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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메모리 레이스]젠슨 황의 메시지, 이재용·최태원 행보 눈길엔비디아 납품 두고 지속 언급…HBM 공급 계획 꼬인 삼성, 박차 가하는 SK

김도현 기자공개 2024-06-11 08:51:12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를 장악하면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영향력이 상당해졌다. 그의 한마디에 주식시장이 요동친다. 국내 반도체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제조사에 대한 황 CEO 발언이 연일 화제다. 삼성전자의 경우 황 CEO로부터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를 받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계약 체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승인' 사인한 지 3개월, 젠슨 황 "인내심 가져야 한다"

올 3월 황 CEO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GTC 2024' 행사장에 꾸려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젠슨이 승인하다(Jensen Approved)'라는 친필 사인을 남긴 바 있다. 이때만 해도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5세대 HBM(HBM3E) 공급이 임박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6월 현재 감감무소식이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만 무성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달 4일 대만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4'에 참석한 황 CEO(사진)는 관련 내용에 대해 "삼성전자는 어떤 인증 테스트에도 실패한 적이 없지만 더 많은 엔지니어링 작업이 필요하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핵심은 추가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는 부분이다. 테스트 결과와 별개로 삼성전자의 HBM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황 CEO가 언급한 '인내심'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없다.

당초 삼성전자는 상반기 중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아직 약 3주의 시간이 남긴 했으나 흘러가는 정황상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극적으로 성사되더라도 의미 있는 물량은 아닐 것으로 관측된다.

황 CEO가 계속 삼성전자를 거론하는 건 외부의 관심에 대한 답변인 것도 있지만 HBM을 사실상 독점 중인 SK하이닉스를 견제하는 의도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으로 조달처를 분산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볼 수 있다. 3사 경쟁으로 가면 HBM 제조사가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된다.

그렇다고 SK하이닉스에 나쁜 상황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전체 파이가 커지고 있는데다 어차피 SK하이닉스 단독으로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타도 엔비디아'를 외치는 AMD, 자체 칩 개발이 한창인 여러 빅테크도 SK하이닉스에 노크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다. 앞서 마이크론은 "HBM3E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미 2025년 HBM 생산량 대부분 판매가 끝났다"고 밝혔으나 삼성전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 품질 검증이 길어질수록 악성 재고가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생산라인은 쉼 없이 돌아가는데 납품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재고가 쌓이는 게 불가피한 구조다. 이렇게 되면 HBM 세대교체 시기에도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요구조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앞서 공급망에 들어간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가 뚫어내기는 더 힘든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엔비디아 레퍼런스가 없다면 타 고객과 협력하는데 제한적일 수 있다. 조속히 엔비디아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분석했다.

버라이즌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TSMC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직접 나서는 총수, 해외 출장 성과 주목

올 들어 AI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이 숨 가쁘게 돌아가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발로 뛰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끝난 직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6월 중순까지 30여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달 4일(현지시각)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즈 CEO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AI, 반도체, 바이오 등 빅샷들과 연달아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장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반도체다. 이 회장은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신공장 등 현지 반도체 사업장을 점검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황 CEO와 미팅이 이뤄질지 관건이다. 두 사람은 작년에도 만난 바 있다.

최 회장도 분주하다. 올 4월 미국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에서 황 CEO와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6일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대만에서 웨이저자 TSMC 회장 등을 마주했다. 양사는 HBM 기술 및 고객 요청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재판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회장과 최 회장이 반도체 등 주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이들의 출장 성과에 그룹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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