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스타트업 견문록] 포항이 키운 에이엔폴리, 글로벌 소재사 도약 꿈꾼다①친환경 나노셀룰로오스 개발, 경쟁사 대비 기능 우수…공장 이전 준비 '한창'
포항(경북)=이기정 기자공개 2024-07-29 08:11:56
[편집자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가운데 67%가량이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않다. 과거 섬유 등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대구·경북(TK) 지역은 전통 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최근 인공지능,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등장했다. 더벨이 지역 벤처 생태계 발전에 힘쓰고 있는 투자사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가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4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친환경 소재 기업 '에이엔폴리'는 포항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포항지식산업센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센터는 포항시가 바이오 특화 지역으로의 도약을 목적으로 만든 스타트업들의 거주 시설이다. 에이엔폴리와 함께 다양한 바이오 기업들이 꿈을 키워가고 있다.에이엔폴리는 포항공대(포스텍) 교원이 창업한 기업으로 플라스틱과 합성 고분자를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나노셀룰로오스'를 개발하고 있다. 2017년 포항시에 자리를 잡은 후 지역 기관과 투자사의 도움으로 소재 개발을 마치고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수도권에서도 어렵다는 소재 개발을 지역에서 성공하면서 이미 국내 여러 대기업과 사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적이면서도 기능적으로 우수한 소재 역량으로 다양한 산업군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투자사들은 회사의 제품이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다면 시장에 큰 파급력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활용해 신소재 개발, 다양한 산업군에 활용 가능
지난달 에이엔폴리의 투자사인 인라이트벤처스와 함께 회사의 본사를 찾았다. 2021년 만들어진 지식산업센터는 새 것 그대로의 외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공실 없이 빽빽하게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해외 일정을 진행 중인 노상철 대표를 대신해 마중을 나온 최인혁 생산제조팀 팀장과 내부 시설을 둘러봤다.
에이엔폴리는 공정 별로 공간을 분리하고 있었다.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시설부터 연구개발(R&D), 경영지원실 등을 순차적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회사는 3층과 4층, 6층 등 총 3개 층에서 7개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공정을 모두 둘러보고 회사가 개발 중인 나노셀룰로오스 복합소재 펠릿(알갱이)을 실제로 접할 수 있었다. 펠릿은 에이엔폴리가 식물원료를 추출해 만든 일종의 중간재다. 향후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필름이나 자동차 범퍼 등 다른 형태로 재탄생한다. 아직은 실제 적용 사례는 없지만 여러 기업들과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바이오매스인 왕겨, 해조류, 커피찌꺼기, 율피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함에도 기존 소재와 비교해 높은 열안정성과 내구성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에이엔폴리의 소재를 사용하는 기업은 제품의 기능을 높이면서 ESG 성과도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롯데와 효성 등 국내 소재 기업들이 이미 에이엔폴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소재가 식품 포장재부터 바이오 의료, 자동차, 전자기기, 이차전지 등 플라스틱이나 고분자가 사용되는 영역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주목하고 있다.
◇경북 기반 투자사들 베팅…인라이트벤처스 "양산 시작하면 파급력 충분"
에이엔폴리는 성장 과정에서 지역 유관 기관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돼 다양한 연구개발 지원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포브스 아시아 100대 스타트업 선정되고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투자는 현재까지 총 4차례, 190억원을 유치했다. 마지막 투자 라운드는 시리즈A 브릿지다. 경상북도 및 대구 지역과 연관이 깊은 포스텍홀딩스, 포스코기술투자, 인라이트벤처스 등이 주요 투자사다. 또 소재 개발 관계사를 둔 효성벤처스와 롯데벤처스가 전략적투자자(SI)로 합류했다.
이중 인라이트벤처스는 에이엔폴리에 3차례 투자를 진행했다. 회사의 사업 아이템에 매력을 느껴 첫 투자를 했고 소재의 안정성을 빠르게 확보하는 모습을 보며 팔로우온 투자에 나섰다.
투자를 주도한 조영호 인라이트벤처스 수석팀장은 "기존 플라스틱과 합성물질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고 있었는데 우연하게 에이엔폴리를 만나게 됐다"며 "나노셀룰로오스의 물성만 확보된다면 충분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재 산업 특성상 오랜기간 검증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에이엔폴리의 연구개발 능력을 믿었다"며 "차근차근 성장 단계를 밟아가면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지역 기업이 지역 기반 투자사들의 도움으로 소재를 개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조 팀장은 "포스텍 교원 창업 기업이 190억원 투자를 받아 지역에서 양산 공장을 짓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이 자체만으로도 다른 지역 기업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200억 시리즈B 추진, 2027년 기업공개 목표
에이엔폴리는 스케일업을 위해 포항시에 신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10월 착공을 시작해 내년 말에는 본사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앞서 시리즈A 브릿지에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해 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도 넉넉한 편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고객사를 확장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시리즈B를 추진할 계획이다. 투자액은 약 200억원가량을 고려하고 있다. 이후 글로벌 진출에 성공해 2027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이다.
노상철 대표는 "회사는 글로벌 톱티어 나노셀룰로오스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우수한 인력과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균일하고 재현성 있는 소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소재가 글로벌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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