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우리은행장, '100억 횡령 사태' 후 잠행 끝…첫 심경 토로 [현장줌人] 은행장 간담회 참석 전 재발 방지 약속…사태 수습에 달린 차기 행보
최필우 기자공개 2024-06-20 12:29:21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13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사진)이 최근 발생한 '100억원 횡령'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융사고가 드러난 이후 몇몇 대외 일정을 취소하며 잠행을 이어왔으나 금융감독원장 주관 행사의 무게감을 고려해 간담회에 참여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ELS 우등생'으로 돋보일 기회였으나 내부통제 부실 사례가 돼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심경 발표로 대외 행보를 재개하면서 조 행장의 리스크 대응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한달 뒤 있을 하반기 인사에서 내부통제 관련 임직원 교체나 추가적인 조직 개편이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조 행장은 빠르게 분위기를 쇄신해야 내년 연임에 도전하고 은행장 임기 이후의 행보도 기대할 수 있다.
◇'ESG 우등생→횡령사태 반복' 상황 급변
조 행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감원장과 은행장들의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 앞에 섰다. 조 행장은 "우리은행을 사랑해주시는 고객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20개 은행장이 참석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조 행장에게 집중됐다. 지난 10일 우리은행 영업점에서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태가 드러난 이후 조 행장의 첫 공개 석상 참여였기 때문이다.

조 행장은 횡령 사태 이후 대외 행보를 재개하는 데 신중을 기했다. 10일 주간에 있었던 LG유플러스와의 알뜰폰 서비스 제휴 협약식 참여를 마지막으로 일주일여간 잠행을 이어왔다. 참여가 약속됐던 몇몇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태가 발생한 이후 2년 만에 대규모 횡령 사건이 재발했다는 점에서 대외 행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는 불참 결정이 쉽지 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개 은행장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 주관인 데다 시중은행장은 물론 지방은행장과 인터넷은행 대표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간담회에 우리은행 내부 문제를 이유로 불참할 순 없었다. 횡령 사태가 금융권을 넘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만큼 간담회 참여 전 언론에 메세지를 전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우리은행은 횡령 사태가 아니었으면 간담회에서 모범 사례로 꼽힐 수 있었다. 이 원장이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재발 방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강화를 화두로 삼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예외적으로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판매 규모가 적어 손실 사태에서 한 발 빗겨나 있다. 한국포스증권 인수 전 증권사가 없었던 터라 그룹 부동산 PF 익스포저도 적은 편이다.
횡령 사태 재발로 우리은행이 처한 상황은 급변했다. 다음달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 실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또 개별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감원장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 원장도 간담회에서 횡령 사태 재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금융 명가 재건' 갈긴 먼데…인사로 분위기 일신할까
조 행장은 하반기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서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앞서 올해 시중은행 순이익 1위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빠르게 영업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기업금융 명가 재건 프로젝트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횡령 사태로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하반기 인사가 사태 수습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준법감시인, 내부통제지점장 등 횡령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한 인사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행장은 지난 4월 정기 인사 3개월여 만에 글로벌그룹장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던 터라 내부에서는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정기 인사에서는 파생상품 트레이딩 과정에서 10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로 자금시장그룹장이 교체된 바 있다.
횡령 사태 수습과 빠른 영업 동력 회복에 조 행장의 추후 거취도 달려 있다. 조 행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1년 반의 임기를 받아 올해 말 첫 임기가 만료된다. 우리금융이 계열사 CEO의 책임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재무적, 비재무적 성과가 연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행장 연임에 성공해야 추후 우리금융 회장에도 도전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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