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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SMR]선박 만드는 HD현대, SMR 개발 뛰어든 이유⑤정기선 부회장이 제시한 해상 발전의 꿈…이동식발전선 넘어 SMR 구심점으로

허인혜 기자공개 2024-07-15 10:17:26

[편집자주]

'게임체인저'는 산업 참여자를 넘어 아예 판도를 뒤바꿀 만한 신드롬을 일컫는다. 차세대 에너지로의 변화가 흐름이라면 소형모듈원전(SMR)은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탄소배출량은 낮고 효율은 높아 클린 에너지원의 필수요인을 모두 갖췄다. 글로벌 부호와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며 상징성을 넘어 사업성도 있다는 점도 증명됐다. 일찌감치 SMR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준비해둔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도약하고 있다. 더벨이 국내 기업들의 SMR 산업 현황과 글로벌 시장과의 공조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2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그룹의 주력 사업은 조선3사가 중심축인 선박 건조와 해양 관련 산업이다. 전통 제조업이 중심이지만 최근 외연을 넓히며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그중에서도 HD현대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소형모듈원전(SMR)이다. 바닷길을 오가는 HD현대그룹과 SMR의 합종연횡은 어떻게 이뤄질까.

SMR의 발달과 함께 원자력 발전소 설치가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해상 원전·발전선과의 접목도 주목받고 있다. HD현대그룹도 바다 위의 원전 사업을 노린다. 바다 위 발전소의 꿈은 10년차이지만 SMR을 만나 본격적으로 날개를 달았다.

◇10년전 '이동식발전선' 꿈꾼 HD현대, SMR 도전

HD현대그룹이 발전선의 꿈을 꾼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HD현대는 폴라리스쉬핑, 지멘스 등과 이동식발전선(MOBILE POWERSHIP) 개발에 착수한다. 이 발전선은 HD현대의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Floating Storage Regasification Unit) 건조기술에 기반했다.
HD현대가 2013년 개발에 착수했던 이동식발전선의 개념도. 사진=HD현대
목표 상용화 시점은 2017년이었다. 약 1조원의 사업비가 예상됐다. 상용화 후에는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의 전력 부족 국가로 수출한다는 목표였다. 야심찬 프로젝트였지만 상용화 목표 시점을 훌쩍 지날 때까지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다 2018년 결국 사업이 중단됐다. 개발 전례가 없었는데 투자금은 막대하다보니 리스크가 높아 협력에 나선 기업들 모두 선뜻 손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동식발전선은 SMR 발전선이 추구하는 효율과 닮은 점이 많다. 해상에서 운영돼 부지 확보가 필요하지 않고 사고시 위험성이 낮다. 표준 공정관리가 가능하고 건설비용도 줄어든다. 움직이는 전력 생산 기지인 만큼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고수익 사업지로도 이동할 수 있다. 이동식발전선은 중단했지만 HD현대는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주요 핵심 설비 개발에 참여하며 역량을 키웠다.

자연스럽게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SMR로 눈을 돌리게 됐다.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때는 2022년이다. 중간 조선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빌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당시 약 425억원)를 투자하기로 하면서다. 2022년 초부터 테라파워와 본격적인 투자 협의를 진행해 2022년 말 계약을 체결했다. 장기적으로 해상 원자력 발전과 원자력 추진선박 분야의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션 에너지' 키워드 삼은 HD현대, SMR 구심점 역할

2년 뒤인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 짧은 기간이지만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직접 챙기며 그룹도 적극적인 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 '오션 에너지'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투자 이듬해인 2023년 1월 CES 2023에 참석한 정 부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SMR을 그룹의 미래 동력으로 지목한다.

정 부회장은 "바다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겠다"며 "해상풍력·소형모듈원자로(SMR) 등으로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안전하게 운송·활용하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간담회에 자리한 GE리뉴어블에너지의 해상풍력 사업 담당자는 해상 풍력이 전세계 해안 인구 에너지의 40%를 책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CES 2023에 참석해 SMR 등 그룹의 미래 동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지난해와 올해 집중한 건 외부 기관과의 협업이다. 작년 5월 한국전력기술과 SMR 선박 적용사업을 추진한 게 시작이다. 올해 3월에는 테라파워가 먼저 HD현대에 '해상원자력 기술표준 협의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SMR의 하나인 용융염원자로(MSR) 설계 기업인 덴마크의 시보그 등 7개 나라 11개 기업이 참여한 해상 원자력 에너지 협의기구(NEMO)가 출범하게 됐다. 이달 국립목포대와는 삼성중공업 등과 협업해 SMR선박연구소를 개소했다.

상용화 시점이 가까운 것으로 점쳐진다. SMR을 사용한 해상 원전은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 사례가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은 해상 부유식 원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를 운영하는 중이다. 35㎿ 규모의 SMR 2개를 가동한다. 중국 중국핵공업집단(CNNC) 산하 중국핵동력연구설계원(NPI)도 해상 원전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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