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Musical]외로움에 대한 에스앤코의 위로법 <디어 에반 핸슨>아시아 최초 라이선스 뮤지컬 초연, 티켓예매율 '주목'
이지혜 기자공개 2024-05-07 09:18:56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3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만약 텅 빈 숲속에 혼자 남게 된다면 나는 누굴 찾을까, 누가 날 찾을까.” 주인공 에반 핸슨은 스스로에게 수 차례 질문을 던진다. 팔을 다쳐 깁스를 했지만 그의 회복을 기원하며 깁스에 이름을 써줄 이는 아무도 없다. 찾을 사람도, 날 찾아줄 사람도 없는 현실. 고독과 불안은 에반 핸슨을 지배하는 주요 감정이다.속으로 곪을지언정 에반은 심성이 따뜻했기에 누구에게도 모진 사람일 수 없었다. 엄마가 걱정하지 않게 애써 괜찮은 척 했다. 남편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우느라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학교에는 공부하느라 바쁜 엄마를 이해했다.
거짓말의 시작도 따뜻한 마음 때문이었다. 사회불안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쓴 편지를, 자살한 동급생 코너의 유서로 오해하는 코너의 부모님에게 에반은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절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얼굴로 코너와 추억을 묻는 그들을 외면할 수 없어 에반은 본인이 코너의 유일한 절친이었다고 거짓말 했다. 이 거짓말은 에반에게 그동안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풍요와 사랑, 부모의 따스함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거짓말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왔다. 가장 소중한 엄마를 잃을 지경에도 몰렸다. 결국 에반은 고통스레 모든 것을 되돌려 놓는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에반은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단 한 가지는 이뤘다. ‘You will be found', 에반의 본 모습을 알고도 그를 찾는 누군가가 있었다.
◇'브로드웨이'서 검증 끝났다, 아시아 초연 막 올라
에스앤코가 라이선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초연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앤코는 뮤지컬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제작사로 클립서비스의 자회사다. 에스앤코가 맡은 작품 가운데 내한공연이 아닌 라이선스 뮤지컬로는 <디어 에반 핸슨>이 올 첫 작품이다.
라이선스 초연작인데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흥행 예감은 적중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총티켓예매액 기준으로 <디어 에반 핸슨>이 1위에 올랐다. 공연 중인 경쟁작이 <일테노레>, <그레이트 코멧>, <헤드윅> 등 쟁쟁한 작품인 점을 고려하면 돋보인다.
에스앤코 관계자는 "3~4월이 대극장 뮤지컬 비수기 시즌인데도 개막 후 입소문과 함께 여러 번 관람하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기본이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넘버(음악)가 흥행의 포인트였다. <디어 에반 핸슨>은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작사와 작곡을, 마이클 그라이프가 연출한 작품이다. 파섹과 폴은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을 만들었고 마이클 그라이프는 <렌트>와 <넥스트 투 노멀>을 연출한 인물이다.
<디어 에반 핸슨>의 경쟁력은 사실 진작부터 검증되어 있었다. 전세계 공연계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토니 어워즈의 9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됐고 최우수 작품상, 극본상, 작곡상 등 6개 상을 받았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디어 에반 핸슨>은 2018년 그래미 어워즈, 2020년 로렌스올리비에어워즈에서도 수상했다.
대중에게도 <디어 에반 핸슨>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2017년 발매된 <디어 에반 핸슨>의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은 그해 2월 빌보드 톱10위에 진입하며 뮤지컬 앨범 데뷔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Waving Through A Window'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디어 에반 핸슨>의 시작도 이 넘버에서 시작됐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7월 ‘Waving Through A Window'의 데모곡을 들은 관계자들이 해당 넘버에 반한 게 프로젝트의 시발점이다. 이에 따라 <디어 에반 핸슨>은 2015년 7월 워싱턴D.C의 아레나 스테이지에서 초연을 진행했다.
막을 올린 <디어 에반 핸슨>이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6년 3월부터 두 달간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을 진행한 이 작품은 그로부터 약 반년 뒤인 2016년 11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2022년 9월까지 무려 7년 동안 공연을 이어갔다.
작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도 많았다. 토론토, 런던, 아르헨티나, 핀란드, 이스라엘에서도 라이선스 공연을 진행했다. 한국에서의 이번 공연은 아시아 최초다.
◇LED모디터 활용한 색다른 무대연출, 배우진 '강점'
음악과 스토리가 뛰어나다고 해서 무대 연출 등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무대 연출은 <디어 에반 핸슨>의 또다른 강점이기도 하다. <디어 에반 핸슨> 무대에는 크기도, 방향도 제각각인 수 많은 LED 모니터가 층층이 배치되어 있다.
LED모니터의 역할은 크다. SNS 상 이미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학교, 거실, 코너의 방, 에반의 방 등 다양한 공간을 묘사한다. 또 시간적 배경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물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도 맡는다.
무엇보다 정교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디어 에반 핸슨>은 자살, 거짓말, 외로움 등 추상적인 소재와 주인공의 내적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노래보다 대사의 비중이 큰 것도 스토리의 전달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는데, LED모니터를 통한 각종 이미지의 시각화가 이를 돕는다.
실력 있는 배우를 적극 기용한 점도 눈에 띈다. <디어 에반 핸슨>의 주인공 에반 역에는 아이돌 보이그룹 인피니트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인 김성규씨, 그리고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박강현씨가 캐스팅됐다.
임규형씨를 에반 역에 캐스팅한 점도 호평을 받고 있다. 임규형씨는 뮤지컬업계에서 오랜 기간 앙상블로 활동하며 실력을 쌓다가 지난해 상반기 진행된 오디션에서 주인공 자리에 올랐다. 오디션 당시 임규형씨는 ‘에반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데뷔 이후 대극장 주연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앤코 관계자는 "<디어 에반 핸슨>은 영 캐스트들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이 많고 각 캐릭터마다 드라마가 있어서 실력을 갖춘 배우들이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신인 배우 뿐만 아니라 베테랑 배우, 앙상블, 주조연 모두 완성도 있게 무대를 만드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밖에 에반의 엄마인 하이디 핸슨 역은 김선영과 신영숙씨, 코너 머피 역은 윤승우와 임지섭씨, 조이 머피 역은 강지혜와 송서영씨가 맡았다. <디어 에반 핸슨>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6월23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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