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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넘는 금호석유화학]주가 끌어올린 자기주식 소각 '투트랙'③2000년부터 장기 보유한 자기주식 올해부터 소각 시작

정명섭 기자공개 2024-07-26 09:00:19

[편집자주]

석유화학업계는 2019년 중국 경쟁사의 설비 확장으로 다년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제품 비중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의 화학사가 실적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예외는 아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쁘지 않을 뿐이다.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 업황이 올해 들어 개선되기 시작해 숨통이 틔였다. 더벨은 2024년을 견디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를 띄운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업황의 개선, 탄탄한 재무체력, 자기주식 소각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동안 자기주식을 매입한 후 소각하는 주주환원책을 시행해왔다. 올해는 20년 이상 장기 보유해온 대규모 자기주식의 절반을 소각하는 안까지 실행에 옮기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기조에 발을 맞추는 동시에 '조카의 난'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금호석유화학이 연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자기주식 소각은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기존 보유한 자기주식 524만8834주(전체 발행주식의 18.39%, 올해 3월 기준)의 절반인 262만4417주를 2026년까지 소각하는 안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 중 33% 수준인 87만5000주가 소각됐다. 시가로 1290억원어치다. 소각 기한이 2026년임을 감안하면 자기주식 소각 속도나 규모가 빠른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하나는 자기주식을 추가 취득해 소각하는 안이다. 오는 9월까지 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추가 매입해 소각하는 안이 지난 3월 발표됐다. 올해 상반기 중 금호석유화학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과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16만4817주다. 주당 평균 취득단가는 14만3593원으로 총 237억원 규모다. 목표치의 47.4% 수준이다.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나타낸 건 아무래도 전자인 기보유 자기주식 소각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장기 보유해온 대규모 자기주식에 손을 댄 건 2000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현재 소각이 진행 중임에도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자기주식은 468만4451주로 여전히 많다. 전체 발행주식의 16.93%다.


지분구조가 취약한 금호석유화학 오너가 입장에서 자기주식 보유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박준경 사장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각각 7.37%, 7.89%다. 박 회장의 장녀 박주형 부사장 지분(1.08%)을 합쳐도 16.34%에 불과하다.

반면 2021년 조카의 난을 일으킨 박철완 전 상무의 지분은 9.39%다. 박 회장과 박 사장의 개별 지분보다 많다. 박은형씨, 박은경씨, 박은혜씨 등 박 전 상무의 세 누나들이 보유한 45만7200주를 더하면 박 전 상무 측의 지분은 11.04%다.

박 전 상무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2002년 박 전 회장의 별세로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상속받았다. 그는 2020년 5월 금호석유화학 정기인사에서 박준경 사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할 당시 본인은 승진 명단에서 제외된 데 반발해 이듬해 스스로를 사내이사로 추천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안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에 나섰다. 박 회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툰 '형제의 난'이 벌어진 지 약 10년 만이었다.

2021년 정기주총은 박 회장의 압승이었다. 박 전 상무는 2022년 주총에서도 배당 수준과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등을 놓고 금호석유화학과 다시 표 대결을 벌였으나 패했다. 올해도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사내이사·사외이사 추천, 배당정책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담은 주주제안에 나섰으나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이 자기주식을 전량 소각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아직 남아있는 한 자기주식을 모두 정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투자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기주식은 우호세력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된다.

금호석유화학은 공식적으로 "자기주식을 재무적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택지 중 하나로만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재무건전성 약화에 대한 대비, 인수합병(M&A) 등의 용도로 자기주식을 활용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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