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코펀은 다 내정자가 있는 분위기네요. 이럴 거면 왜 판을 벌여놓은 건지 의문스럽습니다."정부 출자사업 지원을 준비 중인 한 심사역의 말이다. 일명 '스코펀'으로 불리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첫 조성하는 모펀드다. 모태펀드(2423억원)에 정부가 사전에 모집한 21곳의 민간 출자자(LP) 자금(3430억원)이 더해져 무려 5853억원의 출자가 이뤄진다. 민간 LP를 정부가 직접 모집하고 명단까지 공개하며 진행하는 출자사업은 이번이 최초다.
야심차게 첫 삽을 뜬 사업임에도 벤처캐피탈(VC) 업계 내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초격차'와 '세컨더리' 두 분야로 진행되는데 각 분야 출자규모, 결성목표액이란 큰 그림만 있다. 자펀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어렵다. 제안서에 출자확약서(LOC)를 얼마 써 내야 하는지는 그야말로 눈치게임이 됐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사업에 모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보다 민간 LP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이 제안서를 제출하면 1차는 한국벤처투자가 오롯이 심사하고 2차는 민간 LP의 손에 공이 넘겨진다. 이들 LP는 출자한 금액만큼 심사 과정에서 입김을 넣을 수 있다. 원하는 펀드 사이즈가 각기 다르다. 가뜩이나 사공도 많은데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모양새다.
두 번째 문제도 여기서 파생된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사업에 참여하는 LP는 대부분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을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다.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중기부는 '독립계 VC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정자가 있다", "멋모르고 썼다간 들러리 된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시장의 불신은 상당해 보인다.
그나마 CVC가 없는 LP 또는 CVC에 출자할 가능성이 적은 LP에는 대형 VC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노란우산공제,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소속 기존 친분이 두터운 관계자를 찾아 1표를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가늠된다. 대부분 LP가 100억원 안팎을 출자한 가운데 이 세 곳은 출자규모가 더 큰 힘 있는 기관으로 파악된다. 몇몇 대형 VC가 참여를 선언하고 있는 데는 이런 배경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옛말에 줬다 뺏으면 안 준 것만 못하단 말이 있지 않나. 펀드레이징이 힘겨운 시장 상황에서 '혹시나'하는 기대가 '역시나'하는 실망으로 바뀐다면 이에 꼭 들어맞는 꼴이다. 그간 산업통상자원부가 열심이었던 CVC 출자에 중기부가 발을 담그려는 행보로 풀이되나 이 과정에서 많은 들러리가 나오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약 한 달 뒤 우려와 현실이 다르다는 걸 결과로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HBM 없이도 잘 나간다' 삼성전자, 10조대 영업익 복귀
- 모회사 믿을 구석 없다…신세계푸드, 자력 조달 확대
- 교보증권, 'K-택소노미' ESG 투자원칙에 반영
- 공모채 추진 SK에코플랜트, 김형근 대표 첫 시험대
- [IB 풍향계]'부정적' 단 롯데케미칼, 신종자본증권 카드 꺼낼까
- 'iM증권' 변신 앞둔 하이증권, 새 키맨 뜬다
- [거래소 심사조직 집중해부]전직 임원부터 실무자까지 로펌행 '러시'
- [Market Watch]회사채 리테일 '칼 빼든' 금감원, BBB급 변곡점될까
- [증권신고서 정정 리스트]하스, 미래손익 추정치 '시나리오별 증명' 첫사례
- [Company & IB]'돌아온 빅이슈어' 대한항공, 희비 갈리는 IB들
구혜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thebell League Table]'보수적 행보' 아주IB투자, 하반기 공격 투자 나선다
- [thebell League Table] '에이피알 잭팟' 미래에셋벤처, 2년치 장사 반기 '완료'
- [thebell League Table] 'AUM 4조 사정권' 한투파, 글로벌 투자 재개했다
- 메디치인베, 인적분할 후 첫 1000억대 펀드 만든다
- '세컨더리·중견 잔뼈' JB인베, 펀드레이징 '각개전투'
- [LP Radar] 성장금융 첫 기후펀드, 블라인드 사이즈 '갈팡질팡'
- 현대엠시스템즈, 시리즈B 50억 유치 '순항'
- [thebell League Table] 곳간서 인심났다, 벤처투자 훈풍…한투파 2000억 집행
- [VC 투자기업]파두, 자회사 투자 함의 'CXL 기술 마일스톤 달성'
- [thebell League Table]IMM인베, PEF 3000억 베팅 덕 VC 투자 '왕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