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김용운 HPSP 대표 "글로벌 지배력 확고, 고객사 확대 순항"독보적 경쟁력, 신규 장비 개발 착착…신사옥, 인재 확보 도움 기대
화성(경기)=김경태 기자 공개 2024-06-24 08:08:17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치피에스피(HPSP)는 국내 반도체 장비사 중 가장 주목받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고압수소어닐링(Annealing) 장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호실적을 거듭했고 시가총액은 3조2000억원 수준까지 올랐다.18일 경기 화성시에서 만난 김용운 HPSP 대표는 현재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미 후발주자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적, 시간적 장벽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는데도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김 대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인재 확보'다. 그는 이번에 준공식을 가진 HPSP의 신사옥이 그 핵심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앞으로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 합류하고 더 큰 성장을 이루는 데 신사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생각이다.
◇'도전정신+기술력+확신'이 만든 한국의 ASML 신화
김 대표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사에서 오랜 기간 경륜을 쌓은 베테랑이다. 미국 반도체 장비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를 거쳤고 폼팩터와 에이에스엠(ASM)에서는 한국법인 사장을 맡았다. 2020년 9월 HPSP에 합류했다.
그는 글로벌의 내로라하는 장비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HPSP를 경영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지금 와서 생각해 봐도 시스템이 굉장히 앞섰다"며 "그런 시스템을 먼저 경험한 것들이 현재 HPSP의 경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논문에만 존재하는 기술을 실험 수준에서는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양산하는 수준으로 장비를 만들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데 그걸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도전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압수소 장비이기 때문에 내재된 위험성을 안전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이 더해져 저희 장비가 발명됐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뛰어난 장비라도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HPSP가 만든 고압수소어닐링 장비도 초기에는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HPSP는 반도체 공정 미세화라는 기술적 트렌드에서 자신들의 장비가 쓰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인내했고 큰 성과로 이어졌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진입장벽 최소 4~5년, 고객사 확대·신규 장비 개발 '성과 가시화'
HPSP가 만드는 고압수소어닐링 장비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장 선도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HPSP의 경쟁력은 확고하지만 업계에서는 경쟁사가 등장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에 관해 김 대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쟁사가 고압수소어닐링 장비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크게 3개의 장벽이 있다"며 "우선 HPSP의 기술을 회피하여 장비를 제작해야 하는 데 특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고압수소어닐링장비에 관한 복수의 안전 인증을 획득하고 고객사 온사이트 퀄 테스트(품질검증)을 받는 등의 절차를 완료하는 데 4~5년이 걸린다"며 "또 초기단계부터의 협업(early engagement)이 중요한데 로직, 파운드리, 메모리 등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HPSP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HPSP는 로직, 파운드리 분야의 글로벌 최상위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시장에 익히 알려져 있다. 현재 16나노 이하 공정을 하는 글로벌 시장의 중위권 업체들까지도 HPSP 장비를 쓴다. 해외에 수백 개의 하위권 업체들까지 고려하면 거래처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라 메모리 제조사도 거래처로 부상하고 있다. HPSP는 이와 관련해서도 이미 고객사를 확보했다. 낸드와 메모리 분야에 각각 1개 기업이 이미 HPSP의 장비를 양산에 적용 중이다.
HPSP는 장비 라인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신규 고압장비 개발을 위해 벨기에 연구기관 아이맥(IMEC)과 협력하고 있다. 특히 고압산화공정(HPO) 장비 개발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달 글로벌 톱티어 고객사의 퀄을 시작했다"며 "이 장비 역시 HPSP만 하고 있으며 고압수소어닐링보다 많은 공정에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 신사옥 준공, 캐파 2배 이상 증가…"역량 갖춘 인재 합류 기대"
HPSP는 2022년 7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당시 공모 자금으로 750억원을 조달했다. 이 중 385억원을 신사옥 건설 등 시설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신사옥은 업무공간, 생산 공장, 연구소 등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이번 시설투자를 통해 HPSP의 생산능력은 2배 이상으로 커졌다.
HPSP는 이달 18일 신사옥 준공을 기념하는 사내 행사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의 대표이자 HPSP의 이사회 의장인 이기두 대표, HPSP 초기 창업 멤버인 마누엘 스콧 리베라(Manuel Scott Rivera)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축사에서 "2017년 HPSP에 투자할 당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며 "HPSP의 여정은 끝없는 설득의 연속이었고 이를 통해 고객, 임직원, 투자자 모두가 믿음을 가지고 오늘날까지 함께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7년간 제로투원(Zero to one) 기업을 만들어냈고 이제는 글로벌 최상위 장비회사들처럼 'One to N'(1에서 N배라는 뜻)으로 만드는 시기"라며 "이제는 HPSP의 시간이며 넥스트 글로벌 챔피언을 함께 만들어가자"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사옥을 만들면서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키웠고 연구개발(R&D) 능력을 신규 연구소 개설로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신사옥이 역량있는 인재들을 유치하는 데 큰 보탬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는 "신사옥이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