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ing Watch]SK이노, SK E&S 합쳐도 '재무 부담' 그대로?지속된 배터리 적자에 글로벌 신평사 '부정적' 시각…국내 신평사 '일단' 지켜본다
이정완 기자공개 2024-06-24 08:13:25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16: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설을 놓고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에선 연이어 등급을 하락시키거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다만 국내 신용평가업계에선 여전히 SK이노베이션에 대한 AA급 평가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만약 두 회사 간 빅딜이 성사된다 해도 지금과 같은 시선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SK E&S가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배터리 사업 실적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지만 두 회사 모두 차입금이 많아 재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신평사, 'AA급' 평가 변함 없었다
20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설이 흘러나오며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 향방에도 관심이 커졌다. 이달 말 합병이 공식 발표되면 이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낼 계획이지만 일찌감치 신용등급에 끼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합병까지 고민하며 새로운 전략을 세우게 된 배경에는 SK온이 있다. 실제로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이 이미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 시작은 S&P글로벌레이팅스부터였다. 지난 3월 S&P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 감소와 설비 투자 부담을 이유로 기존 'BBB-'에서 'BB+'로 한 노치(Notch) 낮췄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BB급은 투기 등급으로 평가 받는다.
무디스도 보수적인 평가 기조를 드러냈다. 지난 12일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 전망을 'Baa3,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Baa3' 등급은 다른 신평사의 'BBB-'에 해당한다. 통상 부정적 등급 전망이 1년 내로 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받아들여지는 만큼 투자적격 등급 사수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는 지난달 정기 평가를 마무리한 뒤에도 등급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3대 신평사 모두 ‘AA,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유지했다. 물론 배터리 실적 부진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대규모 설비 투자 또한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유와 윤활유 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점을 더욱 양호하게 평가했다. 2022년 유가 급등 덕에 연결 기준 3조917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지난해 감소하긴 했으나 1조2868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윤활유 사업에서만 1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근본적 해결책은 SK온 IPO?
하지만 언제까지 정유와 윤활유 사업이 배터리 사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상반기까지는 캐시카우가 되는 사업에 힘을 실어줬지만 하반기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달라진 평가 기조를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600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한 배터리 사업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수요 감소와 고객사 재고 조정 등으로 인해 3315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희망적인 부분이라면 하반기 들어서는 수요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생산 수율도 나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SK E&S와 합병도 배터리 실적 변동성 보완을 위한 목적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A, 안정적’ 평가를 동일하게 받고 있다. 발전·에너지와 도시가스 사업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벌었지만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신사업 투자를 위해 돈을 많이 빌린 상태라 차입 부담을 지적 받는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두 회사 모두 차입 부담이 큰 만큼 실질적인 재무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1분기 말 연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20조원이 넘는데 SK E&S도 4조원에 달한다. 2020년대 들어 재생에너지나 수소, 친환경LNG 같은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매년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해 덩달아 차입이 늘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SK E&S와 합병이 아닌 SK온의 상장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실시하는 이유도 부채가 아닌 자본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대규모 추가 차입은 재무 부담을 키우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SK온 IPO에서 SK이노베이션이 구주 매출을 실시해야 가중된 재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SK온의 상장이 SK이노베이션 전반의 안정성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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