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06: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월 16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신춘수 OD컴퍼니 대표에게 축전을 보냈다. 신 대표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만든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토니어워즈에서 상을 받아서다. 희소식은 또 있다. 창작 뮤지컬 <마리퀴리>가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오른다. K뮤지컬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그러나 바로 다음 날 정부가 발표한 3차 콘텐츠산업 진흥 기본계획에서는 뮤지컬 등 공연산업에 대한 지원책이 쏙 빠져 있었다. 해당 정책은 5조원의 정책금융을 쏟아부어 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의 주인공은 게임, 웹툰, 영화, 음악으로 한정되어 있다.
K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정부에서는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해외에서 성과를 낸 작품만 반짝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뮤지컬 관계자의 한숨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K뮤지컬의 글로벌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마치 돈키호테처럼, 청담동 건물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을 날릴 각오로 꿈을 향해 뛰어든 선구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희생이 쌓이고 쌓인 끝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게 오늘날 K뮤지컬의 결실이다. 규모도 상당하다. 아시아 2위 시장으로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도 한국을 주목한다.
적은 지원으로도 K뮤지컬 시장이 꽤 잘 큰 셈이다. 그러나 지금껏 잘 컸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소수의 역량에 좌우되는 산업은 불확실성이 크다. 어느 날 갑자기 K뮤지컬의 명맥이 뚝 끊길 수도 있다.
뮤지컬 강국으로 꼽히는 영국과 대비된다. 영국은 뮤지컬 시장의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산업을 육성했다. 예술위원회, 국립복권기금, 지방정부가 힘을 모았다. 지원 방식도 직접적 자금공급부터 세금 감면, 인재 양성 지원, 규제 완화 등 다양하다.
영국이 뮤지컬 산업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오직 웨스트엔드만을 위해 영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덕분에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미국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산업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런 효과가 미국, 영국에 국한된 이야기일까. 뮤지컬 작품의 주연을 맡은 K팝 스타를 보기 위해 해외 팬이 한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의 관심이 창작 뮤지컬로 옮겨가는 순간 대학로가 아시아의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가 될 수 있다.
정책적 무관심 아래 놓인 K뮤지컬의 미래는 그늘 속 꽃망울과 같다. 정부의 볕이 들지 않으면 K뮤지컬의 꿈은 시들고 만다. 오랜 세월 힘겹게 밀어올린 봉오리가 꽃을 틔우는 건 봐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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