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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스타트업코리아펀드와 들러리

구혜린 기자공개 2024-06-12 07:09:48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코펀은 다 내정자가 있는 분위기네요. 이럴 거면 왜 판을 벌여놓은 건지 의문스럽습니다."

정부 출자사업 지원을 준비 중인 한 심사역의 말이다. 일명 '스코펀'으로 불리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는 올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첫 조성하는 모펀드다. 모태펀드(2423억원)에 정부가 사전에 모집한 21곳의 민간 출자자(LP) 자금(3430억원)이 더해져 무려 5853억원의 출자가 이뤄진다. 민간 LP를 정부가 직접 모집하고 명단까지 공개하며 진행하는 출자사업은 이번이 최초다.

야심차게 첫 삽을 뜬 사업임에도 벤처캐피탈(VC) 업계 내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초격차'와 '세컨더리' 두 분야로 진행되는데 각 분야 출자규모, 결성목표액이란 큰 그림만 있다. 자펀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어렵다. 제안서에 출자확약서(LOC)를 얼마 써 내야 하는지는 그야말로 눈치게임이 됐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사업에 모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보다 민간 LP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이 제안서를 제출하면 1차는 한국벤처투자가 오롯이 심사하고 2차는 민간 LP의 손에 공이 넘겨진다. 이들 LP는 출자한 금액만큼 심사 과정에서 입김을 넣을 수 있다. 원하는 펀드 사이즈가 각기 다르다. 가뜩이나 사공도 많은데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모양새다.

두 번째 문제도 여기서 파생된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 사업에 참여하는 LP는 대부분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을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다.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중기부는 '독립계 VC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정자가 있다", "멋모르고 썼다간 들러리 된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시장의 불신은 상당해 보인다.

그나마 CVC가 없는 LP 또는 CVC에 출자할 가능성이 적은 LP에는 대형 VC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노란우산공제,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소속 기존 친분이 두터운 관계자를 찾아 1표를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가늠된다. 대부분 LP가 100억원 안팎을 출자한 가운데 이 세 곳은 출자규모가 더 큰 힘 있는 기관으로 파악된다. 몇몇 대형 VC가 참여를 선언하고 있는 데는 이런 배경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옛말에 줬다 뺏으면 안 준 것만 못하단 말이 있지 않나. 펀드레이징이 힘겨운 시장 상황에서 '혹시나'하는 기대가 '역시나'하는 실망으로 바뀐다면 이에 꼭 들어맞는 꼴이다. 그간 산업통상자원부가 열심이었던 CVC 출자에 중기부가 발을 담그려는 행보로 풀이되나 이 과정에서 많은 들러리가 나오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약 한 달 뒤 우려와 현실이 다르다는 걸 결과로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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