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사무실 확충 및 투자목적의 부동산 매입."본업이 힘을 쓰지 못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현금이 10억원도 없는 한 코스닥 상장사가 갑작스럽게 270억원이나 되는 부동산을 매입하겠다고 나섰다. 상황과 맞지 않는 조금은 이상한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태양광 인버터 전문 기업 캐리(옛 윌링스)의 이야기다. 캐리는 2022년 안강순 전 대표가 제이스코홀딩스에 매각한 후 업황 악화와 함께 부침을 겪었다. 적자를 기록했고 곳간은 비어갔다.
결국 제이스코홀딩스는 운영을 포기하고 지난해 시장에 내놓았다. 매각이 1년여간 지연되다가 드림투자조합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부지런히 사명을 바꾸고 이사회를 정비하는 한편 1992년생 염현복 씨를 신임 대표로 앉혔다. 시장과 주주들 사이에서는 새주인을 맞이한 캐리가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돌았다.
하지만 염 대표의 첫 행보는 사익 실현이었다. 상장사의 부동산 구입은 흔한 일이었지만 캐리가 매입하는 건물이 염 대표의 개인회사가 소유한 건물인 점이 문제로 불거졌다. 건물 매각을 통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100억원대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돌았다.
캐리 입장에서 가뭄 속 단비 같았던 유상증자 납입 대금은 대부분 부동산 양수대금으로 사용됐다. 조달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계약금으로 염 대표의 개인 회사로 들어갔다. 중도금은 전환사채로 상계하면서 잠재적으로 회사와 주주들에게 부담을 지웠다. 여의치 않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162억원의 잔금 역시 무리한 대출, 메자닌 발행 등을 통해 납입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번지르르 한 이유를 댔지만 캐리의 현재 상황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이는 처사다. 태양광 인버터를 전문으로 만들며 한 때 매출액 600억원을 넘겼던 캐리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밑그림도 그리지 않은 신사업을 이야기하며 건물을 매입하기보다는 본업을 기반으로 한 체력 회복이 더 급하다.
2022년 523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169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쌓여있던 잉여금은 전부 소진되고 결손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몸집을 가늠할 수 있는 자본총계도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태양광 시장의 확장과 함께 화려하게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던 2019년의 캐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소액주주들은 새로운 사명 캐리처럼 새 경영진이 주가와 회사를 '캐리'해주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상장사의 경영진이 됐다는 것은 수많은 주주들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말과 같다.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길 바라는 것이 무리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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