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는 지금]'이재용 직접 챙긴다' 빼앗긴 LCD, 지켜야 할 OLED①점점 줄어드는 격차, 미래 먹거리 발굴 시급
김도현 기자공개 2024-06-20 08:02:03
[편집자주]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전방산업 침체에도 경쟁사와 달리 선방했다. 전례 없는 부진을 겪은 삼성전자에 자금 지원까지 했다. 선제적으로 '탈LCD' 전략을 펼친 덕분이다. 다만 LCD에 이어 OLED, 폴더블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진 데다 주력인 중소형 OLED에서 LG디스플레이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미래 먹거리인 QD 및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영역도 뚜렷한 성과는 아직이다. 기로에 선 삼성디스플레이를 둘러싼 상황과 해결 과제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경제에서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못지않게 중요한 산업군이다. 스마트폰과 TV 위주에서 자동차, 사이니지, 확장현실(XR)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국가첨단전략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삼성그룹에서도 디스플레이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는 각별한 분야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반도체 부흥을 이끌었다면 이 회장은 디스플레이 기틀을 다졌기 때문이다. 총수의 손길이 닿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위기와 기회 요인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JY 애정 담긴 SDC, 중국 공세로 변화의 바람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초는 1991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문에 만들어진 액정표시장치(LCD) 연구개발팀이다. 1993년 삼성SDI 전신 삼성전관의 LCD 조직을 삼성전자에 합쳐 몸집을 키웠다. 1995년 경기 기흥에 LCD 1공장을 준공한 뒤 1990년대 말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2000년대 들어서는 황금기를 맞이한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 경쟁을 이겨낸 LCD가 TV용 패널로 자리 잡았다. 2004년에는 한때 최강으로 군림한 일본 소니가 먼저 합작사 'S-LCD' 설립 제안을 할 정도로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인정을 받았다.
S-LCD 출범 전후로 이 회장이 디스플레이 사업에 큰 관심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당시 삼성전자 상무였던 이 회장은 S-LCD 등기이사로 등재돼 경영에 적극 참여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BOE의 하이디스(구 현대전자 LCD사업부) 인수를 기점으로 중국 디스플레이가 치고 올라오자 2012년 삼성전자는 LCD사업부를 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LCD 대안으로 꼽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대가 열릴 때도 이 회장이 함께했다. 현시점에서 그는 삼성 내에서도 'OLED 경력'으로 손에 꼽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OLED 사업은 빛났지만 LCD 사업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탓이다.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자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중국 LCD 공장 매각을 결정했다. 2022년에는 LCD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부문에서 '중소형'에 특화된 업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성장과 궤를 같이한 영향이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모바일 경쟁자인 애플마저 삼성디스플레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됐다.
협력사에 유독 콧대가 높은 애플이 사실상 유일하게 굽히는 곳이 삼성디스플레이다. 실제로 애플이 사전 협의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삼성디스플레이에 위약금을 내기도 했다.
◇'중소형' 경쟁 심화, '대형' 적자 계속
여전히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1위이긴 하나 최근 분위기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LG디스플레이와 BOE, CSOT 등이 양과 질 측면에서 빠르게 쫓아오면서다.
격전지인 아이폰 공급망에서는 이미 LG디스플레이 비중이 작지 않아졌다. 아이패드용 OLED는 오히려 LG디스플레이가 앞서는 양상이다. 아직 기술 격차가 현격한 BOE도 호시탐탐 두 업체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애플 역시 특정 기업의 의존도를 분산하기 위해 타사에 기회를 부여하려는 눈치다.
대응 차원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응용처를 정보기술(IT) 기기, 자동차 등으로 넓혔다. 매출 기여도가 크진 않으나 성과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시설을 철수하면서 퀀텀닷(QD)-OLED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중소형 공백을 대형으로 메우겠다는 의도였다. 이 회장이 진두지휘하면서 'JY 디스플레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다만 야심 찬 출발에 비해 확산 속도는 더딘 편이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을 끌어올리면서 완성도가 상당 수준에 도달했으나 흑자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계획한 투자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동안 거론된 차세대 QD 패널은 감감무소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지만 예전과 같은 초격차 느낌이 사라진 건 사실"이라며 "중소형 OLED가 버티고 있는 동안 신성장동력이 궤도에 오르지 못한다면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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