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02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BM)의 창업이 줄어든 대신 기술 창업이 늘고 신속한 투자가 중요하던 시기에서 신중한 회수 모드로 프레임이 전환됐다."한 벤처캐피탈(VC) 대표가 유동성 파티가 끝난 이후 완전히 달라진 VC와 스타트업 풍경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한때 뭉칫돈이 몰리며 빅딜 소식이 이어졌던 스타트업 투자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은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등 특정 분야 기업에만 쏠리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VC들의 투자가 급격히 축소된 탓이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를 위해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 모습도 달라졌다. 최근 I투자 유치를 잘 받는 키워드는 'AI, 손익분기점(BEP) 달성, 글로벌' 세 가지다. 영위하는 사업이 기술 기반이 아니더라도 뜬금없이 AI 기술을 강조한다든지, BM과 성장성을 강조해야 할 초기 스타트업이 비용 효율화 전략을 강조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글로벌 진출 계획도 개연성이나 맥락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 내수 시장이 크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다 보니 더 큰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심사역들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큰 전략이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만 달라진 건 아니다. 심사역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당초 성장 가능성을 심사하던 VC들이 이제는 회수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거 BM에 주목하던 심사역은 이제 기술력 검증에 주력하고 있다. BEP 달성이란 키워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심사 기준이 된 이유다.
유동성 파티가 한창이던 시절 투자는 소진이란 표현으로 대체됐다고 한다. VC들이 펀드레이징 자체를 어렵지 않게 생각하다 보니 신속히 집행해야 할 자금으로 봤다. VC는 돈 되는 스타트업에만 주목했고 아무래도 투자 경험으로 검증된 시니어 심사역의 투자 집행이 늘어나고 주니어 심사역의 입지는 좁아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정부가 스타트업 코리아를 외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의 현실은 여전하다. 시장은 더 가혹해졌고 투자 유치는 더 힘들어졌다. 아마 과거처럼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스타트업과 VC 생태계 전반에 활력이 돌더라도 이미 한 번 바뀐 풍경은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바뀐 풍경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혹자는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의 시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본다. 실제 현장은 옥석 가리기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심각하다. 힘든 환경에서 발견한 원석이 보석이 될지 돌멩이가 될지는 지켜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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