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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Profile/비주얼]허세일 대표 "주얼리계 넷플릭스 꿈꿔…유니콘 도전"2017년 아몬즈 창업, 누적 220억 펀딩…일본 사업 고삐, 올해 매출 비중 33% 목표

이영아 기자공개 2024-06-03 08:17:24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9일 09: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얼리 역사는 뿌리 깊다. 인류(크로마뇽인)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기 위해 치장한 것을 주얼리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35만년 전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세계 최초 명품 주얼리 하우스 '쇼메'가 1780년에 설립된 것을 감안해도 수백 년의 역사다. 재밌는 점은 뿌리 깊은 역사만큼이나 변화가 느리다는 점이다.

허세일 비주얼 대표(사진)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주얼리 산업 혁신을 꿈꿨다. 모든 산업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로 변화의 물결을 맞고 있는 가운데, 주얼리 산업은 여전히 오프라인 거래가 중심이 됐다. 일일이 발품을 파는 것에 익숙지 않다면 쇼핑이 순탄치 않다는 이야기이다. 인디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비주얼은 파편화된 주얼리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 '아몬즈'에 모았다.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주얼리의 가격·소재·디자인 등 요소별로 고객 선호도를 세분화해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디자이너에겐 새로운 형태의 판매채널이 됐고, 소비자는 다양한 브랜드를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아몬즈는 로컬 브랜드를 전세계에 소개하는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지향하며, 유니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창업 스토리: '금은방' 혁신 꿈꾼 창업 꿈나무

1985년생인 허 대표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창업을 꿈꿨다고 한다. 그의 꿈은 미국 유학길에 오르며 구체화했다.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에서 국제학을 전공하며 벤처 생태계에 눈을 떴다. 한국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 같은 굵직한 기업이 탄생하자 더욱 관심이 갔다.

막연한 창업의 꿈을 가슴에 품은 채 허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에 나섰다. 행선지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KT와 IBM에서 클라우드 업무를 맡으며 기술적 역량을 다졌다. 특히 IBM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프로그램을 스타트업에 제공해주는 업무를 담당하며 창업 생태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이어갔다.

진지하게 창업 아이템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기존 시장을 기술로 혁신할 수 있는 그림을 구상하던 중, 주얼리 시장이 떠올랐다고 한다. 허 대표는 어릴 때부터 금, 은, 다이아몬드와 가깝게 지냈다. 부모님이 서울 종로에서 귀금속 매장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외가 가업은 주얼리를 미국에 수출하는 일이었다.

허 대표는 "당시 결혼을 앞둔 친구들이 예물 정보를 종종 물어보곤 했는데, 시장의 페인포인트(결핍)를 발견했다"면서 "모든 산업에 IT 기술이 접목되는 변화가 있었는데, 주얼리 산업 만큼은 예외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거래되고, 높은 객단가 대비 정보 불균형도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주얼리 시장에 IT를 접목해 혁신해보자는 목표가 생겼다. 2017년 비주얼을 창업했다. 허 대표는 "예전에는 누가 원석 채굴권을 갖고 있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면서 "원석 채굴이 안정화된 지금은 유통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통을 잘 하는 곳이 '키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 터닝 포인트1: 예물 정보 서비스→주얼리 테크 플랫폼

예물 매장 비교 검색 서비스로 첫 발을 뗐다. 종로나 강남 같은 주얼리 매장이 집단으로 형성된 지역에서 발품을 줄일 수 있도록 매장과 구매자를 연결하는 사업이었다. 허 대표는 "사업을 전개하다 보니, 주얼리 시장에서 '예물 정보'를 얻는 것 보단 '온라인 구매' 수요가 훨씬 높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2018년 '아몬즈' 서비스로 확장했다. 주얼리 판매자(셀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자유로운 주얼리 판매가 이뤄졌다. 고가의 소재와 기존 브랜드 중심에서 가성비 소재 및 개성 있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쪽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아몬즈 플랫폼이 입소문이 나자 재무적투자자(FI) 러브콜도 이어졌다.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비주얼은 지난 2019년 IMM인베스트먼트와 F&F, 코오롱, 화이인베스트먼트, 아이디벤처스 등으로부터 43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앞선 프리 시리즈A 라운드에는 캡스톤파트너스가 참여했다.

플랫폼 고도화 측면에서 가장 주력했던 것은 '주얼리를 정의하는 것'이었다. 비주얼은 '2만원 이상 실버 소재'부터 주얼리로 정의했다. 허 대표는 "당시 악세서리와 주얼리의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던 시절"이라며 "반지 호수를 비롯해 사이즈도 규격화가 돼 있지 않아 브랜드별로 체계가 다른 것도 문제였다"고 했다.

규격화된 플랫폼을 만드는 데 공들였다. 실버와 골드, 다이아몬드 등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제품을 분류했다. 셀러 입점 절차도 강화했다. 속된 말로 '떼다 파는' 업체 보단 '직접 디자인'하는 업체를 선별했다. 공들인 제품 덕분에 구매객단가가 폭발적으로 뛰었다. 2019년 2만3000원에서 최근 13만원까지 증가했다.


◇성장 터닝 포인트2: 풀필먼트 도입, OEM·ODM 업체로 진화

사업을 전개하며 '브랜드의 성장이 곧 아몬즈의 성장'이라는 철학이 뚜렷해졌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21년 국내 주얼리 플랫폼으로는 최초로 풀필먼트(물류통합관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비주얼이 당일배송·고객 응대(CS) 등을 대행한다면 소규모 브랜드는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허 대표는 "재고관리와 물류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인기 상품은 직접 사입해 브랜드 재고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규격화된 플랫폼을 구축해 둔 덕분에 데이터가 잘 쌓였고, 이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아몬즈 플랫폼은 1500여개 브랜드, 12만개 상품(100만개 품목)이 입점해있다.

브랜드와 동반성장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과정에서 시리즈B 라운드도 완료했다. 2021년 기존 투자사를 비롯해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와 위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두나무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9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시리즈B 라운드에는 CJ온스타일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일본 라쿠텐벤처스 등 유수의 전략적투자자(SI)도 참여했다. 특히 일본 라쿠텐벤처스 투자는 비주얼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온라인 플랫폼 ‘아몬즈 재팬(amondz JAPAN)’을 운영하며 역대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중 엄선한 주얼리들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제조업자개발생산·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OEM)까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장했다. F&F ODM 작업을 진행하고, CJ ENM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스트리트우먼파이터' 반지를 제작하기도 했다. 더불어 전략적투자자 CJ온스타일의 판매 채널 내 아몬즈 브랜드관을 열고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허 대표는 "주얼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시장"이라며 "주문제작이 많고 생산원가가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곧 고객이 구매하는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플랫폼 데이터가 쌓이다보니 풀필먼트를 도입해 소품종 대량생산 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민: 글로벌 진출, '아몬즈 밸류체인' 일본까지 확장

비주얼은 국내 주얼리 시장에서 '인기 상품 발굴→입고형 전환→아몬즈 사입→아몬즈 OEM'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브랜드는 이를 통해 생산 원가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아몬즈 밸류체인을 통하면 브랜드가 자체 생산하는 것 보다 생산 원가가 10%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회사 측은 설명했다.

허 대표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몬즈 밸류체인'을 글로벌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가장 먼저 공략할 시장은 일본"이라고 언급했다.

당장 올해 목표는 한국과 일본 '크로스보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일본 고객에게 선보이는 모델을 구축해뒀다. 역으로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국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플랫폼을 확장할 예정이다. 현재 15개 수준인 일본 입점 브랜드를 올해 10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일본 덴츠사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강화할 예정이다. 일본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병행 전략을 펼친다. 이미 자신감은 붙은 상태다. 지난해 우메다 한큐백화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 1000여명이 방문했다. 올해도 일본 유수 유통 채널 입점이 예정돼 있다.

글로벌 확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시리즈C 라운드도 한창이다. 글로벌 FI·SI 중심으로 250억원 이상 투자받는 것이 목표이다. 현재 복수의 투자자들과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빠르면 8월 내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허 대표는 "해외 투자자와 같이 글로벌 교두보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매출은 전년(130억원) 대비 2.5 배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허 대표는 "상반기 실적은 목표대로 순항하고 있다"면서 "주목하는 부분은 해외 매출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3%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비주얼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다.

◇향후 계획: 2028년 유니콘 등극 "주얼리계 넷플릭스 될 것"

장기적인 청사진도 분명하다. 2028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에 등극하는 것이 목표다. 허 대표는 "12조원에 달하는 일본 주얼리 시장을 공략한 뒤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장할 예정"이라며 "한국과 구매 객단가가 비슷하거나 보다 높은 성숙한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사업적으로 영감받는 인물은 따로 없다고 한다. 다만 본인이 설립하고 경영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원하는 수식어는 있다. 바로 '주얼리 업계 넷플릭스'이다. 국가별 숨어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에 유통하는 플랫폼을 꿈꾼다.

허 대표는 "주얼리 사업은 메이저 브랜드로 키우기는 쉽지 않다"며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디자이너도 많아 새로운 형태의 판매채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 특성이 다른데, ‘데일리(daily)’와 ‘스타일’을 모두 겸비한 한국 브랜드를 전세계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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