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그룹 시총 리뷰]예견된 '캐즘' 에코프로, 현재진행형인 시장 접근성 개선 작업?양극재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상장 '막내' 에코프로머티 2대주주 블록딜 여파도
김동현 기자공개 2024-07-24 08:11:28
[편집자주]
올 상반기 그룹별 시가총액 순위는 산업 변화에 따라 요동쳤다. 삼성전자를 보유한 삼성그룹은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이차전지 캐즘,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확장 등 대내외 요인으로 SK그룹, LG그룹, 현대차그룹의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그룹을 떠받치는 핵심 계열사의 등락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룹 기업가치 상승에 함께 노력한 여러 계열사의 역할을 무시할 순 없다. 더벨이 그룹별 계열사의 상반기 기업가치 변화를 살펴보고 그 배경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2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차전지 주요 소재인 양극재의 밸류체인 전반에 사업영역을 걸치고 있는 에코프로그룹은 2023년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지주사 에코프로를 중심으로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등 전지재료 사업부문이 그룹의 자산을 불렸다.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편입될 당시 자산총액이 6조9400억원이었던 에코프로그룹은 불과 1년 만에 그 규모를 11조2200억원까지 늘리며 올해 5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룹 계열사의 공격적인 투자가 그 배경으로 꼽힌다.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과 함께 그 기업가치도 급증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기) 영향이 가시화하며 에코프로그룹 계열사 시가총액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그룹 계열사별로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나둘 시행하며 관심을 끌만한 요인을 시장에 지속 제시하고 있다.
◇피하지 못한 전기차 캐즘
이차전지 밸류체인에 들어가 있는 국내 상장사들은 올 상반기 큰폭의 기업가치 하락을 경험했다. 이차전지 셀을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23.6%)·삼성SDI(-25.0%)를 포스코퓨처엠(-28.0%), SK아이이테크놀로지(-44.1%)와 같은 소재 업체 등 10대 그룹에 속한 주요 이차전지 밸류체인 업체들은 많게는 40%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동박 업체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25.6%) 정도만 작년 말(12월28일) 대비 시총이 증가했다.
그룹 전반이 이차전지 밸류체인 사업에 걸쳐있는 에코프로그룹도 동종업계와 비슷하게 올 상반기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에코프로에이치엔(환경 솔루션 사업)을 제외한 상장 3사(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광물 투자·원재료 공급, 양극재 생산, 전구체 생산 등 그룹 이차전지 밸류체인에서 각각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1월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빼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이미 지난해 7월 최고점을 찍고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한 상황이기도 했다. 이는 비단 에코프로그룹뿐 아니라 이차전지 업종으로 분류되는 공급망 내 업체들도 비슷하다.
작년 말 17조원이 넘었던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은 올 상반기 말 12조원으로 약 30% 빠졌으며, 에코프로비엠 역시 같은 기간 28조원에서 18조원으로 30%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특히 계열 상장 '막내'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우 51.7%의 하락률로 그룹 상장사 중 가장 큰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17일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공모가(3만6200원) 대비 58.0% 오른 5만7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시총 3조9026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했다. 이후 꾸준한 주가 상승에 성공하며 올해 1월에는 시총이 16조원 규모까지 불어났다. 다만 전방시장 약세에 따른 실적 부진과 상장 전 지분을 보유하던 2대 주주(블루런벤처스·BRV)의 엑시트(자금회수) 등이 겹치며 상반기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BRV 산하 BRV캐피탈은 올해 5월과 6월, 각각 한 차례씩 보유 지분을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시장에 매도했다. 이에 따라 보유하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율이 24.7%에서 18.18%까지 낮아졌다. 블록딜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를 늘려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하며 실제 BRV의 블록딜 전후로 에코프로머티얼즈의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에코프로 액면분할 단기성과…비엠 코스피 이전상장도?
에코프로그룹 상장 4개사를 합산한 상반기 시총 하락률은 37.6%다. 시총 10조원을 거뜬히 넘던 상장사를 3곳(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나 보유했던 그룹이지만 주가 하락으로 작년 말 59조원 규모였던 합산 시총이 올 상반기 말 37조원까지 내려왔다.
이러한 부진 속에 그룹 계열사는 주주환원 성격을 띤 구조 변화를 시장에 던지며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선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해 시장 내 유통주식수를 5배 늘렸다. 보통주 1주당 액면금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해 발행주식수를 2663만주에서 1조3314만주로 확대했다.
액면분할 자체가 기업가치 상승을 보장하진 않지만 시장 내 유통되는 주식수를 늘려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연간 평균 106만7633주였던 에코프로 거래량은 액면분할 후 재상장 당일(4월25일) 604만3419주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재상장 이후 상반기 말까지 평균거래량은 150만주 수준이다.
투자 접근성 제고를 위한 그룹 차원의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에코프로비엠의 코스피 이전상장이다. 현재 그룹 내 코스피 상장사는 작년 11월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한곳뿐인데 그룹 대장주이자 대표 사업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현재 코스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코스닥 대신 코스피로 이동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책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달 초 100% 완전자회사인 에코프로글로벌 흡수합병을 완료하고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이전상장을 위한 사전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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