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거버넌스]김범석 외 전원 사외이사…이사회 중심 경영 가능한가②사외이사 비중↑, 수석사외이사·지배구조위원회 설치…독립성 외형 구축
김현정 기자공개 2024-05-21 08:12:26
[편집자주]
신생기업의 다양한 거버넌스 출현을 얘기할 때마다 쿠팡이 거론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미국법인 지주회사, 차등의결권을 통한 창업주의 지배력 확보 등 지배구조 구축의 발자취마다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녔다. 이번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공정거래법상 총수 미지정을 계기로 쿠팡 거버넌스의 형태와 주주구성 및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11:5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Inc는 기업공개 전후 미국 NYSE 지침에 발맞춰 이사회 구성 및 기능에 많은 변화를 줬다. 사내이사가 절반이었던 쿠팡Inc는 IPO 후 3년 동안 전체 이사 수를 줄이고 사외이사를 크게 늘렸다. 현재 김범석 쿠팡Inc 의장 외에 다른 이사들은 모두 사외이사들로 구성돼있다.쿠팡은 일관되게 김 의장이 대표이사(CEO)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정책을 유지한다. 쿠팡도 해당 구조를 놓고 김 의장을 '비독립적 의장'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대신 수석사외이사를 두며 이를 보완했다. 수석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외이사 소집 권한, 필요할 경우 대주주와의 협의 권한 등이 주어져 이사회 의장을 견제할 수 있다. NYSE 규제에 따라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기본적 장치는 마련해놓고 있는 셈이다.
◇사내이사 비중 높았던 과거 쿠팡Inc, IPO 성공 위한 '원팀' 색채
IPO를 하기 전 쿠팡Inc의 과거 이사회 구성원을 살펴보면 사내이사 비중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총 이사 12명 가운데 사내이사가 6명을 차지하고 기타비상무이사가 4명, 사외이사가 2명에 불과했다. 사내이사의 경우 쿠팡 미국법인인 쿠팡Inc 임원들과 한국법인인 한국 쿠팡 임원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지주사와 한국의 메인 사업체가 분리돼있지 않고 혼재돼있는 모습이다.
기타비상무이사의 경우 쿠팡에 투자한 주요 글로벌 투자사들의 추천 인물들이 차지했다. 닐 메타와 매튜 크리스텐슨은 각각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의 설립자와 로즈파크의 공동설립자(CEO)다. 벤자민 선은 전문 엔젤투자자인 프라이머리벤처파트너스의 파트너다. 리디아제트 역시 쿠팡의 주요 투자자이자 지배주주였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측 인사다.
사외이사는 IPO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외부 인사로 구성됐었다. 경영고문의 성격이 컸다. 케빈 워시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해리 유의 경우 상장을 추진하기 바로 직전인 2021년 1월에 이사회에 합류했다. 모바일 게임과 인공지능(AI) 등을 다루는 GTY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다. 액센츄어 CFO, 모건 스탠리 임원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다양한 인수합병 경험은 물론 기술 기반 기업의 재무 및 회계관리에 능한 인물이라는 점에 상장 직전 서둘러 영입했다.
이사회를 살펴보면 멤버 구성에 있어 딱히 독립성이나 경영진 감시·감독 기능이 돋보이진 않는다. 당시 쿠팡의 IPO 성공을 위해 똘똘 뭉친 ‘원팀’ 같은 느낌이라는 평이 많았다.
◇사외이사 증가, 수석사외이사 설치→독립성 보완 장치
IPO 이후 3년이 흐른 지금은 이사회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는 평이다. NYSE는 2002년 SOX법 제정에 따라 상장회사에 엄격한 지배구조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그 첫번째는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은 사외이사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사내이사를 크게 줄이면서 전체 이사회 규모는 축소했고 반면 사외이사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우선 쿠팡Inc의 사내이사는 김 의장 단 한 명 뿐이다. 한국 쿠팡 임원들은 IPO 직후 쿠팡Inc 이사회에서 물러났으며 쿠팡Inc의 CFO인 거라브 아난드 역시 더 이상 이사회에 참여하진 않는다. 비상 체제가 끝난 뒤 각자 본업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사외이사들은 사업적 조언이 가능하고 쿠팡의 경영을 폭넓은 시각에서 감시·감독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꾸려져있다. 2022년 4월 영입된 제이슨 차일드와 2023년 3월 합류한 엠버린 투바시는 재무전문가로 꼽히고 2022년 3월 쿠팡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린 페드로 프란체스키는 핀테크 전문가로 불린다.
쿠팡은 NYSE의 상장회사 지침에 따라 지배구조위원회를 두고 있다.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해당 위원회는 매해 김 의장을 포함한 이사들의 독립성을 검토하고 혹시 독립성이 훼손된 경우가 있으면 이를 즉각 이사회에 알린다. 예를 들면 지배구조위원회는 2023년 제이슨 차일드 사외이사가 쿠팡과 거래를 한 조직에 고용된 것으로 간주했다. 다만 지난 3개 회계연도 동안 쿠팡 또는 해당 조직이 받은 금액이 100만 달러 또는 쿠팡 또는 해당 조직의 연결 총수익의 1%를 초과하지 않은 만큼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이 밖에 '수석 사외이사'라는 장치 역시 김 의장의 견제 수단으로 작용한다. 수석 사외이사는 IPO 이후 닐 메타가 줄곧 맡고 있다.
쿠팡은 김 의장이 CEO와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겸직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한다. 쿠팡 거버넌스 가이드라인엔 이사회가 쿠팡 창립에서의 김 회장의 역할, 쿠팡 사업에 대한 그의 폭넓은 비전 등을 고려했을 때 그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게 회사와 주주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바라봤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이런 리더십 구조가 효과적이며 오히려 이사회 능력을 제고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의장을 놓고 ‘독립적인 의장’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수석 사외이사를 지정해 이를 보완토록 했다. 수석 사외이사는 △CEO와 협력해 이사회 회의 일정 및 의제를 개발하고 △이사회에 제공되는 정보의 질, 양, 적시성에 대한 피드백을 CEO에게 주며 △의장 불참 시 이사회 회의를 주재하도록 했다. 또한 △적절한 때에 필요하다면 사외이사 회의를 소집하고 △요청이 있을 시 적절하다면 대주주와 협의도 한다.
물론 이렇듯 쿠팡엔 이사회 독립성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이 갖춰져 있음에도 김 의장의 절대적 권력을 견제하기엔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창업자이자 CEO인 김 의장은 유일하게 29배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B Class 주식으로 지분을 보유 중이며 76.5%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한국 쿠팡 지분 100%를 가진 미국 쿠팡 Inc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국내 쿠팡의 여러 사업에 대한 그의 영향력 역시 막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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