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공시 시대 개막]코인으로 자금 조달한 넷마블, 수익 인식은 '신중모드'⑩마브렉스·팬시 판매해 받은 비트코인, 스테이블 코인 바꿔 '가치 유지'
노윤주 기자공개 2024-06-19 10:11:08
[편집자주]
가상자산이 기업의 숨겨진 자산이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2024년 회계연도부터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이 시행됐다. 올 1분기보고서부터 코인 발행, 유보물량, 수익인식 등을 공개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가상자산을 얼마나, 왜 보유하고 있는지 공시를 통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그간 가려져 제대로 발견할 수 없던 상세 내용도 주석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가상자산 회계지침에 따른 영향과 각 보유 기업들이 공개한 숫자 속 숨겨진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7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넷마블은 3N 게임사(넷마블, 넥슨, NC소프트) 중 가장 먼저 가상자산 사업에 뛰어들었다. 게임 시장 불황 속 블록체인과 코인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보고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계열사를 통해 직접 발행한 코인만 2개 종류다.상장사이자 대형 게임사인 넷마블의 행보는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간 정확한 공시의 부재로 구체적인 코인 운영 내역은 알기 힘들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넷마블은 가상자산 공시를 강화하고 운영 투명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자체 코인 마브렉스(MBX)와 팬시(FNCY) 외부 판매, 판매 대금의 교환 등 내역이 상세히 공시됐다.
◇사업 속도 내는 마브렉스, 판매대금 매출로 잡히기 시작
넷마블은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 관련 공시를 진행했다. 분기, 반기 보고서에서는 가상자산 내용을 명시하지 않다가 올 3월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 1년 만에 가상자산 공시를 재개했다. 특히 올해 1분기 보고서부터 의무화된 가상자산 회계지침을 사업보고서부터 조기반영해 유보물량, 수익인식 현황 등을 상세 기재했다.
공시를 통해 코인 발행으로 넷마블이 취한 이득을 확인할 수 있다. 넷마블은 회사 핵심 IP의 블록체인화를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가상자산 마브렉스(MBX)를 발행했다.
지배구조는 넷마블(100%)→디지파크싱가포르(DIGIPARK SINGAPORE PTE. LTD)(100%)→마브렉스(MARBLEX Corp·버진아일랜드)로 이어진다. 국내에도 넷마블이 지분 100%를 가진 마브렉스 한국 법인이 있다.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해외법인은 가상자산 발행용이고 실제 사업은 국내 법인에서 담당한다.
2022년 넷마블은 마브렉스 3000만개를 외부 판매했다. 판매 대금은 144억원이다. 역산해보면 개당 480원에 판매했던 셈이다. 지난해에는 700만개를 123억원에 한 번 더 매각했다. 가격은 1년 만에 개당 1757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1년 만에 마브렉스의 가치가 오르면서 적은양의 코인을 매각해 유의미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여타 가상자산 개발사와 마찬가지로 넷마블도 수익인식 시점이 도달하기 전까지는 가상자산 판매 금액을 매출로 인식하지 않는다. 마브렉스의 수익 인식 기준은 토큰 판매 계약과 백서에 포함된 의무 수행 시점이다. 동시에 마브렉스 생태계 구축 정도를 추가 수익인식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각 계약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넷마블은 일부 판매물량은 수행 의무를 달성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작년 중 총 26억원의 마브렉스 판매 물량을 매출로 인식했다.
◇팬시, 넷마블 피인수 후 자금조달했지만 성과는 '아직'
또 다른 넷마블 발행 코인인 '팬시(FNCY)'는 마브렉스와 사정이 사뭇 다르다. 팬시는 처음부터 넷마블 계열 코인은 아니였다. 2022년 1월 넷마블 자회사인 넷마블에프엔씨가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아이텀게임즈를 인수했다. 아이텀게임즈가 발행했던 코인 '아이텀(ITAM)'이 팬시의 전신이다.
한달 뒤 넷마블에프엔씨는 가상자산지갑 개발사 보노테크놀로지스도 인수한 후 아이텀게임즈와 보노테크놀로지스의 합병을 진행했다. 이후 아이텀은 '아이텀큐브(CUBE)'로 코인을 리브랜딩했다. 인수 후 코인의 운영권도 자연스레 넷마블로 넘어갔다.
넷마블은 아이텀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공급량도 25억개에서 100억개로 크게 늘려봤고 리브랜딩도 했지만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아이텀큐브를 팬시로 한번 더 변경하기로 했다. 아이텀게임즈 사명도 '메타버스월드'로 바꾸고 100억개로 늘렸던 코인 발행량도 다시 10억개로 축소했다.
공시에서 넷마블은 2022년 팬시 1억2500만개를 375억원에 외부 판매했다고 밝혔다. 여러차례 리브랜딩, 공급량 수정 등 과정에서 외부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관측된다. 팬시는 아직 수익인식 시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 매각 금액을 하나도 매출에 올리지 않았다.
넷마블은 마브렉스, 팬시 두 가상자산 판매를 통해 640억원을 모았다. 시장 주목도에 비해 규모가 적다. 상장사로서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매각 대가로 받은 가상자산을 가격 변동성 없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전환해 보관 중이다. 넷마블의 신중한 행보를 다시 금 옅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넷마블이 보유 중인 스테이블 코인은 테더(USDT)와 유에스디코인(USDC) 두가지다. 각각 40억원, 18억원 어치를 가지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비트코인 등은 법인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에 코인 가격 변동성이 큰 점을 감안했다"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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