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Talk]편집증의 혼란함, 영화 <설계자>이요섭 감독 "진실 도달의 어려움 말하고 싶었다"…NEW 투자배급, 헬리오스PE·산은캐피탈 참여
고진영 기자공개 2024-05-27 08:13:35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막의 고독>을 쓴 에드워드 애비는 미국의 대표적인 생태주의 작가다. 극렬한 아나키스트로 유명한데 '편집증 없는 사람은 전부 미친 사람'이라며 그가 했던 말이 있다. "사실 내 적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 하지만 그게 바로 내가 편집증에 걸려 있는 이유야." 웬 궤변인가 싶지만 한 편으론 그럴듯하다.영화 <설계자>는 범죄 스릴러의 전형적 공식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다. 총 든 추격전이나 주먹질이 등장하지 않고 인물들의 대립도 다소 정적으로 전개된다. 극 전반에 깔린 불안,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끌고가는 줄기는 주인공 영일(강동원)의 편집증적 의심이다.
살인을 청부받아 사고사로 조작하는 영일. 그의 음모론엔 근거가 있다. 오프닝 시퀀스의 '사고'를 제외하면 영화는 사건들의 어디까지가 우연이고 어디부터 의도인지 뚜렷이 보여주지 않는다. 믿었던 팀의 배신, 그리고 또다른 설계자 '청소부'의 존재를 의심하는 영일 역시 관객처럼 혼란에 빠져 있다.
영일의 편집증은 나레이션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시되지만 결말은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진실이 뭐라는 얘긴지, 영일의 적은 누구였을까. 이런 확신없음이야말로 영화 <설계자>가 서 있는 기반이다.
2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설계자>의 언론시사회에는 영화를 연출한 이요섭 감독과 출연 배우(강동원, 이미숙, 이현욱, 정은채, 탕준상)들이 참석했다.
이요섭 감독은 영화에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누구나 알고 싶은 진실이 있을텐데 진실을 찾기는 아주 힘들고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선 남을 의심하거나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을 찾고자 하는 주인공의 혼란을 장르적 틀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진실을 파헤치면서 느낄 수 있는 무기력감이나 분노는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순간"이라며 "장르 안에서 일반 관객, 설계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매개체로 만든 피상적인 존재가 청소부"라고 덧붙였다.
조연 캐릭터들 중에선 재키(이미숙)와 월천(이현욱)이 돋보인다. 노련한 베테랑처럼 보이던 재키는 팀에서 가장 느슨한 실밥이다. 월천은 트랜스젠더로 등장하지만 이 설정을 지나치게 휘두르지 않는다.
이미숙은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힘든 작업은 캐릭터에 대해 단시간 내에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재키가 살아왔던 서사를 극에서 길게 표현할 수 없으니 흐트러진 머리, 노메이크업 등 외모를 통해 집약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설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영화사 집'의 신작이다. 2009년 개봉했던 홍콩영화 <액시던트>를 리메이크했다. 투입된 순 제작비는 101억원으로 알려졌다. P&A(배급·마케팅) 비용을 약 30억원 잡고 예비비 3억원 등을 합쳤을 때 예산은 134억원 수준.
여기에 해외 판권 판매를 포함하면 손익분기점(BEP)은 200만명대로 추산된다. <설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 홍콩 필마트를 비롯해 이달 열린 칸 영화제 마켓에 참석하면서 해외 세일즈를 진행해 왔다.
현재 41개국에 선판매됐다. 일본, 대만, 태국, 몽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홍콩, 인도, 구소련, 발틱, 동티모르 등에서 개봉을 확정한 상태다.
투자배급은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맡았다. 메인투자자인 NEW 외에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 산은캐피탈 등이 영화에 공동투자했다. NEW는 <설계자>를 시작으로 6월 <핸섬 가이즈>, 8월 <행복한 나라>를 연이어 공개할 계획이다. <설계자>는 5월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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