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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학 하이젠알앤엠 대표, 자사주 활용 '대주주 등극' 자사주 비율 2022년 말 59%, 액면분할 후 3100만주 무상소각

성상우 기자공개 2024-06-21 10:30:16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젠알앤엠의 전신은 LG전자 모터사업부다. 글로벌 승강기 전문기업 오티스가 2000년대 들어 사업부를 인수했다. 2007년 사업 분할을 통해 매물로 나온 회사를 하이젠모터(현 하이젠알앤엠)가 사들였다.

최초 인수 당시 김재학 하이젠알앤엠 대표는 3대주주였다. 대표이사직을 맡았지만 지분구조상 확고한 지배력을 갖췄다고 보긴 힘들었다. 그로부터 15년 뒤 김 대표는 압도적인 최대주주 지위를 굳혔다. 이 과정에서 자사주를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인수 당시, 김재학 대표 지분율 19% 불과

2007년 오티스로부터 회사를 인수할 당시, 김 대표 개인회사인 ‘다노코프’를 비롯해 여러 주주가 참여했다. 인수 직후인 2008년 말 기준 최대주주는 국민연금 자금이 들어간 ‘국민연금 06-1 IMM12호기업구조조정연합’ 펀드(지분율 41.3%)였다. 이 때문에 하이젠모터는 일명 ‘국민모터’로 불리기도 했다.

단일 기준 2대 주주는 하나은행이 주도한 펀드 ‘하나-캠브릿지-아이엠엠사모조합’ 펀드(지분율 20.6%)였다. 김 대표의 다노코프는 3대 주주(지분율19%)였다. 익명으로 처리된 기타 개인 주주 명단에 김 대표 개인지분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김 대표 배우자(김혜숙)의 형제인 김영호 회장 소유 일신방직이 함께 매입한 지분(9.5%)을 합치면 실질적인 2대 주주로서의 지배력을 갖춘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국민연금 펀드가 최대주주인 지분구조는 한동안 이어졌다. 2013년 말까지도 펀드는 36%대 지분을 유지했다. 하나은행 펀드 역시 18%대 지분율로 일정 수준을 계속 보유했다. 그 사이 일신방직이 13%선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고 김 대표 아들 김우진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다노인터내셔널'도 지분 확보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 측 지분(다노코프, 일신방직, 다노인터내셔널)은 28%선까지 올랐다.

국민연금 펀드는 2014년부터 주주 명단에서 사라졌다. 대신 ‘이에이그로쓰유한회사(이하 이에이그로쓰)’가 새 최대주주로 등장했다. 총 주식 수 변동이 없는 걸로 봐서 국민연금 펀드의 구주 대부분이 이에이그로쓰 측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펀드의 엑시트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다.

같은 해 자기주식을 갖게 된 하이젠모터(자사)도 처음 주주 명단에 올랐다. 국민연금과 하나은행 펀드의 잔여 엑시트 물량을 회사(하이젠모터)가 사들이면서다. 사들인 물량이 자기주식으로 비축됐다.

하이젠모터의 자사 주주 지분 매입이 본격화되면서 자기주식 지분율은 이듬해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2014년 11%대였던 자기주식 비율은 △20.1%(2015년) △29.8%(2016년) △34.8%(2017년) △48.7%(2018~2019년) △58.7%(2020~2022년)까지 치솟았다.

◇자사주 매입 후 '액분→무상소각'

비상장사라 할지라도 60% 수준의 자기주식 비율은 상장을 앞둔 국내 기업 중에선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다.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자기주식을 늘린 이유는 김 대표의 최대주주 등극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하이젠모터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이에이그로쓰가 보유한 자사 지분(구주)을 모두 사들였다. 사들인 지분은 자기주식으로 비축됐다. 수백만주 물량을 한꺼번에 매입한 탓에 자기주식 비율은 48.7%(287만주)로 올랐다.

이로써 2019년부터는 주주 명단에 다노코프와 일신방직, 다노인터내셔널만 남게 됐다. 기타 개인주주가 있었지만 총 지분율 10% 미만으로 소수 지분이다.

이 과정에서 2대주주였던 일신방직은 실질적 최대주주(지분율 22.5%)로 올라섰다. 회사 자금을 들여 기존 최대주주를 엑시트시켜준 덕분이다. 일신방직은 별도의 자체 자금을 들이지 않았지만 자동으로 최대주주로서의 지배력을 갖추게 됐다.

일신방직은 곧바로 일부 지분 매도에 나섰다. 2018년 말 132만주였던 보유 지분을 약 2년에 걸쳐 80만주로 줄였는데 해당 매도 물량 역시 하이젠모터(자사)가 사들였다. 이로써 자기주식은 3460만주(지분율 58.7%)로 더 늘어났다.


일신방직이 지분율을 절반 가까이로 줄이면서 2020년에 다노코프가 자동으로 최대주주(지분율 13.5%)가 됐다. 자사 최대주주 지분을 회사(하이젠모터) 자금으로 매입하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최대주주를 두 번 바꿔놓은 셈이다.

당시 다노코프의 지분은 2007년 오티스 모터사업부 인수 당시 80만주가 전부였다. 약 12년간 주식 추가 매입 없이도 앉은 자리에서 최대주주가 됐다.

주주명단에 △하이젠모터(자기주식, 58.7%)와 △다노코프(지분율 13.5%) △일신방직(지분율 12.7%) △다노인터내셔널(6%) △기타 개인주주(9.1%)만 남은 상태에서 경영진은 이사회에서 10분의 1 액면분할을 결의했다. 주주들 보유 주식수가 전부 10배로 늘었다. 다노코프 보유 물량도 80만주에서 800만주가 됐다.

자기주식도 346만주에서 3460만주로 함께 늘었다. 다만 그 중 3160만주에 대한 무상 소각이 곧바로 단행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72억원 상당이다. 자기주식의 액면분할 효과가 제거된 셈이다.

이를 통해 60% 수준이었던 자기주식 지분율이 한 순간에 10.95%로 내려가고 낮은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에 있던 다노코프의 지배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노코프 지분율은 29.21% 수준이다. 더 확고한 최대주주로서의 지배력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다노코프가 들인 자체 자금은 없다. 회사 자금을 활용한 주요 주주 지분 매입과 액면분할, 자기주식 무상 소각 만으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자기주식은 아직 9.71% 가량 남아있다. 다만 지배력 구축이 끝난 만큼 예전과 같은 활용도는 떨어진 모습이다. 회사 측은 이 물량을 향후 ‘인력 확보’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이젠알앤엠 관계자는 "회사가 지방에 있어서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데 애로사항이 좀 있다. 남아있는 자사주는 스톡옵션 등 형태로 기술 인력 채용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면서 "5년간 인력 확보 용도로 활용하고나서 남은 물량이 있으면 소각하거나 매각하는 식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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