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 상장기업의 퇴직연금 DB적립금 운용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사업보고서상 DB적립금 규모 등이 기재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을 통해 운용하고 있으며, 목표 수익률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해당 기업의 운용계획서(IPS)에 맞춰 면밀히 공개하자는 내용이다.적립금 운용 결과가 직원 임금 상승률보다 낮다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부채 규모는 커지기 마련이다. 직원 복리후생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칫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 투자자를 주주로 맞이하고 있는 기업의 적립금 운용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면 소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적극 운용하라는 주주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
논쟁거리가 남아있는 일부 기업 적립금 운용 방식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2년여 전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가 직접 시공사로 참여하는 주상복합 개발사업 프로젝트에 자사 DB적립금을 태운 적이 있었다. DB적립금 투자 범위가 DC·IRP 제도에 비해 광범위하다고 하더라도 이해상충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DB적립금 운용 공시는 기업의 운용능력 상향 평준화와 일부 법인 회색지대 희석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다. 이 과정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수요가 커져 펀드와 채권 등을 주로 공급하는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만 웃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전 업권 사업자 간 경쟁을 촉발시켜 전문성이 강화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의 찬성 없이는 이 제안이 현실화되긴 어렵다. 대다수 기업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최소 기준에 맞춰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공시 의무화가 이뤄지면 업권 안팎에서 훈수질이 빗발칠 게 뻔하다. 상장기업 재무 관계자들은 '우리회사 직원 연금 재원을 밖에서 감놔라 배놔라 지적하는 게 말이 되냐'며 격양된 반응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 기업의 DB적립금 운용 행태는 정책당국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딱히 나아진 점이 없다. DB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내부 전문인력 부재로 사업자 의견에 끌려다니는 법인도 적지 않다.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연금재원을 맡겨놨는데 정작 그 돈을 잘 운용하고 있는지 면밀히 감시하는 눈이 없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사업자와 법인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다 보면 절충안이 나올 것이고 그 안에서 작은 변화부터 시작한 뒤 개선해 나가면 될 일이다. 기업 밸류업 차원에서라도 금투업계 의견이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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