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풍향계]'에폭시 강자' 국도화학, 5년 새 재무체력 저하 이유는실적 저하·대규모 CAPEX로 차입 부담 커져…금융투자자산 등이 유동성 뒷받침
정명섭 기자공개 2024-07-09 07:25:07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5일 10:2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화학사 국도화학은 페인트 원료인 에폭시 수지 시장의 강자다. 작년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65%,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8%다. 매출의 90% 이상을 에폭시 수지 생산·판매로부터 거둔다. 우수한 사업 지위는 국도화학에 안정적인 실적을 가져다줬다.그러나 2023년 들어 중국의 경기 둔화와 중국·대만 경쟁사의 저가 출하 경쟁 여파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동시에 해외 설비 증설로 인한 자본적지출(CAPEX)로 차입 규모가 늘어나면서 재무부담이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커졌다.
◇중국 수요 감소로 실적 저하…CAPEX 부담 겹쳐 재무체력 저하
국도화학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5547억원, 순차입금은 3430억원이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91.8%, 34.4%다.
재무건전성 지표의 절대 수치는 양호한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재무부담이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2019년만 해도 차입금은 2000억원 미만이었고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69.4%, 21.4%였다.
재무체력이 저하한 근간에는 현금창출력 저하와 설비투자로 인한 CAPEX 증가 등이 있다. 국도화학은 2017년 이후 연매출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영업이익률은 3.8~6% 사이에서 움직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침체된 자동차와 조선, 건설 업황이 일부 회복된 2021년에는 영업이익률이 13%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 들어 중국의 산업 경기가 침체하면서 국도화학의 수익성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전세계 에폭시 시장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중국 경쟁사가 에폭시 수지 설비를 확대한 이후 대만 기업과 저가 제품 경쟁이 벌어져 국도화학의 수출이 타격을 입은 것도 실적 저하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2년 969억원이던 국도화학의 영업이익은 2023년 192억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6.1%에서 1.5%로 낮아졌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0.6%를 기록했다.
현금창출력이 감소한 와중에 부산 에폭시 2공장 증설, 시화공장 경화제 생산설비 투자, 인도법인 증설 등이 추진되면서 2021~2023년간 연평균 약 900억원의 CAPEX가 소요됐다. 2021년과 2022년에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유다. 점진적으로 차입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117억원이다. 단기성차입금은 4643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의 2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그러나 935억원 규모의 비유동 기타투자자산이 있고 분기별 150억~200억원 수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뒷받침하고 있어 유동성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는 평가다. 비유동 기타투자자산의 대부분은 채권 등의 금융투자자산이다. 언제든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이라는 의미다.
◇올해부터 CAPEX 부담 줄어…실적 반등은 단기간 내 어려울 듯
올해 중국 내 건설, 산업 경기 회복이 더딘 점을 고려하면 국도화학의 수익성이 단기간에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부산공장 증설 등 굵직한 투자 건들이 일단락돼 향후 2년간 CAPEX 부담은 이전보다 낮아져 재무체력이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내년 중 단행될 CAPEX는 연간 5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인도 에폭시 수지 공장 투자와 중국 닝보 에폭시 수지, 폴리올 공장 등에 자금이 투입된다.
국도화학은 2021년부터 인도에서 에폭시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연산 4만톤 규모다. 이번에 증설을 마치면 생산능력은 10만톤까지 늘어난다. 인도 내 기업들은 에폭시 수지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어 국도화학 입장에선 '기회의 땅'으로 평가된다.
국도화학은 이외에도 고부가 에폭시 수지 판매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풍력 발전기 블레이드용 에폭시 수지가 대표적이다. 범용 제품보다 이익률이 최대 10%가량 높다.
국도화학은 덴마크 풍력발전 터빈 기업 베스타스, 독일 지멘스 등에 풍력 블레이드용 에폭시 수지를 공급하고 있다. 국도화학은 고부가 에폭시 수지 매출 비중을 17%(2023년 기준)에서 올해 3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기본에 충실한 SK가스…'경영성과' 반전 필요
- [SK그룹 인사 풍향계]'그림자 참모' 있는 곳엔 굵직한 변화…다음 행보는
- [2024 이사회 평가]주력사업 부진한 HS효성첨단소재, 독립성·다양성 개선 시급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더 악화할 '미·중 패권 갈등'이 기회
- [LG그룹 인사 풍향계]'안정 속 변화'에 무게…부회장 승진 인사 주목
- [재계 트럼프 연결고리]트럼프 1기 인사 영입한 LG…측근 지역구 대규모 투자 인연
- SK이노 'O/I' 추진 조직 신설, 내실 경영 속도전
- [SK 이사회 2.0 진화]거버넌스 체계, 이전과 어떻게 달라지나
- [2024 이사회 평가]OCI홀딩스, 안정적 육각형…자본효율성에도 '저평가'
-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세기의 이혼' 대법 본격 심리, 핵심 쟁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