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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the Musical]CJ ENM이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의 힘 <어쩌면 해피엔딩>2020, 2021년 유료객석 점유율 90% 육박

이지혜 기자공개 2024-07-10 10:02:59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9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1세기 후반,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낡은 변두리 아파트. 잊혀져 가는 그곳에 잊혀져 가는 고물 헬퍼봇이 산다. 이들은 인간 주인이 차마 제 손으로 폐기시킬 수 없어 몰래 버린 로봇들이다. ‘돌아오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만을 남겨둔 채.

528호에는 그 약속을 믿는 로봇 ‘올리버’가 산다. “제임스가 날 찾으러 올 거야”라는 믿음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좁은 방조차 즐거움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준다. 바로 옆 방에는 약속을 믿지 않는 로봇 ‘클레어’가 산다. 인간을 믿는 대신 그녀는 홀로 살아갈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클레어는 올리버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충전기를 빌려달라고.

'똑똑똑'. 그렇게 둘의 일상이 충돌했다. 올리버와 클레어는 시간과 추억을 함께 했다. 이들이 나눈 마음을 뭐라 부를 수 있을까. 즐거움, 짜증, 토라짐, 기쁨, 그리움, 어쩌면 슬픔. 그건 사랑의 또다른 얼굴은 아닐까. 그래서 이들의 결말은 어쩌면 해피엔딩.


◇미래에서 보여주는 ‘가장 아날로그’적 감성

<어쩌면 해피엔딩>에서 인간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다 인간이 나타나도 로봇의 회상 속 장면, 혹은 모텔 주인, 가수 등 극 중 역할이 미미하다.

그러나 이질감은 없다. 미래 서울이 배경이지만 과거라고 해도 믿을 만큼 아날로그적이다. 오래된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듯 따뜻하게 지직대는 노래, 살짝 주황빛이 돌아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 나무가 주요 소재로 쓰인 무대와 소품.

주인공도 그렇다.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는 이제 고물이라며 인간에게 버림받았지만 순수를 간직하고 있다. 우정, 추억, 약속, 사랑. 인간성을 보여주는 감정이지만 이제 이 감정을 지키는 건 낡은 아파트에 사는 고물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뿐이다.


로봇이라는 낯선 존재를 통해 바라보는 마음의 본질. 로봇으로 되묻는 사람의 마음. 인간이 낡은 아파트에 버린 건 사실 로봇이 아니라 빛바래고 낡은 소중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해피엔딩>이 관객에게 묻는 지점이자 김동연 연출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래적 상상을 아날로그적 서정성으로 풀어가는 독특한 감성의 스토리텔링은 윌 애런슨 작곡가와 박천휴 작사가가 만났기에 가능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이들이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을 두 번째로 협업한 작품이다.

◇CJ ENM, 대중성·작품성 모두 잡은 탄탄한 짜임새

<어쩌면 해피엔딩>은 대학로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IP(지식재산권)로 꼽힌다. 영국의 록밴드 ‘블러’의 멤버 데이번 알반의 솔로곡 ‘Everyday Robots'에서 모티브를 얻어 2014년 우란문화재단 기획개발된 게 작품의 시초다. 이후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16년 마침내 정식으로 무대에 올랐다.

관객의 호응도는 상당했다.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의 전 회차 표가 동이 났다. 2016년 초연에서도 반응이 무척 좋아 2018년 재연이 이뤄질 수 있었다. 덕분에 객석 규모도 점차 커졌다. 초연은 300석 규모에서 이뤄졌지만 재연은 4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진행했다.

그리고 2020년부터는 CJ ENM이 가세했다. 탄탄한 이야기의 짜임새와 독특한 감수성 등이 개성있다고 판단한 CJ ENM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국내 프로덕션 IP를 확보했다. CJ ENM 관계자는 “작품의 구성이나 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하고 무대와 의상 등 미술적 부분을 좀 더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어쩌면 해피엔딩>은 대학로 극장에서 보기 드문 수준 높은 조명과 무대 연출과 미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높다. 2020년과 2021년 유료 객석 점유율이 90%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비단 대중성만 잡은 건 아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한 평단의 호응도 상당히 좋았다. 2017년에는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에서 올해의 뮤지컬상 등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고 2018년에는 소극장 뮤지컬상, 연출상 등 6관왕에 등극했다. 2020년에도 기세가 이어져 한국 뮤지컬 어워즈에서 여자 신인상을 받으며 저력을 보였다.

3년 만에 진행되는 시즌인 만큼 이번에도 흥행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로 공연 가운데 <어쩌면 해피엔딩>은 수위권에 랭크되며 선전하고 있다. 10대부터 40대까지 관객의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점도 작품의 특징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9월 8일까지 대학로의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진행된다. 올리버’ 역에는 정욱진, 윤은오, 신재범 배우가 캐스팅됐고 ‘클레어’ 역은 홍지희, 박진주, 장민제 배우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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