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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모니터]LG화학, '빅파마 노리는' 생명과학 R&D 베팅의 비밀2024년에만 4000억 지출 예고, 그럼에도 글로벌 무대선 '평이한 수준'

최은수 기자공개 2024-08-12 08:02:08

[편집자주]

이익을 확대하려면 수익(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 중 경기침체 국면에선 많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 시장 수요가 줄어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돈을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THE CFO가 기업의 비용 규모와 변화, 특이점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5일 15:2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 성장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LG화학의 '넥스트'는 무엇일까. 차기로 꼽던 에너지솔루션은 분사했고 이제 남은 사업 부문과 ABC로 요약되는 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에 미래가 있다. 현재 LG화학의 미래를 위한 투자와 직결되는 R&D 비용 쓰임새를 보면 지금은 바이오 즉 생명과학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단 걸 알 수 있다.

국내 산업에 초점을 두면 생명과학을 향한 이 막대한 비용 지출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야를 글로벌로 돌리면 실마리가 보인다. 지금은 빅파마들이 '조단위로 R&D에 베팅'하는 무대로 올라서기 위한 인내의 시간인 셈이다.

◇넥스트 '생명과학'에 연간 4000억 R&D 베팅 예고

LG화학이 올해 2분기까지 지출한 전체 R&D 비용은 약 5540억원이다. 이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2240억원을 바이오 및 생명과학 R&D를 위해 썼다. 개별 사업부문을 놓고 봐도 생명과학에 지출한 규모가 가장 크다. 60%에 해당하는 3300억원을 석유화학(1210억원), 첨단소재(1160억원), 팜한농을 포함한 공통 영역(930억원)에 안분했다.


그간 LG화학 내부에선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의R&D 비용 지출 규모가 가장 컸다. 다만 에너지솔루션은 2020년말 분사했다. 이후 이 R&D 지출 '왕좌'의 자리를 생명과학부문이 이어받았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국내 전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에서 2000억원이 넘는 R&D 비용을 베팅한 곳은 LG화학 생명과학본부뿐이다. 생명과학사업본부가 LG그룹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전초기지인점을 고려해도 규모가 적지 않다.

애초에 LG화학에서 생명과학본부가 차지하는 매출 기여도는 한자릿수에 그친다. 세부적으로 2023년 생명과학 사업본부의 매출은 1조2000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빼더라도 전체 매출 55조2500억원의 5.6% 수준이다. 이 점을 두루 고려하면 전적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섰다는 의미다.

LG화학이 2017년 모체 LG화학으로 회귀를 결정한 후 수 년 째 이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최근엔 규모를 늘렸다. 흡수합병 후 LG화학이 생명과학에 투입한 R&D 비용은 1조원을 넘었다.

물론 다른 사업부문보다 퍼실리티 확충 등을 위한 자본적지출(CAPEX)은 적다. 그러나 2022년 미국 바이오텍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하기 위해 약 8000억원을 쓴 걸 고려하면 이 역시 상쇄가 가능하다. 이미 지금까지의 투자만으로도 자회사 시절 감당할 수 있는 추이를 넘었다.

◇'스코프'를 해외에 맞추면…

여전히 LG화학은 생명과학본부의 R&D 지출을 두고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액을 늘리겠다는 대외 메시지도 내놓는 등 전향적인 모습이 이어진다. 국내를 기준으로 보면 매우 공격적이다. 지출 추계도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스코프'를 해외로 돌리면 일종의 착시가 사라지고 생명과학을 앞세워 '분투'하는 LG화학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LG화학이 반기에 쏟아부은 2000억원의 R&D 비용은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소화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시야를 해외로 돌리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빅파마들의 'R&D 필터'에 대입하는 순간 LG화학의 R&D 비용 지출 규모는 아예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2023년말 기준 가장 많은 R&D 비용을 투입한 기업은 미국의 MSD(Merck & Co)다. 2023년 약 305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42조원을 R&D 예산으로 책정했는데 이를 모두 소진했다. 기업 간 협업과 M&A 등으로 발생한 일시 비용을 제외한다 해도 지출액은 136억 달러, 한화로 20조원에 근접하는 규모다.

체급차에 따른 미스매칭이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살펴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G화학 생명과학부문은 연간 벌어들인 돈의 30% 가량을 R&D에 재투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베팅 역시 글로벌 무대에서 올려주고 잣대를 겨누면 순식간에 '평이한' 수준으로 전락한다.

앞서 1위 자리를 차지한 MSD는 2023년에만 601억 달러를 벌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돈을 R&D에 썼다. 2위부터 5위에 자리한 빅파마 역시 매출액의 평균 21% 즉 10조원 이상을 R&D에 투입했다. 적어도 빅파마의 위명을 유지하고 있는 각 기업들은 국내 기준 '어마무시한' R&D 투자를 수십년 이상을 이어오면서 지금의 지위를 다져왔단 뜻이다.

종합하면 만일 LG화학이 2017년 LG생명과학을 흡수하지 못했다면 '빅파마 리그를 향한 도전' 자체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흡수합병 전 LG생명과학은 외형만 놓고 보면 중형급 국내 제약사였다. 약 5000억원의 매출액에 10%에 약간 못 미치는 영업이익률을 냈다. 조 단위가 아니라 천억원 단위의 R&D 비용 지출조차 꿈꾸기 어려웠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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