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정상화펀드 진성매각 논란]주머니 바꿔치기 vs 소유권 이전…판단 기준은①통제권 여부 중요, 운용지시·출자 지분율 들여다봐야
황원지 기자공개 2024-07-22 07:34:21
[편집자주]
부동산 PF 정상화펀드에 트루세일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다수의 저축은행들이 출자해 조성한 이들 펀드가 결국 자신의 부실채권을 재투자하는데 쓰여 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벨은 논란의 배경과 업계에서 판단하고 있는 진성매각의 기준 등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6일 14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PF 3차 정상화펀드 조성에 제동을 걸었다. 저축은행이 출자한 돈으로 본인의 부실채권을 매수한 게 아니냐는 진성매각 논란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상화펀드의 조성 의도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구조라며 항변하고 있다.결국 소유권 이전에 대한 형식적 요건을 갖췄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도자가 해당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일부라도 유지하고 있다면 진성매각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특히 출자한 저축은행이 운용지시를 내리는 등 OEM펀드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금감원, 3차 정상화펀드 제동…중소금융검사 1국 등판
1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들이 추진 중인 5000억원 규모의 3차 PF펀드 조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 3월과 5월 1, 2차 정상화펀드를 각각 300억원, 5000억원대 규모로 조성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펀드가 자금을 집행한 건에 대해서도 진성매각 여부를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를 맡는 자산운용감독국이 아닌 저축은행업권을 주로 감사하는 중소금융검사 1국이 나선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진성매각이다. 부실자산을 펀드에 진짜 매각한 것이 맞느냐가 핵심이다. 예를 들면 A저축은행에서 B운용사의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고, 해당 펀드가 A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의 부실채권을 사들인다. A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일정 수준 상각된 투자자산에 다시 투자하는 셈이다. 연체율을 개선하고 충당금을 줄일 수 있어 1, 2차에 이어 3차 정상화펀드까지 빠르게 추진됐다.
진성매각은 정상화펀드 구조상 사실 피할 수 없는 논란이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PF에 투자한 채권이 상당수 부실화되면서 당국에서는 리파이낸싱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아주려 했다. 하지만 돈이 있는 기관이 시장에 씨가 마른 상황에서 마땅히 매수자로 나서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여기에 더해 버티면 된다고 판단한 매도인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서 경색이 심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게 정상화펀드다. 각 업권별로 직접 자금을 투자해 부실 사업장을 살리는 방식이다. 자신들의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싶은 니즈가 있는 곳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저축은행업권에서 조성한 PF정상화펀드의 경우 80% 이상의 자금을 출자한 저축은행의 채권을 사들이는 데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태생부터 매도인과 매수인을 또렷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통제권 이전 여부가 쟁점…“독자 조성 펀드 문제될 것”
업계에서는 형식적인 요건을 갖췄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화펀드라는 큰 틀을 문제삼기보다는 형식적으로 매도자가 매도한 자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구조인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저축은행 업권이 돈을 출자해 자신들의 부실자산을 샀더라도 통제권이 모두 새로운 소유자에게 넘어갔다면 진성매각으로 보는 게 맞기 때문이다.
진성매각 여부를 가르는 핵심적인 기준은 결국 이전 소유자가 매각 이후에도 해당 매각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느냐다. 진성매각은 세일 앤 리스백(sales and leaseback)을 회계처리하는 데에서 시작된 회계적 개념이다. 리스를 한 후에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면 진짜 매각이 아니라고 보면서 생겨났다. 이번 정상화펀드에서도 매각 후 매도인이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한다면 진성매각이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초 1조1000억원대 규모의 캠코 정상화펀드에서도 진성매각 논란이 발생했다. 이때는 옵션이 문제가 됐다. 부실채권을 펀드가 인수한 후에 손실이 날 경우 이를 매도인이 일부 보상한다는 옵션이 논의됐다.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협상 진행을 위해 테이블에 올랐던 옵션이었으나, 결국 진성매각 논란을 촉발시켰다. 매각 후에도 통제권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권의 PF 정상화펀드에서는 펀드 출자 지분율을 어떻게 계산하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다변화돼 있어 통제권을 잃으면 진성매각으로 인정받기가 수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도 출자한 저축은행들이 펀드에 특정 자산을 사들이라고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았는지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운용지시를 통해 만들어진 OEM펀드라면 통제권을 넘겼다고 보기 어려워서다.
업계에서는 이미 조성된 펀드보다는 만들어지고 있던 펀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식적인 정상화펀드는 이미 진성매각 문제를 고민해 구조를 짰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일부 저축은행들이 부실률을 낮추기 위해 독자적으로 조성하려 했던 펀드들이 이번 조사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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