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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대 화랑 경영분석 리포트]갤러리현대와 함께하는 48명의 아티스트들③[주요 소속 작가]정상화·이승택·김창열·이강승·김아영

서은내 기자공개 2024-06-10 14:43:53

[편집자주]

한국 미술품 유통시장에서 현재 가장 영향력을 크게 미치고 있는 갤러리 세 곳을 묻는다면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갤러리가 손에 꼽힌다. 이 세 회사를 중심으로 국내 갤러리업계는 집중된 형태를 띤다. 수익 면에서도 이 세 갤러리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화랑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화랑의 계열, 지분구조와 재무구조를 분석하고 주요 전속작가 그룹을 포함해 경영 스타일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갤러리와 소속 작가와의 관계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아티스트의 관계에 비견되기도 한다. 작가들을 발굴하고 작업활동을 조력하며 그 결과물을 미술계와 시장에 잘 알리는 것이 갤러리의 역할이다.

갤러리현대는 1970년 인사동에 현대화랑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지난 55년의 긴 역사만큼 이곳을 거쳐간 작가들의 수도 많다. 도상봉, 남관, 윤중식, 천경자와 같은 서양화가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설립 초 당대의 가장 최신의 미술계 흐름을 선보이는 화랑으로 자리매김 했다.

화랑 개관 초기 아직 무명작가였던 고 박수근, 고 이중섭의 작품들을 전시한 것도 갤러리현대다. 한국 1세대 추상화가인 고 김환기, 고 유영국의 전시를 수차례 개최했으며 이들의 작품세계가 국제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도록 영문 번역된 화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1975년 경복궁 옆 사간동으로 이전하면서부터는 단색화풍의 작품 활동을 펼친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등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전시를 개최하고 도록을 제작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 미술계에서 추상미술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 갤러리현대가 조명해온 주요 작가들

갤러리현대는 현재 48명의 소속 작가들과 함께하고 있다. 한국 작가는 김아영, 최민화, 임충섭, 정상화, 정주영, 강익중, 전준호, 이진한, 이강승, 존 배(John Pai), 김기린, 김성윤, 김창열, 곽덕준, 이강소, 이건용, 이우환, 이윤진, 김민정, 문경원, 전준호, 이명호, 박현기, 박민정, 박영숙, 곽인식, 이슬기, 이성자, 이승택, 신성희, 서세옥, 성능경, 양정욱, 유근택, 도윤희 등 35명이다.

외국 작가로는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 프레드 샌드백(Fred Sandback), 이반 나바로(Iván Navarro), 케니 샤프(Kenny Scharf), 마티 브라운(Matti Braun),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Michael Craig-Martin), 로버트 인디아나(Robert Indiana), 라이언 갠더(Ryan Gander), 사빈 모리츠(Sabine Moritz), 사라 모리스(Sarah Morris),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 등 12명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갤러리현대의 주요 작가로 다섯 명을 꼽는다면 정상화, 이승택, 김창열, 이강승, 김아영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상화 <사진: 갤러리현대>

정상화는 단색화 작가로 잘 알려진 이다. 정상화 작가는 1932년 경상북도 영덕에서 태어났으며 경남 마산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대 미대 회화과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 <한국현대작가초대전>(1960), <악튀엘 그룹전(1962) 등 다수 전시에 참여했다.

1957년 서울대 미대 초대학장 장발 교수의 추전으로 인천사범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당대 전위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던 현대미술가협회, 악튀엘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시기 그는 전쟁을 겪으며 느낀 아픔을 전위 미술로 표현하는데에 몰두했다.

1965년 <제4회 파리비엔날레>, 1967년 <제9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 작가로 선정되면서 해외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년간 파리를 경험하고 온 그의 화풍에서 서서히 평면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969년 일본 고베로 이주하면서 평면의 깊이를 탐구, 변화를 모색했다. 엄격하게 색을 절제하고 철저한 평면화를 추구하며 단색 격자무늬의 회화를 선보인 것이 이때부터다. 1977년 프랑스로 이주해 작품활동을 이어가다 1992년 한국으로 영구 귀국, 경기도 여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택 <사진: 갤러리현대>

갤러리현대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인 이승택은 한국 최초의 아방가르드 미술가로 불리는 작가다. 재야 작가로 50년을 살았던 그는 2009년 백남준아트센터 수상 이후 이름을 알렸고 독자적 작업세계로 전세계 미술인의 극찬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런던 테이트모던 2층 전시장에 세계 유명 작가 작품과 함께 '테이트콜렉션'으로도 전시돼있다.

이승택은 1932년 함경남도 고원군에서 태어났다. 19살 때 한국전쟁을 겪으며 남한으로 내려왔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미술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고 철학에 관심을 가졌다. 홍익대학교 조각과에 재학하며 니체의 철학에 심취했는데, 이는 이승택 작품 세계의 핵심인 '부정'의 기반이 됐다고 한다.

이승택은 현재까지도 ‘부정’의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식의 전위 예술을 펼쳐오고 있다. 그는 서울대와 홍익대학교의 파벌 활동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재야의 삶을 선택했다. 같은 연배의 작가들만큼 화려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전위미술가 1세대로 인정받는다. 그는 갤러리현대 다수 그룹전에 참여해왔으며 여든이 훌쩍 넘은 지금도 매일 작업을 하며 다채로운 형식의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김창열 <사진:갤러리현대>

갤러리현대는 지난 4월 말부터 김창열 작가의 작고 3주기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김창열(1929-2021)은 오랜 시간동안 물방울을 그려온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트롱프뢰유(언뜻 보기에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효과를 가진 그림) 기법이 활용된다. 투명한 물방울들은 금방이라도 떨어져버릴 듯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1957년 김창열은 박서보, 정창섭과 함께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하고 한국에서의 급진적인 앵포르멜 미술(무정형미술) 운동을 이끌었다. 국제적인 미술 세계로 발돋움하며 그의 작품을 1961년 2회 파리 비엔날레와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선보였다. 1969년에는 파리의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1972년 파리 살롱 드 메 전시회에서 그의 작품 ‘Event of Night’를 발표하면서 유럽에서 화가로서 실질적인 데뷔를 했다.

이강승. <사진: 갤러리현대>

이강승은 1978년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다학제적 예술가이다.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에서 예술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세계-백인-남성-이성애 중심으로 서술된 주류 역사에 도전하고, 그 역사 속에서 배제된 소수자의 서사를 새롭게 발굴해 가시화하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작가는 역사학자처럼 공공, 민간 아카이브를 조사, 발굴하고 연구한다. 집요한 탐구 과정에서 에이즈 대위기, LA 폭동 등 특수 사건과 로버트 메이플소프, 피터 후자, 마틴 웡, 데릭 저먼, 쳉퀑치, 고추산 등의 예술가, 인권운동가들에 관한 자료를 재발견한다.

이강승은 이들에 관한 아카이브를 흑연과 색연필 드로잉, 금실 자수, 태피스트리, 도자기, 직물 조각, 네온 작업 등 작가의 몸을 통해 완성되는 노동집약적 매체를 택하며 대안적인 방식을 제안한다.
김아영 <사진: 갤러리현대>

1979년 서울 출생인 김아영 작가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한국 근현대사, 지정학, 이송, 초국적 이동 등 역사적 사실과 동시대적인 이슈를 방대한 리서치를 통해 복합적인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소설, 텍스트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차원적이고 유동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작가는 구체적인 사건이나 장소에 대한 철저한 자료 수집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삼는다. 김아영 작가는 그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 이면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나아가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사람과 자연, 사물, 비존재 등이 공생하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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