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업계 원가 점검]대상, '옥수수값 하락·포도당 대체'로 원가절감1분기 매출원가율 '73%' 3년 간 최저치, 설탕값 급등에 전략적 원료 교체
홍다원 기자공개 2024-06-21 07:42:03
[편집자주]
원가 절감, 가격 인상, 물가 안정. 식음료 기업과 떼어 놓을 수 없는 키워드들이다. 이들의 수익성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원가를 관리하는지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와 치솟는 국제 원자재 가격 속에서 식음료 기업들이 마련한 비용 통제, 전략 제품 강화 등 치열한 원가 관리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높은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던 대상이 옥수수값 하락으로 부담을 덜고 해외 글로벌 식품 시장을 공략하며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품 부문에선 마진이 높은 장류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소재 부문에선 원재료 단가가 하락한 덕을 봤다.특히 원가 절감을 위해 전략적으로 원재료를 대체하고 있다. 가격이 급격히 오른 원당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포도당으로 원료를 바꿔 부담을 줄이는 식이다. 향후 원당 가격이 하락한다면 얼마든지 원당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대상은 사업 특성상 원가 변동성에 따른 부담이 큰 만큼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성장성이 큰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내수보다는 가능성과 수요가 높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데 힘쓸 전망이다.
◇브라질·미국 작황 호조로 '옥수수가격' 12% 감소
대상의 2024년 1분기 매출원가율은 73.69%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76.49%) 대비 2.8%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매출원가가 7570원에서 7697억원으로 소폭 확대됐음에도 매출이 9896억원에서 1조445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매출원가율이 개선됐다.
매출원가율 73%는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식량 안보 및 물가 안정을 위한 곡물 수출 제한 등으로 대상 원재료 부담은 급증했었다. 2022년과 2023년 매출원가율은 75%~76%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원가 부담 등 영향으로 1399억원에서 1237억원으로 11%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안정적인 원가율을 기록한 건 톤당 옥수수 수입 가격이 안정된 덕이다. 대상은 대규모 전분 및 전분당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가공해 제빵, 제과, 제지, 섬유, 액당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옥수수 수입 가격이 중요하다.
옥수수 수입 가격은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1톤 당 35만원대던 옥수수 가격은 2022년 48만원, 2023년엔 41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 1분기 들어 브라질과 미국 등 작황 호조가 이뤄지면서 옥수수 가격이 36만원대로 12% 감소했다.
전분당 사업의 주요 원재료인 옥수수 가격 하락으로 원가 부담을 덜면서 그간 타격을 입었던 소재 부문(전분당·라이신)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2023년 1분기 58억원 손실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16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힘입어 대상의 1분기 영업이익은 4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1.5%나 급증한 수치다. 영업이익이 늘어나면서 분기순이익도 207억원으로 53% 증가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소재 부문 매출액은 3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성장했다. 식품부문(신선식품·편의식품·조미료류) 매출액도 88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장류 등 주요 제품은 물론 설날 선물세트 판매가 확대된 덕분이다. 식품부문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같은 기간 12.2% 늘었다.
식품 부문의 경우 가격 인상 효과도 긍정적인 역할을 더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상의 주력 제품인 조미료와 장류는 일반 식품보다 마진이 높은 제품으로 꼽힌다. '(현미)찰고추장' 3kg당 가격은 3년 간 3만83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22%, '재래식안심生된장' 2.8kg당 가격은 1만7200원에서 2만1600원으로 25% 각각 인상됐다.
◇전략적인 원재료 대체 전략, 글로벌 식품 사업 확대
사용하는 원재료를 바꾸는 것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했다. 식품회사들은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원재료를 매입하거나 비축하고 있다. 대상 역시 가격 인상 시기 등을 고려해 원재료 확보와 재고 관리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분당과 조미료 사업을 담당하는 대상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PT DAESANG INGREDIENTS INDONESIA)은 2023년부터 원당 등을 매입하지 않았다. 원당 수입 톤당 가격은 2021년 51만원, 2022년 66만원, 2023년 68만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설탕 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에 부담이 커졌고 이에 따라 추가로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당과 포도당 등 당류는 대상 사업부문에서 msg 등 조미료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특히 올해 1분기 들어서는 원당을 포도당으로 대체했다. 균 등을 발효시키는데 사용되는 주요 재료인 당류를 비싼 설탕보다 가격이 하락한 옥수수 등에서부터 얻을 수 있는 포도당으로 교체한 것이다. 대상은 전략적으로 원재료를 매입해 추후 원당 가격이 하락하고 포도당 가격이 오른다면 원당을 다시 매입하는 식의 전략을 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사적으로 원가 부담을 관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앞으로 대상에게 주어진 과제는 해외 매출 비중 늘리기다. 물론 같은 원료를 수입해 해외 또는 국내로 제품을 보내기 때문에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린다고 해서 원가 절감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수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정체됐고 같은 제품을 팔아도 폭발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규 시장을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원재료는 기후 변화와 주요 작황 시장 상황에 따라 급변하기 때문에 다양한 매출 통로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상은 높아지는 K-푸드 수요에 발맞춰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지 공급망을 구축해 한식 제조 기반을 넓히기 위해 일본에서는 2023년 1분기 식품 제조업체를 인수했다. 미국에서는 LA 공장 완공에 더해 현지 식품 제조업체를 인수해 김치, 편의식, 소스, 고추장 등 매출을 늘리고 한식의 현지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해외 무대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2023년 2분기에는 폴란드 합작법인, 2023년 4분기엔 호주 법인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김치 공장을 건설하고 유럽 등 신규 시장을 공략해 나갈 전망이다.
실제 해외 수출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2000억원에 그쳤던 장류, 조미료 등 수출액은 2022년 2338억원, 2023년 2579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대상의 전체적인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은 7:3 정도지만 글로벌 식품 사업을 확대해 해외 매출 비중을 갈수록 늘려나가겠다는 설명이다.
대상 관계자는 "옥수수 가격이 하락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설탕값이 워낙 올라 비싼 설탕 대신 당류를 옥수수 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포도당으로 대체해 사용하면서 전략적으로 원재료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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