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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송영석 KB인베 대표 “성장 속도 조절, 방향성 정교하게"위기서 취임한 첫 내부 심사역 출신 대표… 'LP가 찾는 하우스' 목표

최윤신 기자공개 2024-06-05 06:49:42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3일 08: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차와 달리 선박에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멀리 내다보고 미리 속도를 조절해야 하죠. 속도가 너무 빠르면 작은 풍랑에도 쉽게 휘청일 수 있습니다.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몇년간 외형 성장 속도를 계속 높여왔습니다. 그간의 빠른 외형성장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미리 예측해 최소화하고, 정밀하게 방향을 잡으려고 합니다.”

해군 장교 출신인 송영석 KB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회사를 배에 빗대 포부를 설명했다. 송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KB인베스트먼트의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1년 연임이 결정됐던 김종필 전 대표가 물러나게 된 상황에서 KB금융지주는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맡고 있던 송 대표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지난달 30일 더벨과 만난 송 대표는 “KB인베스트먼트를 LP들이 찾아오는 하우스로 만들고 싶다”며 “임기 동안 이를 위한 토대를 다지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송 대표가 취임 후 언론 인터뷰는 더벨이 처음이다.

◇CRO서 대표이사로, '고객 중심' 철학 공고히

1969년생인 송영석 대표는 KB인베스트먼트의 첫 내부 심사역 출신 대표이사다. 2006년 KB인베스트에서 합류해 18년을 근무해 온 장기 근속자다. 심사역으로 합류해 벤처투자그룹 본부장을 맡았고, 지난 2022년부터는 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2023년부턴 CRO(최고위험관리책임자)를 맡았다.

송 대표가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건 1997년이다. 서울대학교 임산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다가 해군 학사장교로 근무했다. 예편하던 해 신문에서 구인공고를 보고 한국개발투자금융(KDIFC, 큐캐피탈파트너스 전신) 공개채용에 지원해 합격하며 심사역의 삶을 시작했다. 아이원벤처캐피탈(현 ES인베스터)을 거쳐 2006년 KB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그는 “학부 때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배우면서 금융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며 “벤처투자 업종이 이과 전공을 통해 배운 내용과 경영학과에서 배운 내용 등을 모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송 대표는 심사역으로서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소위 말하는 ‘대박’은 많이 내지 못했다”며 “그러나 꾸준히 투자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리스크를 식별해내는 능력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심사역으로서 예측을 기반으로 투자를 했고, 예측대로 회사가 성장해 회수를 할 때 즐거움을 느꼈다. 아비코전자, 바디텍메드, 대우전자부품(BW) 투자 등을 기억에 남는 투자 사례로 꼽았다.

얼마전 까지만 하더라도 대표이사가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장기 재임했던 김종필 전 대표이사가 회사를 떠나게 되며 갑작스럽게 대표이사 자리를 맡게 됐다.

그렇다고 회사를 이끌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표이사에 선임되기 직전에 CRO를 맡으며 회사의 운영과 포트폴리오를 깊이 들여다 봤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는 “빠르게 양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실에 처음 들어가 화이트보드에 '고객'이란 단어를 적었다. 고객에게 인정받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고객이 누구인지 다시 생각했다. 주주와 출자자는 물론, 임직원과 포트폴리오 회사 등을 모두 고객으로 여기기로 했다.

취임 직후 단행한 조직개편에는 이런 고민이 담겼다. 일선에서 가장 많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준다는 게 기본적인 기조였다. 심사역들이 정말 투자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CIO와 심사역들에게 투자의 전결권을 강화했다.

송 대표는 심사역들의 투자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아주 적은 비중의 딜에 대해서만 비토(거부권 행사)를 할 방침이다. 그는 “벤처투자엔 리스크가 상존하기 마련”이라며 “투자담당 심사역이 수많은 리스크를 제거해가며 투자를 추진한다면 실패하더라도 교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지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명현식 부사장에게 신설한 최고대외협력책임자(CSRO) 직을 맡겨 주주인 KB금융지주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CFO에겐 내부조직 관련 업무를 대부분 맡겼다. 그가 대표이사로 오며 공석이 된 CRO에는 감사실장을 맡던 인물을 선임해 내부통제와 관련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했다.

조직개편은 파격적이기도 했다. 능력과 포텐셜을 중심으로 투자조직에 젊은 리더를 선임했다. 벤처투자 1, 2본부의 본부장으로 선임된 이기호 디렉터와 김형석 디렉터가 대표적이다. 심사역 연차나 하우스의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인물이다.

변리사인 이 디렉터는 지식재산전문 기업 등에 근무하다가 2018년 KB인베스트먼트에서 본격적인 VC 커리어를 시작했다. 김 디렉터는 미래에셋증권 IPO본부 출신으로 지난해 하반기 KB인베스트먼트에 영입되며 심사역으로서 첫 발을 디뎠다.

송 대표는 “이기호 디렉터는 굉장히 똘똘한 투자를 통해 회사에 기여한 바가 많고, 김형석 디렉터는 입사 이후 딜 소싱 측면에서 발군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며 “소규모 조직을 이끌며 투자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 '글로벌 지향', 'PE 성장' 우선시

중점으로 두고 있는 목표를 꼽아달라는 질문엔 그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한 켠에 적힌 4가지를 가리켰다. △글로벌 지향 △PE 성장 △스케일업투자 △초기투자다. KB금융그룹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글로벌 지향’은 가장 우선순위다.

그는 “지난해 말 투자잔액이 1조6500억원 정도인데, 그 중 26%정도가 글로벌 투자”라며 “앞으로는 30%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잠재수익률이 저조해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동남아시아, 인도 등을 3대 축으로 성장동력을 보고 있다”며 “보스턴 지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에 의미있는 이정표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PE성장이란 목표는 양적 성장의 속도 조절과 포트폴리오의 효과적 배분을 도모하는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VC에 비해 PE는 단일 포트폴리오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며 “현재 심사역당 커버하는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PE를 이용한 적극적인 그로쓰캐피탈·바이아웃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수년간 VC계정을 중심으로 AUM을 급속도로 늘려왔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말 VC AUM은 2조1405억원으로 2018년 말(6618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에 비해 같은기간 PE AUM은 2650억원에서 3041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투자잔액에서 PE계정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그친다. 송 대표는 이 비중을 올해 연말 기준으로 15%, 내년 말에는 2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펀드레이징도 VC보다 PE계정에 더 집중할 방침이다. PE에서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펀드레이징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IBK기업은행과 함께 제안서를 접수한 성장금융투자운용의 은행권 중견기업 밸류업펀드가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VC 펀드레이징도 병행한다. VC의 스케일업과 초기투자는 KB인베스트먼트가 가장 잘 하는 분야이며 주력투자다. 올해 최대 1500억원 가량의 펀드레이징을 계획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민간LP 확대' 과제

상황은 녹록지만은 않다. 매크로 시장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포트폴리오 기업이 적지 않다. 이에 반해 현재까진 ‘대박’으로 분류되는 포트폴리오가 많지 않다. 송 대표는 “양적 성장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후 금리인상 등 어려움이 닥치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 포트폴리오들이 다수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라며 “다른 하우스도 대부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시장에 잘 안알려져있지만 성공적인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잠재된 포트폴리오들이 다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와 해당 기업들의 성장에 집중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과제는 펀드 결성에서 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부동산 PF 관련 위험이 커지며 국내 대부분의 금융지주사에선 위험가중자산(RWA)의 관리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투자펀드의 출자는 높은 RWA를 부여받기 때문에 많은 수준의 출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송 대표는 “예전 만큼의 그룹사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LP모집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LP들이 먼저 찾아올 수 있는 하우스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의 관성이 있기 때문에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라면서도 “임기인 2년 동안 이를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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