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 Profile/비트센싱] '레이더 외길' 이재은 대표 "일상의 혁신 꿈꾼다"만도 출신 창업자, 국내 최초 차량용 레이더 양산…누적 630억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 시동
이영아 기자공개 2024-07-29 08:11:16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9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이더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하는 '눈'이다. 도로 위 다른 자동차나 사람, 차선, 신호등과 표지판은 물론이고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 상황을 파악해 사고를 방지한다. 안개나 눈, 비가 많은 날에도 문제없다.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도 호흡과 맥박 수까지 정확히 파악한다.이재은 비트센싱 대표(사진)는 일상의 기술로 변모할 레이더의 미래를 일찌감치 예견했다. 그는 레이더 '외길인생'을 걸었다. 2008년부터 레이더 연구에 매진했고, 국내 최초 차량용 레이더 양산까지 성공해냈다. 이후 레이더 회사까지 창업하며 16년 동안 한 분야에 매진했다.
이 대표는 레이더 기술이 보편화돼 누구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비트센싱 레이더를 통해 일상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고, 교통사고 발생률을 낮추며, 일상 속 건강관리까지 척척 해내는 것을 꿈꾼다.
◇창업 스토리: 뚝심있는 레이더 연구, 창업으로 연결
1982년생 이 대표는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 학사, 석사를 마쳤다. 2008년 졸업후 행선지는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는 '만도'였다. 만도에서 그는 레이더 연구를 처음 시작했다. 거의 매일 밤을 새우며 해외 논문과 제품 등을 뜯어 보고 레이더 연구에 매진했다.
이 대표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레이더가 막 떠오르던 시절이라, 레이더 센서를 개발해보자며 사람을 모으던 때였다"면서 "연구는 2010년에 시작됐고, 2014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초고주파 77GHz(기가헤르츠) 차량용 레이더 양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만도를 뛰쳐나와 창업한 것은 대형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2015년 2월,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짙은 해무가 운전자 시야를 가리면서 연쇄 추돌로 이어졌다. 악천후에도 전방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이미징 레이더가 있었다면 방지할 수 있던 사고였다.
이 대표는 "레이더가 있었으면 그런 사고가 나더라도 몇 대 부딪히는 정도였을 것"이라며 "레이더로 악천후로 발생하는 사고를 좀 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만도에 자동차용 레이더 기술 확산을 제의했으나 별다른 진척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창업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인연과 조우했다. 2017년 한 콘퍼런스에서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를 만났다. 엔지니어 출신 류 대표는 테크 기업 투자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인듯 운명같은 만남에 이 대표는 만도 명함을 내밀며 류 대표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대표는 "명함만 드렸을 뿐인데 (류 대표가) 다음날 바로 연락을 주시더라"면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창업하면 바로 투자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 알아보고 2주 동안 고민하다가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2018년 1월 비트센싱을 창업했다. 이 대표와 함께 만도에서 국내 최초 차량용 레이더를 개발한 핵심인력이 한배를 탔다. 물론 류 대표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비트센싱은 창업과 동시에 퓨처플레이 시드투자를 받았다.
◇성장 터닝 포인트1: 이미징 레이더 기술 개발 착수
이 대표는 레이더를 차량에 장착하면 교통사고 발생률을 30% 이상 줄일 것으로 분석했다. 레이더는 가까이 있는 사물을 한덩어리로 인식해 레이더만으로는 사물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없다. 레이더로 공간의 형상을 구현하려면 카메라를 이용한 센서융합이 필요하다.
비트센싱은 '이미징 레이더'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이미징 레이더는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전자파의 정보를 이미지로 바꿔 인식할 수 있다. 날씨와 조도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잘 받지 않지만, 거리와 방향, 속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 작품으로 카메라 일체형 트래픽 레이더 '에어트래픽'을 선보였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결합해 속도와 점유율, 차량을 구분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다. 세계 최고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0에서 혁신상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모험자본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2020년 6월 프리 시리즈A 라운드를 성료했다. LB인베스트먼트와 만도, 퓨처플레이, SJ투자파트너스 SB파트너스 등이 70억원을 투자했다. 만도는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10년 몸담았던 전 직장과의 인연이 이어지게 된 셈이다.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에어트래픽은 천안논산고속도로, 대구, 원주 등 국내 도로에 적용됐다. 비트센싱은 에어트래픽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초 국토교통부의 K-시티 네트워크 해외실증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 도시의 스마트시티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이탈리아 베로나시에서 도심 내 교차로의 교통체증 해결을 위한 차세대 C-ITS 교통관제시스템을 실증할 것"이라고 했다.
◇성장 터닝 포인트2: 자율주행·헬스케어 사업 확장
두 번째 작품은 2021년 선보인 '에어포디(AIR 4D)'이다. 79GHz AIR 4D는 자율주행을 가속할 레이더 솔루션이다. 승용차, 버스, 트럭, 보행자 등 인식 및 식별할 수 있으며, 다양한 센서 데이터와의 융합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안심할 수 있는 운전 경험을 지원한다.
비트센싱의 에어포디는 감지 성능과 해상도를 기존 레이더 대비 대폭 향상시켰다. 300m 거리까지 지형 지물의 높낮이 등을 인식할 수 있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전방의 물체가 사람인지 사물인지 등도 파악할 수 있다. 가격은 라이다의 20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하면서 성장 잠재성을 인정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선정된 것이다. 아기유니콘은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을 만들기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이다. 혁신적 사업모델과 성장성을 검증받은 기업을 심사해 선정한다.
에어포디는 CES 2022 혁신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2020년에 이어 두 번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2022년 9월 시리즈A 라운드도 마무리했다. 에이에프더블유파트너스, 아르게스프라이빗에쿼티, 만도 등이 140억원을 투자했다.
비트센싱은 레이더 기술을 스마트시티, 자율주행만이 아니라 헬스케어에도 적용했다. 헬스케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면서다. 이 대표는 "레이더 센서로 호흡과 맥박 수를 파악해 사람의 움직임을 실시간 감지할 수 있다"면서 "카메라가 직접 촬영하는 방식과 달리 사생활 유출 문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언급했다.
레이더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보폭을 키우는 과정에서 매출액도 빠르게 성장했다. 비트센싱은 2021년 7억원, 2022년 37억원, 2023년 118억원 매출액을 올렸다. 이 대표는 "에어트래픽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고, 다른 사업도 곧 실적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 또한 비트센싱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올해 투자 혹한기를 뚫고 350억원 시리즈B 라운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만도가 후속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금융캐피탈, 라이프자산운용, 삼천리인베스트먼트 등이 신규 투자자로 합류했다.
◇현재 고민: 글로벌 확장, 데이터 비즈니스 집중
현재 이 대표는 글로벌 진출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다. 먼저 에어트래픽은 이탈리아 실증사업을 계기로 글로벌 사업 보폭을 키우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레이더 센서를 통해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통합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징 레이더 등 하드웨어를 장착한 제품을 미리 출시해 성능을 개선하면서 자율주행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업데이트를 통해 추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비트센싱은 SDV를 통해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에 미리 자동차용 센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어포디는 국내외 자동차 회사들과 함께 양산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우선 유럽을 공략할 계획"이라며 "작은 자동차 부품 회사를 시작으로 네트워크를 쌓은 다음 규모 있는 딜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진출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에서 모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회사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대표는 "자동차 기업,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등 고객들이 자동차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헬스케어 사업은 일본 시장을 집중해서 공략할 예정이다. 일본 요양병원, 침대회사 등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몇년간 일본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했는데 성과가 나왔다"며 "성능평가도 완료됐기 때문에 조만간 실제 도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헬스케어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를 구상 중이다. 이 대표는 "레이더로 수면분석하는 솔루션 개발해서 글로벌 라이센싱에 나설 것"이라며 "레이더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클라우드에서 저장 및 분석해주는 솔루션을 기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 레이더 에브리웨어(Radar Everywhere)
이 대표는 본인이 설립하고 경영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비트센싱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있는 표어는 'Radar is Everywhere, Better Life with you'다. 레이더 기술로 더 나은 삶을 만들자는 의미다.
이 대표는 "아직 레이더는 대다수 사람에게 생소한 분야"라며 "자동차에 레이더가 달려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레이더를 활용하면 일상생활에서 더 나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도로에 레이더를 설치하면 자동차의 과속 여부와 교통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건강 관리에도 레이더 기술이 사용된다. 소형 레이더를 달아 놓으면 호흡할 때 움직이는 가슴 높낮이를 파악해 수면 무호흡증 등 건강 이상을 알 수 있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레이더 기술 고도화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간다. 비트센싱의 누적 투자금은 630억원이다. 투자금 대부분은 기술 고도화에 활용되고 있다. 내부 인력의 70%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현재 90여명인 인력을 연말까지 100여명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비트센싱은 차량용 레이더의 초기개발부터 제품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양산까지 경험한 국내 최고의 팀"이라며 "우리 기술은 전세계 어디에도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매출 대부분을 글로벌 시장에서 내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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