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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화학사는 지금]'오너 2세' 체제 구축 국도화학, 지배구조 하위 평가 이유는②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미분리 등 지배구조 지표 준수율 33%

정명섭 기자공개 2024-06-10 08: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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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위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석유화학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원가 부담 상승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화학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화학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4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도화학은 다른 중견화학사와 지배구조와 유사하다. 오너가의 개인회사가 최정점에서 국도화학과 종속기업들을 관할하는 구조다. 오너가 2세 이시창 회장에 대한 경영권 지분 승계 절차는 2010년대에 시작돼 2021년 마무리됐다. 이 회장 친정 체제는 공고해졌지만 오너가에 과도하게 쏠린 지배구조는 외부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경영인이었던 이삼열 명예회장, 2012년 국도화학 최대주주로

국도화학의 최대주주 지분은 30.04%다. 비상장사인 국도코퍼레이션이 지분 26.40%를 가지고 있다. 오너가인 이삼열 명예회장과 그의 장남 이시창 회장이 직접 보유한 국도화학 지분은 각각 0.79%, 2.81%뿐이다. 국도코퍼레이션은 이씨 일가의 가족회사다. 이 회장이 지분이 75.88%, 이 명예회장 지분이 16.44%다. 오너가→국도코퍼레이션→국도화학 및 종속기업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국도화학의 2대 주주는 지분 17.71%를 보유한 닛테츠케미컬앤머티리얼(옛 동도화성)이다. 국도화학은 1972년에 일본제철의 전신인 신일철주금이 설립한 회사다. 신일철주금의 자회사 동도화성이 당시 최대주주였지만 경영은 1976년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삼열 명예회장이 맡아왔다. 이후 닛테츠케미컬앤머티리얼이 동도화성을 흡수합병하면서 국도화학의 대주주가 됐다.

이 명예회장은 2005년부터 이 회장과 가족회사 국도코퍼레이션(당시 뉴서울화공)을 통해 국도화학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2012년 8월에 국도화학 최대주주(지분 22.68%)에 올랐다. 회사가 창립된지 40년 만이었다. 이 명예회장과 이 회장이 국도화학의 오너지만 창업주는 아닌 이유다.

이 회장으로 경영권 지분이 승계되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2014년까지 이 명예회장이 국도코퍼레이션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듬해 지분 27.1%를 이 회장에게 매각하면서 국도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가 이 회장으로 바뀌었다. 이 회장은 이에 앞서 본인이 직접 보유한 국도화학 지분을 국도코퍼레이션의 매각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투자업계는 이 명예회장이 2세 승계 작업을 더 용이하게 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했다.

이 회장 체제의 국도코퍼레이션은 이후에도 국도화학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지금의 '옥상옥' 구조의 지배 체계가 갖춰졌다. 국도코퍼레이션은 오너가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든든한 현금창출 수단이기도 하다. 이 회사가 2020년 지급한 배당액은 10억원, 2021년은 55억원이었다. 2022년과 2022년에도 각각 9억원과 2억원의 현금이 배당금 지급으로 빠져나갔다.

국도화학의 3대 주주는 손동준 동일기연 회장이다. 손 회장과 동일기연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6.15%다. 동일기연은 코스닥 상장사로 EMI 필터와 클러스터 이온 발생기 등의 전자부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이다.

손 회장은 '단순 투자' 목적으로 2016년에 국도화학 지분을 매입했다. 한때 지분율이 8%까지 늘리기도 했다. 손 회장과 이씨 일가는 별다른 연이 없다. 손 회장 측은 국도화학이 에폭시 수지 사업 지위가 높고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투자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순 투자 목적으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다는 것은 주요 주주로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이씨 일가는 손 회장 측 지분율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세 체제 공고해졌지만...지배구조 평가는 최하위

이 회장은 이 명예회장이 국도화학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2021년에 회장에 취임하면서 친정 체제를 본격화했다. 그의 회사 장악력은 공고해졌지만 ESG 경영 측면에서의 지배구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ESG기준원(KCGS)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국도화학 지배구조 등급을 D로 책정했다. D는 전체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자 '매우 취약' 단계다. 지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이사회의 권력이 경영진에 쪽으로 과하게 쏠리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도화학 이사회는 사내이사 5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 비중은 33.3%로 상장법인은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둬야한다는 규정은 준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인 이 회장이 맡고 있다. 이사회 부의장은 공동 대표이사인 허연진 대표다. KCGS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위해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는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국도화학의 기업지배구조 지표 준수율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33.3%였다. 국도화학 측은 "효율적인 이사회 진행과 의사결정을 위해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도화학의 2023년 기준 ESG 종합 등급은 D다. 지배구조 외에도 환경(E), 사회(S) 등급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낮은 ESG 등급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제품 수출을 확대할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올 1분기 기준 국도화학의 미주, 유럽 매출 비중은 5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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