 대표를 맡겨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김 사장은 KCC에서 생산, 회계지원 임원을 맡다 KAC 관리담당 임원을 지냈던 인물입니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 회사 경영에 참여해 왔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수익성이 흔들리면서 지난해 8월 정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에 취임했습니다. 김 사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2개월간 유지하다가 10월 정 회장 단독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경영을 직접 돌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정 회장은 현재 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리 제조업과 인테리어 유통업을 넘어 신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M&A도 고려중입니다. 지난해 PI필름 제조업체 PI첨단소재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도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편 회사 측에서는 실적 개선을 통한 주가 부양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KCC글라스 관계자는 “주가는 건축 및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영향이 크다”고 말하면서도 “향후 바닥재 및 필름 등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 개척과 함께 고단열, 기능성 유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에 따른 실적 개선도 언급했습니다. 앞선 관계자는 “올해 4분기에는 첫 해외 유리 생산 공장인 인도네시아 공장이 가동될 예정으로 이 또한 매출 및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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