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스타트업 견문록] 포스코 사내벤처 '엠버로드', 포항 넘어 글로벌 '정조준'①현장 전문성 더한 '제조 AI 솔루션' 강점…스핀오프 후 AC 도움으로 성장 궤도 진입
포항(경북)=이기정 기자공개 2024-07-15 08:00:32
[편집자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가운데 67%가량이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않다. 과거 섬유 등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대구·경북(TK) 지역은 전통 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최근 인공지능,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등장했다. 더벨이 지역 벤처 생태계 발전에 힘쓰고 있는 투자사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가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9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솔루션 스타트업 '엠버로드'는 경상북도 포항시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에 거주하고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2021년 포스코가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포항공대(포스텍) 안에 만든 창업보육시설이다. 거주 공간과 대형 행사장 등 수도권에 있는 보육공간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스타트업이 가장 입주하고 싶은 공간으로 꼽힌다.엠버로드가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포스코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스핀오프 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포스코에서 철강 제조 과정 간 낭비되는 자원을 효율화하는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후 다른 산업군으로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해 9월 독립했다.
엠버로드는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업이다. 현장 전문가가 AI 기술을 활용해 솔루션을 만든다. 실제 회사에 산업계 출신 인력이 많아 다른 AI 솔루션 기업들과 비교해 더 신속하고 정확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대구·경북 스타트업의 요람 '체인지업 그라운드' 둥지 마련
지난달 13일 찾은 엠버로드는 체인지업 그라운드 6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엠버로드에 투자한 AC 와이앤아처 지점이 있는 대구광역시 북구에서 약 한시간가량을 동쪽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면 체인지업 그라운드가 나온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중앙홀은 천장이 유리막으로 이뤄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현장을 함께한 최대우 와이앤아처 상무는 "중앙홀은 기업들이 IR 발표를 하는 공간으로 주로 활용된다"며 "대구·경북 지역에는 이만한 시설이 많지 않아 규모가 있는 행사는 모두 이곳에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임언호 엠버로드 대표(사진)는 당일 수도권 출장 일정이 있어 직접 만나지 못했다. 다만 이전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와이앤아처 본사에서 먼저 만났다. 그는 "회사의 업무 특성상 사무실 공간만 있어 체인지업 그라운드에서 보여줄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했다.
실제 엠버로드가 사용하는 공간은 일반 사무실과 큰 차이가 없었다. 회사는 6층에서 2개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로 백오피스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활용하는 공간이다. 사무실 내부에는 그간 엠버로드가 달성한 성과들이 진열돼 있었다. △대구경북 스타트업 페스티벌 최우수상 △포스코 사내벤처 4기 상장 등이 눈에 들어왔다.
오히려 사무실을 오가다 본 내부 구조물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창고 모습의 회의 공간 등은 철강사에서 만든 인테리어라는 향기를 짙게 풍겼다. 포스코는 입주 기업에게 창업보육뿐 아니라 판로지원, 투자연계. 네트워크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약 80여개의 스타트업이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머물고 있다.
◇와이앤아처 "스마트 팩토리 성장성 무궁무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지원"
엠버로드는 기존 AI 솔루션 기업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풀어낸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사내 벤처 시절 포스코에서 33건의 AI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약 4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절감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다른 산업계로 영토를 확장하고자 스핀오프를 결정했다. 독립 후 와이앤아처, 스파크랩, 디캠프, 대경기술지주 등에서 9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시작한 이유는 포스코 사내벤처 기업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주요 고객사들이 밀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포스코 사내벤처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본사로 포항을 먼저 생각했다"며 "가족도 모두 포항에 있고 고객사들이 포항, 울산, 창원 등에 많아 다른 곳에 자리를 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에 지점을 두고 있다. 디캠프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보육공간을 제공받았다. 주로 연구개발(R&D) 인력들이 머무르고 있다. 임 대표 역시 서울과 포항을 오가며 1년의 절반 정도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와이앤아처는 엠버로드의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투자사다. 엠버로드가 영위하는 사업 섹터가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또 와이앤아처가 보유한 엑셀러레이팅 역량으로 엠버로드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투자를 주도한 김민주 와이앤아처 센터장은 "2022년 글로벌 스마트 팩토리 시장규모는 358조원으로 연평균 8.8%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엠버로드는 이같은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공정 최적화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와이앤아처는 지역에서 밀착형 지도로 보육 기업의 인프라 형성과 비즈니스 빌드업을 돕고 있다"며 "이같은 액셀러레이팅을 바탕으로 엠버로드의 철강산업외 영역과 글로벌 진출을 도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창업 후 사업 전반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았는데 와이앤아처가 회사 성장을 위한 각종 지원방법을 알려줘 도움을 받았다"며 "또 스파크랩이 B2B 고객사 확보와 데모데이 행사를 지원해줬고 디캠프에서 수도권에서 머물 수 있는 거주공간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 다각화 '미션'…임 대표 "SaaS 서비스 구축해 글로벌 진출 목표"
엠버로드가 당면한 과제는 국내 고객사 확보다. 이미 포스코를 통해 철강업계에서는 인지도를 쌓았지만 아직 다른 산업군에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 회사는 최근 국내 자동차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의 신호탄을 쐈다.
임 대표는 "AI 솔루션이 산업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며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사를 선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고객사로부터 확보한 트랙레코드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엠버로드 직원들이 직접 솔루션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 모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형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역량을 인정받겠다는 포부다.
임 대표는 "회사에 AI, 스마트 팩토리, 해외 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며 "초기 확보한 우호 고객사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 진정한 '제조 AI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