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발기인, 증권사도 너도나도 스팩에 뛰어들고 있다. 일단 만들어 놓으면 손해를 보기가 힘든 구조가 만들어졌다."근래 공모주 시장은 스팩(SPAC·특수목적인수회사)을 둘러싼 열기로 요약된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에 만난 IB 업계 관계자도 스팩의 인기를 이같이 묘사했다.
'스팩토크라시(SPACtocracy)'. 오늘날 스팩의 인기를 다르게 묘사한다면 이처럼 표현할 수다. 민주주의(Democracy)가 '대중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것처럼 크라시(cracy)는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가리킨다.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힘을 권력이라고 한다면 공모주 시장에서도 '스팩에 의한 지배'를 쉽게 확인해볼 수 있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스팩에 돈을 넣을지 결정했지만 최근에는 스팩이 투자자들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해 기관 수요예측을 치른 스팩 20곳 중 14곳이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11일 기준으로 일반 청약 배정을 끝마친 스팩 17곳 가운데 14곳에는 조단위 증거금이 쇄도했다.
증권사들도 스팩토크라시의 영향권에 진입했다. 인수 및 합병 자문 수수료에 더해 조단위 청약 증거금의 초단기 이자 수입이 크게 불어난 영향이 컸다. 본래 중소형 하우스들의 주요 수입원이었지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하우스들도 전향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시장 참여자 모두가 손해를 보기 어렵다는 것. 그 자체로 매력적인 현상이지만 통제할 수 없는 힘이라면 언제 재앙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기억하자. 스팩토크라시도 짭짤한 수익이라는 매력으로 외형을 치장했지만 시장의 건전성을 조금씩 갉아먹는 방식으로 은밀하게 함정을 파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스팩은 결국 다른 기업과 합병을 해야 하는데 성공률은 한참 부족하다. 스팩은 리그테이블 집계에서 제외되는데 증권업계에서는 합병 건수가 너무 적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거론한다. 몇몇 기업은 스팩토크라시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려 몇몇 증권사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한 IB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시장의 중장기적인 질적 건전성이 훼손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결론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아직까지 수면 위로 드러난 치명적인 부작용은 없지만 늦기 전에 스팩토크라시가 함정을 파놓는 방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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