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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출범 2년만에 매각된 쉴더스, SK그룹 리밸런싱 '1호'①M&A로 불린 몸집, IPO는 실패…투자 FI, 엑시트에 재무부담까지 '이중고'

이상원 기자공개 2024-07-03 07:39:54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6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쉴더스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SK쉴더스는 2021년 SK인포섹과 ADT캡스의 통합법인으로 화려하게 출범했지만 기업공개(IPO) 실패로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가 막히자 지난해 경영권을 매각한 곳이다.

SK쉴더스 매각은 사실상 SK그룹 리밸런싱의 시작을 알린 거래로 봐야 한다. SK그룹이 올 들어서야 포트폴리오 정리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SK쉴더스 매각 때 이미 큰 틀의 재편 구상이 그려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재수만에 ADT캡스 인수, 조단위 거대 보안 전문기업 탄생

SK쉴더스는 2000년 출범한 SK인포섹과 1971년 한국보안공사로 설립된 ADT캡스 간의 합병으로 2021년 탄생했다. 정보보안과 물리보안, 융합보안까지 보안의 모든 영역을 담당하며 국내 대표 보안 전문기업 중 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정보보안 분야에서는 SK인포섹이 2017년 업계 최초로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업계를 선도해 왔다.

SK그룹은 정보보안에 이어 물리보안까지 보안 사업을 확장하길 원했다. 이를 위해 2014년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에 나섰지만 당시 2조원이 넘는 비싼 몸값에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ADT캡스는 인수가 2조1000원을 제시한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의 품에 안겼다. 성장성은 크지 않지만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사모펀드의 구미에 맞았다.

SK텔레콤은 ADT캡스 대신 NSOK을 인수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ADT캡스를 비롯해 에스원, KT텔레캅 등 물리보안 빅3에 밀려 빛을 보지는 못했다. 수년간 별다른 성과없이 방치됐던 NSOK는 2016년 현물출자 방식으로 SK텔링크에 매각했다.

2018년 ADT캡스가 다시 한번 매물로 나오자 SK텔레콤이 다시 나섰다. 이번에는 맥쿼리자산운용(이하 맥쿼리)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약 3조원에 달하는 가격을 지불했다. 당시 1조7000억원은 특수목적기업(SPC)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가 인수금융을 일으켜 떠안았다. 나머지 1조2760억원은 SK텔레콤과 맥쿼리가 각각 7020억원, 5740억원을 부담하며 지분 55%, 45%씩을 나눠 가졌다.

SK텔레콤은 이후 2020년 말 SK인포섹과 ADT캡스 합병 작업에 돌입했다. 통합법인을 출범시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우선 SK인포섹과 ADT캡스 모회사인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 간의 합병을 진행했다. 존속법인인 SK인포섹이 ADT캡스를 흡수하고 사명을 ADT캡스로 변경했다. 이 과정을 거쳐 지금의 SK쉴더스가 탄생했다.

불어난 몸집만큼 SK쉴더스는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SK인포섹을 기준으로 보면 2020년 연결기준 3147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통합법인 출범 이듬해 1조5497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64억원에서 1219억원으로 불어났다. 전체 매출에서 물리보안 비중이 약 60%에 달할 정도로 ADT캡스 흡수 효과는 컸다.

SK쉴더스는 출범과 함께 라이프 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새 출발을 알리며 2025년까지 신성장 사업 매출을 5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물리·정보·융합 보안에 이어 홈보안과 무인화 서비스로 대표되는 라이프 케어 사업을 확장한다는 의미였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 클라우드, 양자 등 기술을 전방위적으로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IPO 재추진 예상 뒤엎은 매각, 그룹 보안 감안해 일부 지분은 유지

승승장구하던 SK쉴더스는 출범 직후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성장을 위한 투자자금도 필요했지만 맥쿼리가 엑시트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했다. 하지만 높게 책정된 몸값으로 IPO는 꼬이기 시작했다. 업계 1위인 에스원보다 매출은 적었지만 이보다 밸류에이션을 높게 잡은 탓이었다.

당시 SK쉴더스는 희망 공모가로 3만1000~3만8800원을 제시했다. 총 발행주식수 9034만282주에 대입하면 시가총액은 최대 3조5052억원에 달했다. 에스원의 시가총액보다 1조원 높은 수준이었다. 맥쿼리의 구주매출도 딜을 어렵게 만들었다. 구주매출은 공모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아 투자자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IPO 시장까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결과로 이어졌다. SK쉴더스는 IPO를 철회했지만 맥쿼리의 엑시트를 감안해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모가 하향조정도 거론됐다. 하지만 회사가 내놓은 결과는 '매각'이었다.

2023년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 사모펀드 EQT파트너스에 SK스퀘어가 보유한 SK쉴더스 지분 33%, 맥쿼리 지분 전량 매각이 이뤄졌다. 사실 경영권 매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ADT캡스 인수 당시 2023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내부수익률(IRR) 6%를 적용한 가격으로 맥쿼리가 보유한 지분을 사주는 조건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SK스퀘어는 자금적 여유가 없었다.

당시 SK그룹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주요 계열사에 대한 투자를 위해 대규모 조달이 이뤄졌지만 2022년 기준금리 인상으로 재무부담이 빠르게 커져갔다. 계열사의 실적 악화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SK쉴더스 매각이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건 SK그룹이 올 들어 알린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절차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주력 계열사를 비롯해 알짜 기업까지 매각 대상이 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에 증시가 침체된 상황에서 SK쉴더스가 조 단위 IPO를 단기간에 재추진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룹의 재무부담도 커지면서 매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당장 그룹의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일정 지분을 유지했고 이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작 SK쉴더스는 EQT에 매각된 후 혹한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8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가량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464억원으로 같은 기간 68% 가량 줄었다. 이 기간 151억원대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한 상태다. 실적이나 재무나 모두 악화된 상태여서 EQT의 투자 부담도 그만큼 커진 상황이다. SK스퀘어 입장에선 '잘 판 회사'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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