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거버넌스]IPO 후 주주 지형도 변화, 실적에 울고 웃는 투자자들⑦차익실현 대주주 엑시트…새 주주들, 흑자전환 '투자 재료' 삼아 진입
김현정 기자공개 2024-06-04 08:24:47
[편집자주]
신생기업의 다양한 거버넌스 출현을 얘기할 때마다 쿠팡이 거론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미국법인 지주회사, 차등의결권을 통한 창업주의 지배력 확보 등 지배구조 구축의 발자취마다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녔다. 이번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공정거래법상 총수 미지정을 계기로 쿠팡 거버넌스의 형태와 주주구성 및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14: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의 기업공개(IPO)를 기다려온 대형 투자자들은 보호예수가 풀리자마자 차익실현에 나섰다.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투자가 수조원의 결실로 돌아왔다.여러 투자자들이 쿠팡의 대주주 지위를 반납한 대신 또 새 투자자들이 판에 들어왔다. 상장 후에도 지속된 쿠팡의 적자는 주가하락 리스크로 이어졌지만 이를 반대의 시각에서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이에 따라 3년 간 쿠팡의 주주 대열엔 크고 작은 변동이 있었다. 올 들어 쿠팡이 14년 만에 첫 연간흑자 소식을 기점으로 주가가 반등하자 낙관론을 품고 쿠팡에 들어온 투자자들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주주 지각변동...'차익실현' 대주주 엑시트 VS '추가성장 기대' 새 주주 진입
쿠팡은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조달 받은 4조원 넘는 돈을 사업에 썼지만 자금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됐다.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몸집이 불어나고 매출도 상당했으나 적자가 지속한 탓이었다. 특히 2018년엔 연간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섰다.
쿠팡은 오랜 시간 염두에 두던 IPO라는 카드를 빼들었고 2021년 3월 이를 현실화했다. 상장에 성공하면서 쿠팡은 단숨에 45억5000만달러(약 5조1678억원)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수년간 쿠팡을 굳건히 지탱해오던 주요 주주들도 상장 후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였다. 2021년 8월 보호예수가 풀리고선 여러 대주주들이 지분을 뺐고 잭팟을 누렸다. 쿠팡의 2대 주주였던 그린옥스캐피탈은 2021년부터 2022년 3월까지 총 5차례 지분을 매각해 6조원 상당을 회수했다. 최대주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락업 이후 올 4월까지 4차례에 거쳐 쿠팡 지분을 팔았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거의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거둬들이고도 아직 지분이 21%나 남아있어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에 있다.
IPO 직후 기관투자자로는 3대 주주였던 매버릭캐피탈의 경우 당시 지분율이 7.2%에서 현재 3.4%로 축소했다. 매버릭캐피탈 역시 보호예수 이후 연달아 지분을 대거 팔았다. 올 4월엔 매버릭캐피탈이 매각한 1억7790만달러(2400억원)어치의 주식을 쿠팡이 직접 사들여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초기 투자자의 엑시트를 위해 쿠팡이 자사주로 인수해준 형태였다.
대주주들의 엑시트 소식은 쿠팡 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쿠팡 주가는 상장 직후 공모가 35달러에서 69달러까지 오른 적도 있었으나 두 달 만에 공모가까지 내려왔고 이후 수년 동안 줄곧 하락세를 그렸다. 여기에 IPO 후에도 줄곧 이어지는 쿠팡의 적자 행보가 주주들에게 불안감으로 자리했다. 쿠팡은 2021년에도 1조8000억원 규모의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내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흑전 기대감 '투자 재료', 3년간 주가 부침에 손절매 투자자도
다만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쿠팡의 흑자전환이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단 얘기였다. 쿠팡의 오랜 주요 주주 베일리기포드와 모건스탠리는 2022년 쿠팡의 주가가 낮은 시점에 쿠팡 주식을 대거 추가로 사들였다. 대형 자산운용사 티로우프라이스, 캐피탈인터내셔널도 이 시기 쿠팡 주식 매집에 나섰다. 쿠팡이 오랜 기간 지속된 적자 늪을 벗어나 바닥 다지기를 일단락했다는 분석이 바탕이 됐다. 이들 당시 지분을 바탕으로 모두 현재 쿠팡의 2~5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꾸준히 쿠팡 주식을 사들인 큰 손이었다. 기존 쿠팡 주주였던 블랙록은 흑자전환 기대감을 재료 삼아 2022년 4분기 쿠팡 주식 1억1981만달러(약 1557억원)어치를 추가로 매입했다. 작년 3분기에도 쿠팡 주식 3억9500만달러(약 53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블랙록의 경우 현재 지분율 1.8%로 주요 주주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상장 이후 낙관론을 안고 쿠팡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가 대표적이다. PIF는 소프트뱅크와 함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조성한 곳으로 비전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넣은 투자자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로 대박을 치자 PIF는 쿠팡 상장 뒤 따로 직접 투자에 나섰다. 2021년 1분기 하필 고점일 때 1억3000만달러(1600억원)가량의 쿠팡 주식을 산 탓에 손실만 입고 올 1분기 전량을 매도했다. 매도가액은 5400만달러(700억원)가량 정도로 7600만달러(900억원)가량 지분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추산됐다.
주가가 한창 떨어질 무렵인 2021년 4분기에 쿠팡 주식을 샀다가 지분가치가 반토막이 난 MIT도 있다. MIT는 2022년 연간 실적발표를 앞두고 쿠팡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그 후로도 저가 매수로 지분을 수차례 계속 늘렸으나 쿠팡 주가가 계속 밀리면서 손실 폭이 자꾸만 확대됐다. 2023년 2월 매입이 마지막 물타기였다. 현재 쿠팡의 9대 주주로 남아있다.
다만 올 2월부터 쿠팡 주가가 반등을 시작해 투자자들의 지분가치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월 28일 '14년 만의 첫 연간흑자'를 발표했다. 주가도 덩달아 3년간의 긴 잠행을 끊고 부상하는 모습이다. 출혈을 감수하고도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은 노력이 고객이 다시 쿠팡을 찾는 선순환 구조로 돌아왔다는 평이 많다. 다만 쿠팡은 올 1분기 들어 7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가라앉은 상태다.
현재 쿠팡의 주요 주주로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1.67%) △베일리기포드(10.45%) △모건스탠리(5.41%) △티로우프라이스(4.89%) △캐피탈인터내셔널(3.4%) △매버릭캐피탈(3.36%) △WCM인베스트먼트(2.78%) △블랙록(1.8%) △MIT(1.78%)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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