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그룹 시총 리뷰]반도체 호황 올라탄 SK하이닉스, 그룹 시총 상승 주도④AI 반도체 호재에 SKC 시총 86%↑
정명섭 기자공개 2024-07-15 08:19:57
[편집자주]
올 상반기 그룹별 시가총액 순위는 산업 변화에 따라 요동쳤다. 삼성전자를 보유한 삼성그룹은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이차전지 캐즘,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확장 등 대내외 요인으로 SK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의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그룹을 떠받치는 핵심 계열사의 등락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룹 기업가치 상승에 함께 노력한 여러 계열사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다. 더벨이 그룹별 계열사의 상반기 기업가치 변화를 살펴보고 그 배경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1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은 올 초 LG그룹을 밀어내고 재계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올랐다.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내준 자리를 2년여 만에 되찾은 자리다. 반도체는 뜨고 배터리는 지는 사이클이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면서 SK그룹은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실제로 SK하이닉스와 모회사인 SK스퀘어, SKC 등 반도체 사업과 연관된 기업들이 그룹 시가총액 증가를 견인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시총 증가액은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3배 이상 높았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바이오 계열사 등 리밸런싱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일제히 시가총액이 줄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시총 증가분의 3.8배...시총 상승율 1위 SKC
SK그룹 상장사 19개(올해 상장한 SK이터닉스·SK리츠 제외) 중 작년 말 대비 올 상반기에 시가총액이 오른 곳은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SKC, SK텔레콤, SK가스 등 총 5곳이었다.
시총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SKC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8일 3조3409억원이었던 SKC 시가총액은 지난 6월 28일 6조3846억원으로 86% 증가했다.
SKC 주가는 작년 10월 한때 6만80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핵심 사업인 배터리용 동박 부문의 부진으로 그해 적자가 예상된 영향이었다. 실제로 SKC는 지난해 2163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다. SKC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건 1997년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이다.
SKC는 지난 3월부터 반전 드라마를 썼다.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으로 SKC의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을 맡고 있는 앱솔릭스가 조명을 받았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표면이 매끄러워 미세한 회로를 구현하기 용이하고 열과 휘어짐에 강해 반도체 패키지의 데이터 속도와 전력 소모를 개선할 수 있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AI 반도체 같은 고성능 반도체 소재로 사용될 전망이다.
앱솔릭스가 지난 5월 말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소재·부품사 최초로 보조금(7500만달러)을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SKC 주가는 한때 20만원까지 치솟았다. 앱솔릭스는 최근 조지아주 커빙턴시에 유리기판 공장을 준공해 오는 하반기 중 고객사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말부터 이달 초 2주간의 미국 출장 중 앱솔릭스 공장을 방문해 유리기판 사업에 힘을 실었다. 출장 중 만난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 유리기판 기술을 설명하며 직접 세일즈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C에 이어 시총이 많이 오른 기업은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로 증가율은 각각 84%, 67%였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01%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실제로 작년 말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자 SK하이닉스 주가가 서서히 상승 곡선을 그렸고 SK스퀘어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작년 말 7조3000억원대 수준이던 SK스퀘어 시총은 올해 상반기 말 13조4700억원까지 올라갔다.
SK하이닉스는 시총 증가분의 절대수치가 가장 높았다. 작년 말 대비 올 상반기에 69조1603억원이 늘었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시총 증가폭(17조9093억원)보다 3.8배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쥔 HBM이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으로 새 먹거리로 급부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 50%를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처음 넘어섰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보다 점유율을 앞선 건 처음이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를 양산하고 고객사 납품을 시작하는 등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총 증가율이 넷째로 높았던 SK가스(14%)는 올 1분기 영업이익(746억원)이 증권가 컨센서스를 상회하자 주가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하반기 중에 신규 가동할 울산GPS 발전소가 캐시카우가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주가 오름세는 상반기 내내 유지됐다. 울산GPS는 LPG와 LNG 듀얼 발전이 가능한 혼용 발전소다. 두 원료의 가격 변동성을 활용해 저렴한 원료를 발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시총 증가율이 1%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통신주는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증권가 인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속도조절 대상 '배터리·바이오' 시총 큰 폭 하락
같은 기간 시총 폭이 큰 곳은 지주사인 SK㈜를 포함해 SK이노베이션, SKIET,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등이었다. SK그룹이 올 초부터 추진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연관이 있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SK㈜ 시총은 작년 말 대비 올 상반기에 12% 떨어졌다. 지난 2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한다는 소식에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지주사들의 주가가 올랐는데 당시 SK㈜ 주가도 15만원대에서 20만원 전후까지 급등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5월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나오면서 다시 주가가 뛰었다. 재산분할액이 665억원에서 1조4000억원까지 확 늘어나 경영권 분쟁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부진으로 작년 말 대비 시가총액이 21%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을 제외하고는 최근 10년 사이 주가가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SK온향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는 SKIET의 주가도 동반 하락해 같은 기간 시총이 44% 줄었다. SKIET가 생산하는 분리막의 80%은 SK온으로 공급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SK온의 실적이 SKIET 실적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온과 SKIET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속도도절의 대상에 오른 상태다.
SKIET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SKIET의 최대주주는 지분 61.21%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은 각각 시총이 27%, 23% 줄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이후 백신 매출이 줄면서 부진한 실적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오 또한 배터리와 함께 지난 6월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내실 경영 대상 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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