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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공시 시대 개막]'엑시트 성적 저조' 펄어비스, 자회사 코인에 거는 기대⑧CCP게임즈 투자 '씨비타스' 장부에 잡혀…거래소 상장 후 장부가액 확대 여지

노윤주 기자공개 2024-06-07 07:06:50

[편집자주]

가상자산이 기업의 숨겨진 자산이라는 건 이제 옛말이다. 2024년 회계연도부터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이 시행됐다. 올 1분기보고서부터 코인 발행, 유보물량, 수익인식 등을 공개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가상자산을 얼마나, 왜 보유하고 있는지 공시를 통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그간 가려져 제대로 발견할 수 없던 상세 내용도 주석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가상자산 회계지침에 따른 영향과 각 보유 기업들이 공개한 숫자 속 숨겨진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5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펄어비스가 조용히 가상자산 시장에 발을 담궜다. 클레이튼 노드운영 집단인 '거버넌스카운슬(GC)'에 참여해 블록체인 사업을 간접 체험했다. 또 인수한 해외 자회사 CCP게임즈가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선언하면서 연결 재무제표 상 가상자산을 다량 보유하게 됐다.

정작 펄어비스의 투자 성적은 저조하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메이저 가상자산 보유량은 많지 않다. 클레이튼(KLAY), 테조스(XTZ) 등 알트코인이 포트폴리오 절대 다수다. 이 중 클레이튼은 장기간 보유했지만 시세가 오르기 직전인 지난해 염가처분하면서 손해를 봤다.

남은 보루는 CCP게임즈가 투자한 '씨비타스(civitas)' 코인이다. 아직 코인 정식 발행 전이어서 장부에 99만개 보유량을 최소 공정가치로 잡아놨다. 추후 씨비타스를 사용할 게임이 공개되고 거래소 상장도 이뤄진다면 장부가액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클레이튼 초기 GC 참여…저가 처분 엔딩

펄어비스는 2019년 클레이튼 GC 초기 구성원으로 참여해 노드 운영 보상 대가로 가상자산을 취득했다. 그간 가상자산 공시 의무화 규정이 없어 펄어비스의 클레이튼 보유량은 '깜깜이'였다. 일부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대량 보유자인 GC의 공시 누락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보유내역이 대외 공개된 건 올해 초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가 처음이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클레이튼 316만개를 유에스디코인(USDC) 43만개로 교환했다고 밝혔다. 원화 환산 6억원 상당으로 남아 있던 클레이튼을 전량 처분했다. 2022년에도 302만개를 7억4867만원에 매도했다.

지난해 펄어비스의 클레이튼 처분은 최저가에 이뤄졌다. 수량과 처분가액을 역산해보면 개당 187원 가량에 매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상자산 침체기에 클레이튼 가격이 최저로 하락했던 시기다. 올해 클레이튼 가격은 최고 400원까지 올랐다. 시기를 잘 맞춰 처분했다면 두 배 가까운 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염가처분에 그쳤다.


스테이블 코인인 '유에스디코인(USDC)'을 수백억원 규모로 취득했다가 곧바로 처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작년 초 펄어비스의 USDC 보유량은 6만63292개에 불과했지만 중도에 2750만개에 달하는 USDC가 유입됐다. 원화로는 358억원 규모다. 이후 유입 물량을 전량 처분했다.

펄어비스는 구체적인 처분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USDC 50만개에 대해서만 타 가상자산 취득을 위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서는 자회사인 CCP게임즈가 지난해 3월 투자를 유치하면서 일부 금액을 코인으로 조달한 게 아니냐고 봤다. USDC 투자금을 받은 후 운영비용 충당을 위해 곧바로 매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가상자산 공시 내용에 대해 "블록체인 게임 출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인수한 자회사 CCP 게임즈가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연결로 보유 물량이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전 '씨비타스' 가치 보수적 접근…상장 후 가격 상승 기대

CCP게임즈는 펄어비스가 2018년 2500억원에 인수한 아이슬란드 소재 게임사다. '이브 온라인'이라는 유명 게임 IP를 보유하고 있다. 이브 온라인은 유명세는 높지만 IP 노후화로 인해 성장이 정체돼 있다. 이에 CCP게임즈는 돌파구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선택했다.

이브 온라인 IP를 활용한 웹3 게임 '프로젝트 어웨이크닝'을 개발 중이다. 작년 3월에는 안드레슨호로위츠(a16z)의 리드로 4000만달러(약 5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해시드, 넥슨 등 국내 기업도 투자에 참여했다.

소문이 무성했던 프로젝트 어웨이크닝은 공개가 임박했다. 3월에는 세부정보를 공개했고 클로즈 테스트 버전 참가자를 모집해 5월 말부터 게임을 선공개하고 있다.

CCP게임즈는 씨비타스(civitas)라는 코인에 투자하기도 했다. 펄어비스 연결재무제표에도 씨비타스 99만개를 보유 중이라고 잡혀 있다. 씨비타스는 CCP게임즈에서 이브온라인을 담당했던 네이선 리차드슨 등이 설립한 디렉티브게임즈(Directive Games)에서 발행한 코인이다. CCP게임즈와 같은 아이슬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아직 씨비타스는 정식 판매, 분매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M&A가 흔한 게임사의 관례대로 CCP게임즈가 디렉티브게임즈의 지분을 추가 인수한다면 펄어비스도 여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발행사로서 가상자산 공시 의무를 지게될 수 있다. 이미 카카오와 위메이드는 연결대상 자회사가 발행한 코인 보라와 위믹스에 대해 발행 공시를 진행했다.

자산 가치 증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아직 씨비타스는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공정가치를 산출할 수 없다. 이에 펄어비스는 근사치를 추정해 씨비타스 개당 가격을 108원으로 설정했다.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후 거래소 상장이 이뤄진다면 가치 재평가를 통해 펄어비스의 가상자산 장부가액이 보다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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