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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ETF 3위 경쟁]고래싸움 만큼 치열한 새우싸움 "물러날 곳이 없다"①3년차 배재규 ACE 배수진…신임 김영성 STAR와 한판승부

이돈섭 기자공개 2024-06-25 07:50:25

[편집자주]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3위 자리를 놓고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치열한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양강체제를 구축한 시장에서 확고한 '넘버쓰리'는 누가 될 것인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지켜야하는 자와 빼앗아야하는 자의 간절하고도 치열한 싸움을 총 세 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ETF 시장 3위 자리를 놓고 한국투자신탁운용과 KB자산운용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투운용은 삼성자산운용 ETF 사업을 일궈낸 배재규 전 부사장을 2년 전 대표로 영입해 사업 확대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KB운용은 올해 김영성 대표를 새로 맞은 뒤 ETF 사업 조직 개편을 시작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시장 3위 자리를 둘러싼 두 운용사의 쟁탈전이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올 연말 혹은 내년 초까지 ETF 사업 결과에 따라 두 운용사 수장들의 표정도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ACE 배재규 대표 "강판이냐 완투냐, 연임 명분이 필요하다"

2021년 말 배재규 당시 삼성운용 총괄 부사장이 한투운용 사령탑으로 지명됐다는 소식이 금투업계에 전해졌을 때 시장에선 한투운용 ETF 사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쏟아졌다. 배 대표가 삼성운용 ETF 사업을 일구면서 삼성운용을 1위 사업자로 만드는 데 공헌했고 이 과정에서 국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배 대표는 한투운용 대표 취임 당시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 운용업계 트랜드가 액티브에서 패시브로 전환하고 있으며 투자 비히클도 펀드에서 ETF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투자 유망 분야에서 테마형과 연금형 상품을 꾸준하게 개발해 국내 ETF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배 대표는 대표 취임 후 마케팅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리브랜딩 작업에 착수하며 메가 트랜드를 좇는 ETF 상품을 속속 출시했다. 배 대표 취임 직전인 2021년 말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 규모는 3조4214억원.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해 말 ETF 순자산은 5조9179억원으로 크게 불어났고 최근 10조원대를 돌파, 10조1400억원을 기록중이다.

개별 하우스로는 상당한 성과이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전체 성장세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1년 말 4.6% 수준이었던 한투운용 시장 점유율(순자산)은 지난해 말 4.9%를 기록, 2년간 0.3%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시장 순자산이 74조원에서 121조원으로 63.7% 확대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부진한 것 아니냐는 반문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투운용의 의미있는 ETF 성장세를 순자산 기준 3위 진입 여부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 대표 취임 이전부터 현재까지 한투운용은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KB운용 등에 이어 4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현재 KB운용과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 차이는 2조원 정도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ETF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각 사업자 순자산 규모도 자연스럽게 확대했는데, 중요한 건 타사 대비 구별되는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그룹 입장에서도 취임 3년 차에 접어드는 배 대표 체제에 기대하는 바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지난해 3월 재임, 올 3월 연임에 성공했다. 현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다.

배 대표의 연임 여부는 오롯이 한국투자금융그룹 김남구 회장의 의중에 달려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명분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내부적으로는 올 연말까지 점유율 확대와 3위 탈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성 대표의 과제 "STAR 점유율, 역전 허용 안된다" 자존심 싸움

3위 사업자 KB운용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현재 KB운용 ETF 순자산은 11조1951억원. 시장 전체에서 7.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KB운용 뒤를 좇는 한투운용과의 점유율 차이는 1.6%포인트에 불과하다. 2년 전인 2021년 말까지만 해도 KB운용과 한투운용 간 점유율 격차가 3.3%포인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운용사 간 격차가 상당폭 줄어든 셈이다.

하위 업체와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건 결국 KB운용의 성장세가 타사 대비 저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KB운용의 ETF 순자산 규모는 9조70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약 40% 증가했는데, 이는 삼성운용(47.9%)과 미래에셋운용(51.0%), 한투운용(93.9%), 한화자산운용(104.4%) 등 주요 사업자 성장세에 비해 낮은 성과였다.

그 결과 2022년 말 KB운용의 순자산 기준 점유율은 8.9%였는데 지난해 말에는 8.0%로 1년새 1%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국민은행과 KB라이프 등 그룹 계열사 지원 규모가 작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를 압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민한 전략의 부재가 거론된다. KB운용 ETF 사업의 저성장 추이는 경영진 입장에서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과제였음에 틀림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대표로 취임한 김영성 KB운용 대표는 ETF 사업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 신년사에서 "자산운용도 과거와 달리 펀드보다 ETF가 중심이 되고 지점 판매보다는 온라인 판매 등으로 판매채널이 변화했다"며 "ETF 성장을 위해 본부간 시너지가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대표가 올초 대표 취임 이전부터 타사 ETF 사업을 주도해 온 외부 인사 영입을 검토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고민을 잘 대변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사업 재편을 위해 타 운용사 헤드급 인력 영입을 시도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이 과정에서 김찬영 전 한투운용 본부장과 연결됐고 실제 영입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한투운용에 점유율을 따라 잡힐 경우 KB운용이 입을 타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올해는 김영성 대표의 취임 첫 해인 만큼 점유율 역전시 경영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ETF 사업을 더욱 각별히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상품 다양성은 현재 포화 상태에 다다라 타사와 차별화한 상품을 선보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계열사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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