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프로파일]IB 외길 '28년 삼성맨' 이상현 삼성증권 본부장대우건설 매각 등 랜드마크 딜 수차례 수임…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솔루션' 추구
윤진현 기자공개 2024-06-25 13:30:40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상현 삼성증권 Corporate Finance 1본부장(사진)은 대표적인 '삼성맨'으로 꼽힌다. 1996년 공채로 삼성그룹에 입사한 후 어느덧 28년의 세월을 삼성에서 보냈다. 투자은행(IB)업의 태동과 성장을 거쳐 성숙기인 현시점에 이르기까지 자리를 지켰다.M&A(인수합병)부터 정통 IB 영역인 IPO와 부채자본시장(DCM)까지 두루 거친 그는 IB업의 존재 이유를 고객에게서 찾았다. 자본시장의 영역이 확장돼도 늘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는 고객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 이는 삼성증권의 IB맨들이 늘 변화에 민첩하게 움직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목표는 고객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삼성증권 IB맨들의 기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성장 스토리 :투자은행의 가능성, M&A부터 '정통 IB'까지
1996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상현 본부장은 금융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상업은행(CB·Commercial Bank)이 주력 금융사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투자은행업의 발전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는 "글래스스티걸법으로 인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이 엄격히 구분되는 시대였고, 특히 상업은행이 주류 금융사로 여겨졌다"며 "그럼에도 해외 금융시장에서 굳건히 자리잡은 투자은행 모델이 우리나라에서도 발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증권업에 발을 딛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시기 삼성그룹은 한일투자금융을 인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1992년 삼성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리그테이블 10위권 밖을 맴도는 중소형 증권사에 속했다.
1990년대 취업준비생이던 그도 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했다. 고심 끝에 발끝은 삼성증권으로 향했다.
어느덧 삼성증권에서만 28년의 세월을 보냈다. 오랜 기간 삼성증권에 머물며 IB 비즈니스를 보다 폭넓게 경험했다. 삼성증권에서 가장 먼저 맡은 업무는 어드바이저리다. M&A팀에서 자문과 언더라이팅 업무를 주로 진행했다. 2011년까지 무려 15년의 세월을 M&A업에 쏟아부었다.
이후 기업금융팀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고객사 조달을 전담하게 됐다. IPO와 채권영업, 인수금융 등 그간 하던 업무와 완전히 다른 업을 맡게 된 셈이다. 말 그대로 '정통 IB'를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업무 철학 및 스타일: 첫째도, 둘째도 '고객'
"고객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업무 철학이다."
삼성증권의 IB맨으로서 업무 철학은 고객 중심의 사고다. 그는 "철저히 발행사와 투자자들, 고객 맞춤 전략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비즈니스 규모는 작든 크든 고객사의 수요에 맞춰 최적의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진정한 의미의 영업은 발행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라 바라봤다. 이를 위해선 관계와 신뢰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봤다. 소신을 지키되 사려 깊게 고심해 전략을 제시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고객 중심 업무 철학은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 광범위한 커버리지 영역을 두고 각 기업에 맞춰 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례로 한 기업이 IPO를 진행할 경우 IPO 인력뿐 아니라 그간 관계를 쌓던 커버리지 인력이 협업을 진행한다. 모든 IB 조직이 고객을 위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다.
◇트랙레코드1: 대우건설 매각 딜, '한계'를 넘다
자산관리공사는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2004년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외 IB 하우스의 치열한 경쟁 끝에 삼성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 기회를 얻었다. 이때 프로젝트매니저(PM)이던 이 본부장은 실사 과정부터 사업부 핵심 인물과의 관계 형성 등을 전담해야만 했다.
그는 "규모가 큰 딜이었고 시장의 우려도 잇따랐음에도 흥행한 딜로 평가받는다"며 "매각 대상인 대우건설뿐 아니라 대우그룹의 재무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했는데 이때 참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대우건설 매각 초기 단계만 해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초기 의사를 건네받은 건설사들은 인수대금이 1조원 정도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 반전이 생긴 건 매출이 급격히 성장한 직후로 전해진다. 4조원 전후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2005년까지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결국 2005년 11월 주관사단이 국내외 투자운용사에 티저레터를 배포했다. 예비 입찰에 주산, 금호, 한화 등 대기업뿐 아니라 유진그룹, 대주그룹, 경남기업 등 중견기업도 도전장을 냈다.
치열한 경합 끝에 6조6000억원의 인수가를 써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최종 인수가는 6조4255억원으로 결정됐다. 결국 2006년 12월 15일 매각이 완료돼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됐다.
◇트랙레코드2: "위기를 기회로" ING생명 IPO
2017년 ING생명이 IPO(기업공개) 시장에 등판했다. 과거 생명보험 IPO 딜에서 뼈아픈 경험을 했던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기업금융2본부에서 총괄직을 맡던 이상현 본부장도 함께 뛰어야 했다.
결과적으론 국내보단 해외에서 반응이 더 뜨거웠다. MBK파트너스가 당시 ING생명 지분 3350만주를 구주매출할 계획이었는데, 해외에서만 총 6396만5547주의 주문을 받았다. 특히 ING생명의 안정성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ING생명의 안정적인 재무건전성과 배당 매력을 어필했던 전략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적중했다. ING생명은 보험부채 시가평가가 골자인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도입되더라도 지급여력비율(RBC)이 다른 보험사 대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즉 자본 확충 부담이 없어 40%가 넘는 배당성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였다. 해외 투자자들도 이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랙레코드3: '25년' 최장기 프로젝트, 우리금융 민영화
자그마치 23년이 걸린 역대 최장기 딜.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경영권 매각 움직임은 2001년부터 관측됐다. 이후 2010년 삼성증권과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JP모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이 시작됐다.
최종적으로 예금보험공사의 잔여지분을 매각 계약을 체결한 건 2023년 10월이다. 이때까지 총 7번의 시간외 대량매매(지분 블록딜)과 4번의 입찰매각이 이뤄졌다. 이상현 본부장은 기업금융 업무를 맡아 1~2건의 딜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긴 세월을 묵묵히 함께 했다.
올 3월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1.24%를 전량 매각했단 소식을 밝혔다. 이번 딜 역시 블록딜 형태로 이뤄졌으며 공적자금 1366억원을 회수했다.
◇향후 목표: 고객에게 '퍼스트콜'을 받는 IB 하우스
삼성증권의 IB본부는 규모가 커진 만큼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ECM과 DCM 외에도 구조화 금융과 인수금융 등 점차 분야는 넓어지는 상황이다. 즉 다루는 상품도, 다뤄야할 자금도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짚었다. IB를 둘러싼 영업 환경이 변화하는 만큼 적응이 필요하단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IB가 민첩하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배경은 뭘까.
그 답 역시 고객에게서 찾았다. 그는 "저희가 지향하는 커버리지업은 고객에게 가장 먼저 부름을 받는, 퍼스트 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시장 상황이 바뀔지라도 고객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변동성의 시대 속 고객의 수요에 맞춰 최적의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때, 고객과의 성숙된 관계가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 본부장은 "자본시장의 흐름에 발맞춰 고객에게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게 목표"라며 "조직이 커지고 기능이 늘어나도 고객과의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유지하는 하우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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