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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the Musical]'발칙하고 섹시한 아이러니' <시카고>, 24년의 매혹신시컴퍼니 효자 IP, 티켓 예매순위 선두권

이지혜 기자공개 2024-07-08 16:20:28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살인, 탐욕, 부패, 폭력, 사기, 간통 그리고 배신.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죠."
“비싼 물건 따윈 필요 없어.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지. 내가 바라는 건 오직 사랑뿐.”
“정당한 거래는 다 어딜갔어? 순수한 윤리, 훌륭한 매너는 없어. 품위라는건 어디갔어?”

- 뮤지컬 <시카고> 극 중 대사


◇섹시하고 유쾌한 풍자, 리듬과 절제의 미학

신시컴퍼니의 <시카고>는 시종일관 아이러니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악당의 변호도 마다치 않는 변호사 ‘빌리’는 사랑이 가장 소중하다 외치고, 오랜 세월 감옥의 권력자로 군림한 ‘마마’는 세상에 매너, 품위, 정의가 사라졌다며 한탄한다. 이들을 보는 내내 터졌던 웃음이 극장을 떠나는 순간 쓴웃음으로 짙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삼는다. 당시에는 클럽의 재즈가 대중가요였고 뒷골목 갱 문화가 만연했다. 치정과 살인은 통속적 싸구려 신문에 의해 지겹도록 소비됐다.

주인공 ‘록시’는 시카고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사는 여자다. 그녀는 순박하고 성실한 남편, 평화로운 일상을 견디기가 힘들다. 그래서 본인의 손으로 모든 걸 깨뜨린다. 바람을 피우고 이별을 고하는 애인을 살해, 남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다가 실패해 감옥에 간다.


그러나 록시는 슬퍼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한다. 유명해질 수 있어서! 유능한 변호사 ‘빌리’의 완벽한 시나리오 아래 꼭두각시가 된 그녀는 순진무구한 아가씨가 몹쓸 운명에 휩쓸린 것처럼 비춰지고 급기야 기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그리고 원래 감옥의 터줏대감이자 스타였던 ‘벨마’는 그런 록시 하트를 질투한다.

마치 감옥은 스타가 모이는 소속사, 재판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 그리고 이 세상 전체가 쇼 비즈니스인 것처럼. <시카고>의 최대 강점은 사회의 어두운 면면을 유쾌하고 섹시하게 풀어낸다는 점이다.

<시카고>는 다른 뮤지컬처럼 고음으로 크게 내지르는 넘버가 극히 드물다. 대신 대신 배우들 모두 몸매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는 검정색 의상을 입고 끈적한 리듬과 절제로 음악과 안무를 소화하면서 컨셉 뮤지컬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그래서일까.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시카고>는 6월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뮤지컬부문 총 티켓예매액 기준으로 2위를 지키고 있다. 주간기준으로도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2위를 공고히 유지했다.

인터파크티켓 랭킹에서도 <시카고>는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지난 한 달 간 <시카고>의 예매율은 13.8%로 2위를 달렸다. 예매자는 여성이 77.1%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20대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변하지 않는 위기, 변치 않는 인기

<시카고>의 인기는 예견된 일이었다. 뮤지컬 <시카고>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 공연된 작품 중 하나다. 2000년부터 무려 24년 동안 1500회 공연됐으며 154만명이 <시카고>를 보고자 극장에 발걸음했다. 국내 초연 당시에는 가수 인순이씨와 허준호 배우 등이 캐스팅됐는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3800석이 모두 매진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 배우가 <시카고>를 재연한 건 2007년이다. 이때부터 레플리카 프로덕션이 이뤄졌다. 레플리카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스태프가 한국 제작진을 직접 교육해서 현지 무대와 동일한 퀄리티의 공연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때 공연을 기점으로 뮤지컬 <시카고>는 브로드웨이와 비슷한 구성과 구조를 갖추게 됐다. 관객의 호응은 상당했다. 당시 공연 기간이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3000석에 가까운 객석의 점유율이 80%에 이르렀다.


뮤지컬의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입소문을 타면서 <시카고>의 인기는 점점 더 높아졌다. 심지어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장가를 휩쓸었을 때도 <시카고>를 보려는 관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객석 점유율 96%라는 신기록까지 경신하며 신시컴퍼니의 대표IP(지식재산권)로서 저력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시카고>는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프로듀서의 감각이 빛난 대표적 작품이 됐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공연을 보고 국내에 <시카고>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뒷일은 생각지 않고 무작정 공연수입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리고 직접 번안하고 프로듀서를 맡으며 뮤지컬 <시카고>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시카고>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은 뒤였다. <시카고>는 1975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신화적 존재인 밥 파시가 존 칸더, 프레드 엡과 함께 초연한 게 시작이었다. 사실 당시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편이었지만 리바이벌 공연에서 대박이 났다.

1996년 11월 수백만 달러를 들여 조명, 무대장치 등을 재정비한 뒤 리처드 로저스 극장에서 공연한 <시카고>는 글로벌 뮤지컬부문 최고 권위의 토니어워즈에서 6개부문을 휩쓸었고 1997년에는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 제작상 등을 받으며 저력을 입증했다. 덕분에 미국 포함 38개국, 525개 도시에서 3만3500회 이상 공연돼 3400만명 넘는 관객이 작품을 봤다.

신시컴퍼니의 <시카고>는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9월 29일까지 공연된다. 최정원, 윤공주, 정선아씨가 ‘벨마 켈리’ 역으로 분했고 아이비, 티파니 영, 민영아 씨가 '록시 하트'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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