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농협 지배구조 진단]'시중' 아닌 '특수'은행…금융 지배 놓지 못하는 까닭②지원사업비·배당금 금융사업이 압도적…은행 자금지원 필수
이기욱 기자공개 2024-05-28 12:26:20
[편집자주]
농협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NH농협투자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작된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 이슈가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검사로까지 이어졌다. 농협금융지주를 넘어 전 농협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 개입도 문제시되고 있다. 배임, 외환 송금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지배구조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농협 주요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12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농협 지배구조 관련 최대 논쟁거리는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이다.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10년 이상 지났음에도 중앙회가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수익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한·미 FTA 체결 이후 농협은 금융사업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기반으로 경제 사업과 각 단위 조합을 지원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지역 조합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지속되는 한 농협중앙회가 금융 계열사에 대한 지배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농협금융, 최근 5년 지원사업비 2조…경제지주와 10배 차이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농협의 명칭을 사용하는 영리법인에 대해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 2.5% 범위에서 농업지원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다. 중앙회는 이 사업비를 회원(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지원 및 지도 사업 수행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 모두 '농협'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비를 중앙회에 지급한다. 하지만 그 2지주 체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그 규모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는 4927억원을 기록했다. 농협경제는 474억원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5년간 사업비 역시 2조2309억원과 2233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농협금융 내 계열사인 농협은행(1조5747억원)의 사업비만 따져도 농협경제보다 7배 많다.
배당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농협경제는 농협중앙회에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농협금융은 7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2022년 역시 농협경제는 0원, 농협금융은 675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순익 자체가 농협금융 2조5419억원과 농협경제 158억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농협금융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농협경제와 단위 농협을 지탱하고 있는 구조다.
◇정부 직접지원 제한, 은행업으로 보완…특수관계자 신용공여, 이사회 의결 사항
이러한 구도는 농협금융의 출범 단계부터 정해진 수순이었다. 한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농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이 제한됐고 한·미 FTA 체결 이후 농민들의 소득이 더욱 줄어들었다. 이에 정부는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은행업을 농협에 허용해줌으로써 이를 보완했다.
농협금융의 역할을 직접적인 수익 창출에 그치지 않는다. 농협경제 및 산하 계열사에 대한 금융지원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농협법 제161조의 11 3항은 농협은행이 특수은행으로서 조합과 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및 그 자회사의 특정 사업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산물 및 축산물의 생산·유통·판매를 위해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자금 △조합, 농협경제지주 및 그 자회사의 경제사업 활성화에 필요한 자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말 농협은행의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농협은행이 농협경제지주에 제공하고 있는 대출은 총 2조795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년 동안에만 6464억원의 자금대여가 신규로 이뤄졌다. 반면 회수는 1460억원에 그쳤다. 5년전인 2019년말(6552억원)과 비교하면 채권 규모가 4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지주 뿐만 아니라 산하 비금융 계열사들에게도 적지 않은 자금지원을 해주고 있다. 농협경제 외 농협네트웍스, 농협정보시스템,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케미컬, NH농협무역 등 20여개 관계사에 대한 채권 역시 총 1조2689억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에서만 총 4조원 이상의 자금을 경제지주 및 관계 회사들에게 지원 중이다. 지급보증 등 신용공여와 단위 농협에 대한 대출 등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그밖에 일반 기업 대출 중 농업 기업에 대한 대출도 3조2415억원 실행 중이다. 이는 4대 시중은행의 농업 대출 합(1조2446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러한 역할들을 고려할때 앞으로도 중앙회가 농협금융에 대한 지배력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승인과 적정성 검토 등이 모두 이사회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농협 측 인사가 금융사의 비상임 이사로 참여해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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