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07: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경에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격언이 있다. 힘과 권력을 남용하면 언젠가 대가를 치른다는 말이다. 넓은 의미에서 본인의 재주를 너무 믿고 의지하면 화를 입을 수 있다는 표현으로 쓰인다.SK그룹은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리더들을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신규 임원으로 중용해왔다. 그러나 올해 이례적인 경영진 수시 인사를 보면 '투자로 흥한 자'들이 투자로 곤란을 겪는 모양새다.
최근 물러난 박경일 전 SK에코플랜트 사장은 SK그룹에서 투자전략과 인수합병(M&A)에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 2021년 CEO 부임 이후 건설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기 위해 삼강엠앤티(SK오션플랜트) 인수, 싱가포르 폐기물 재활용 기업 '테스' 인수 등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그룹의 그린 사업 전환 기조에 발맞춘 투자였다.
그러나 이는 작년 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부임 이후 정리 대상이 됐다. 2026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사업성이나 이익 면에서 밸류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은 탓이다. 박 전 사장은 그룹의 사업재편 기조에 각을 세우다 지난달 사임했다.
최근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성하 SK스퀘어 대표도 SK㈜ PM부문장 출신의 투자 관리, M&A 전문가다. '11번가 콜옵션 포기 사태' 뿐 아니라 산하 투자 포트폴리오 구조조정 성과가 미진해 인사 대상자가 됐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또다른 복수의 계열사 CEO들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살생부에서 제외됐다더라", "물러날 것이 유력하다" 등 미확인 소문들이 이들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SK 내부에선 투자 전문 CEO들의 수난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의장이 방만한 투자를 지적한 이후 일부에선 전임 경영인의 투자 건들을 앞장서서 부정하고 있다고 한다. 고강도 쇄신 앞에 피도 눈물도 없다.
SK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중장기적으로 옳은 선택일 수도 있다. 투자란 본래 현 상황보다 '다가올 미래'라는 가능성을 보고 자금을 투입해 이익을 거두는 행위다. 유망 기업과 산업 분야가 성장 궤도에 오르기까지 인내심이 요구된다.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2024년의 SK에게 그런 여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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