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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Profile/크레이버] 'K-뷰티 1세대' 이소형 대표 "100년 브랜드 키울 것"올해 설립 10주년, 목표 매출 5000억…'스킨1004' 비롯 메가 히트 브랜드 발굴

이영아 기자공개 2024-07-11 09:22:11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8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K-뷰티'로 불리는 화장품 산업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 아마존 뷰티 카테고리 1위 제품을 한국 화장품이 차지하는 등 돌풍이 거세다. 지난해 한국 중소기업 수출 품목 1위는 화장품으로, 전년대비 20.2% 늘어난 53억8000만달러(약 7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스킨1004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K-뷰티 브랜드로 꼽힌다. 앰플, 선크림, 클렌징 오일 등 제품이 중국 및 동남아, 유럽, 중동, 북미 등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전년동기 대비 216% 증가한 155억원 매출을 올리며 업계 화제를 모았다.

적자 브랜드였던 스킨1004를 메가 히트 브랜드로 키운 원동력은 '꾸준함'이다. 이소형 크레이버 대표(사진)는 10년 전부터 묵묵히 K-뷰티 산업의 토양을 닦았다. 치밀한 기획력 및 섬세한 감각으로 무장한 K-뷰티 산업이 언젠가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창업 스토리: 치밀한 전략가, K-뷰티 미래를 보다

1983년생 이소형 대표는 창업의 꿈이 명확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혁신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금전적인 성공을 빠르게 이루고 싶다는 목표였다. 두 가지 이유가 중첩되는 지점에 창업의 꿈이 있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한 이 대표는 전략적으로 움직였다. 바로 창업에 도전하지 않고 배움의 시간을 갖기로 한다. 글로벌 1위 컨설팅 기업 '맥킨지 앤 컴퍼니' 입사를 꿈꾸게 된 배경이다. 다양한 산업을 분석하고 공부하다보면 창업 관련 시야가 트일 것으로 생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보수적 채용기조가 이어지면서 입사 문턱은 높아졌지만, 꿈이 명확했던 이 대표는 당당히 관문을 통과했다. 2010년 한국인으로 유일한 맥킨지 입사자로 화제가 됐다. 미국, 아프리카,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견문을 넓혔다.

이 대표는 "맥킨지 소속으로 아프리카에서 일했을 때 한국 콘텐츠와 소비재 경쟁력을 실감하게 됐다"며 "캠브리지 대학 출신 동료가 한국 아이돌 '샤이니'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K팝이 주류 문화가 아니던 시절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갖췄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가까운 미래에 전세계적으로 대중성을 갖출 것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경쟁우위에 있는 산업에 머물러야 사업에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며 "한류 문화와 연계한 소비재 산업이 미래가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2014년 7월 크레이버의 전신 '비투링크'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국내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해외 시장을 연결해주는 '역직구'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한 유통뿐만 아니라 마케팅, 결제, 물류, 배송, 고객관리(CS)까지 지원했다.

◇성장 터닝 포인트1: '중국→미국·일본' 판로 다변화

창업 초창기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당시 중국은 'K-뷰티' 산업 성장을 견인하던 '큰 손'이었다. 중국 시장 호황기였던 2014년~2016년 국내 화장품 업종 평균 영업이익 성장률이 50%를 웃돌기도 했다. 비투링크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중국 시장에 집중했다.

이 대표는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공하게 된다. 당시 이 대표는 맥킨지 중국 오피스에 있는 400명의 컨설턴트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내, 비투링크가 거래를 진행하고 싶은 40여개의 채널의 C-레벨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시 가장 점유율이 높았던 중국 뷰티 온라인몰 '쥐메이(Jumei)' C-레벨 임원도 소개받는 등 사업은 수월하게 풀렸다"고 회상했다. 비투링크는 2014년 첫 해 8억원대 매출에서 2018년 약 6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4년만에 80배 이상 고속 성장했다.

모험자본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2015년 DSC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KTB네트워크) 차이나, 중국 디티캐피탈(DT Capital)로부터 총 5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어 2016년 IBK기업은행과 SK증권으로부터 5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시리즈A 라운드를 완료했다.

2016년 사드 사태를 계기로 국내 유통업계가 휘청일 때에도 비투링크는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사드 보복으로 수출길이 막힌 중소형 뷰티 업체가 줄줄이 도산했기 때문이다. 비투링크 입장에서는 경쟁업체가 사라지고 홀로 활약할 수 있는 독무대가 열린 셈이다.

다만 비투링크는 '불변의 상수' 지정학적 리스크의 위험성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2017년 미국향 화장품 유통기업 '비씨씨코리아'를 인수한 이유다. 당시 비비씨코리아는 150억원의 미국 매출을 올리며 '아마존 1위 K-뷰티 셀러'로 입지를 다진 회사였다. 일본향 뷰티 브랜드 '코메이토'를 론칭하기도 했다. 더불어 천연화장품 브랜드 '스킨1004'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흔들리지 않는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자 시리즈B 라운드로 성료했다. 2018년 17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프리미어파트너스, 포스코기술투자, 델타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케이프투자증권, 한국콜마홀딩스, 남미 최대 벤처캐피탈 엔젤벤처스가 참여했다.


◇성장 터닝 포인트2: 10개 프로젝트 진행, 동남아 공략

위기는 언제나 느닷없이 찾아온다. 가파르게 성장하던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9년을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승승장구 할 것 같았던 중국 사업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누적되자 결국 업계 1위 사업자인 비투링크 또한 타격을 입게 됐다.

2019년 한일 양국 무역 갈등이 터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일본 사업은 시작과 동시에 고꾸라졌다. 이 대표는 "매출은 1년만에 30~40% 하락했고, 신사업은 기대만큼 성과가 안났다"며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이슈로 인한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2019년 영업손실 36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46억원, 2021년 94억원까지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 대표는 "리스크 분산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고, 200억원 투자금을 바탕으로 1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생존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스킨1004' 동남아시아 진출 △인플루언서 협업 조인트벤처(JV) 설립 △미국향 치약 브랜드 론칭 △어니스트컴퍼니 독점 수입 계약 △식품 브랜드 론칭 △글로벌 플랫폼 피보팅(사업방향 전환) 등을 진행했다. 차세대 '캐시카우'를 찾기위한 노력이다.

다행히 성과를 내는 프로젝트가 여럿 생겼다. 먼저 스킨1004는 글로벌 캐시카우 브랜드로 우뚝 섰다. 동남아시아와 미국에서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동남아시아 매출은 2019년 2021년 160억원으로, 미국은 2020년 15억에서 2021년 53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2021년 뷰티 플랫폼 '우마'는 중국향에서 글로벌향으로 피보팅이 이뤄졌다. 2021년 19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이 대표는 "2021년 대비 올해 20배 이상 매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08개국에서 약 3만명의 바이어를 보유하고 있다.

비투링크는 2022년 7월 사명을 '크레이버'로 변경하고 뷰티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탈바꿈했다. 스킨1004와 우마 외에도 색조 브랜드 '띰(thim)', 신소재 기업 'SR 바이오텍' 등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덕분에 빠르게 실적이 개선돼 2022년 매출 456억원과 영업이익 18억원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신규 재무적투자자(FI)로 맞이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스킨1004를 적자일 때 인수해서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시킨 성공사례에 기반해 강점이 있는 로컬 뷰티 브랜드를 글로벌 차원으로 육성하는 것에 집중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며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신소재 개발 기업을 인수해 고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 '이데넬'을 론칭하는 등 새로운 도전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민: '글로벌 1등' K-뷰티 애그리게이터 도약

비 온 뒤 볕이 든다. 재도약에 성공한 크레이버는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스킨1004·이데넬·띰·좀비뷰티·커먼랩스 등 5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2023년 총매출액은 930억원으로 전년대비 203%, 영업이익은 10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599%의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특정 국가나 품목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및 동남아, 유럽, 중동, 북미 등 모든 대륙에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88% 수준이다. 특히 미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며 성과를 냈다.

크레이버 올해 1분기 매출은 447억원으로 전년동기(147억원) 대비 3배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7억원으로 전년동기(25억원) 대비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스킨1004 매출은 전년동기(116억원) 대비 216% 증가한 367억원, 영업이익은 284% 성장한 100억원이다.

이 대표는 "올해 1분기에는 북미·유럽 지역에서만 작년 동기 대비 297% 늘어난 1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 외 국가들에서 큰 성장폭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시련과 굴곡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졌다"며 "이젠 더욱 큰 꿈을 갖고 도전할 차례"라고 말했다.

우선 스킨1004는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로 키우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라비', '라로슈포제' 등 전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초 브랜드가 있다"면서 "스킨1004는 글로벌 매스 브랜드가 되기 직전이라고 생각하고, 100년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우마는 글로벌 1위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이 대표는 "2021년 본격 론칭한 우마는 후발주자로서 빠르게 점유율을 키워왔다"면서 "국내 1위 업체 실리콘투(시가총액 약 2조5000억원)에 비견가는, 혹은 그 이상의 채널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 하이엔드 K-뷰티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 대표는 "SR 바이오텍이라는 뷰티 신소재 회사를 운영 중"이라며 "한국이 안해본 영역. 초고가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를 우리가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향후 목표: 올해 '매출 5000억·영업익 1200억' 목표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크레이버의 각오는 남다르다.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내 송별회 당시 발표한 올해 매출 목표는 2500억원"이라며 "지금 같은 성장세로는 2배 이상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사업적으로 영감받는 인물은 따로 없다고 한다. 다만 본인이 설립하고 경영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원하는 수식어는 있다. 이 대표는 "뷰티 시장에 실현되지 않은 기회들을 현실화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며 "업계 최고 인재가 모여있는 만큼 못할게 없다"고 말했다.

1세대 K-뷰티 기업으로서 쌓아온 경험들이 자신감의 배경이 된다. 이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기 쉽지 않다"면서 "지금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미국에서 인기 많은 브랜드의 대다수는 1세대 기업 손에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잔잔한 물결 속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기업이 파도타기를 통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는 것"이라며 "10년 전부터 꾸준히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며 도전해온 크레이버가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1등 K-뷰티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 대표는 "같은 영역에서 두 번 성공한 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스킨1004, 우마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운이 아닌 실력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크레이버는 미국, 동남아, 중국, 유럽, 일본 등 전세계 90여국에서 고르게 매출을 내고 있다. 한국·중국·미국에서 5개 오피스(서울, 성남, 일산, 상하이, 캘리포니아)를 운영하며 물류거점(인천, 구로, 일산, 상하이, 캘리포니아, 인도네시아)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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