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캐즘' 돌파 전략]포스코퓨처엠, 기대주 '음극재' 성과 시기는⑦아쉬운 '흑연 FEOC 2년 유예'…생산능력 목표치 낮추고 내실경영 돌입
정명섭 기자공개 2024-08-12 10:49:47
[편집자주]
멈춤 버튼이 없을 것 같았던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암초를 만났다. 2023년 들어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와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부진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여파는 국내 배터리 업계로 향했다. 합작투자가 무산되거나 지연되거나 생산기지 확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단기적 부진일까 아닐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K-배터리는 당장 눈앞의 보릿고개를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더벨은 전기차 '캐즘' 속 배터리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소재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다. 이 중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한다. 하나의 품목을 취급하는 다른 배터리 소재 기업들과 가장 큰 차이다. 2010년에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를 인수합병하면서 소재 포트폴리오가 확대됐다.양극재의 경우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LG화학, 코스모신소재 등과 경쟁관계에 있다. 음극재 부문에선 상황이 다르다. 국내에는 경쟁사가 없다. BTR, 샨샨, 즈천과기 등 중국 기업들이 주요 음극재 기업들이다.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의 글로벌 음극재 시장점유율은 2.1%로 10위였는데, 1~9위 모두 중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하면 80.7%에 달한다.
역으로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포스코퓨처엠이 독보적인 음극재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시장에선 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토대로 해외우려국가(FEOC)에서 핵심 광물을 조달한 전기차에 보조금(최대 7500달러)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 관할에 있는 기업이 FEOC에 포함된다.
당초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내년부터 이를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음극재는 예외적으로 2027년 적용으로 유예 기간을 뒀다.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산 음극재와 흑연(음극재 원재료)을 배제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비중국산 음극재 수요를 기대하던 포스코퓨처엠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기존 음극재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외 다수 기업으로부터 음극재 공급 요청을 받아왔다. 그러나 잠재 고객사들은 당분간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음극재를 사용할 수 있게 돼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단기적인 매력도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부문이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크다. 올 상반기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매출은 99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수치다. 2분기 천연흑연 음극재 실적은 양호했으나 인조흑연 음극재와 재공품 평가손실 186억원이 인식돼 음극재 실적이 15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월부터 인조흑연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직 가동 초기인 데다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 고정비 부담이 높은 편이다. 투자업계는 생산라인 안정화와 경쟁사와의 원가 격차 등을 고려하면 인조흑연 부문이 당분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에 맞춰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일부 조정한 상태다. 2026년 기준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치는 44만5000톤에서 39만5000톤으로, 음극재는 22만1000톤에서 11만3000톤으로 내렸다. 기존 설비 확대 타임라인을 1년 정도 늦춘 셈이다. 전구체 생산능력 확충 계획 또한 2026년 연산 24만톤에서 21만5000톤으로 변경했다.
다만 2030년까지 '양극재 100만톤, 음극재 37만톤'이라는 중장기 목표는 유지했다. 2027년부터는 기존 계획대로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극재, 음극재 생산능력 확장에 관한 투자는 바인딩 계약 물량을 기반으로 한다. 수익이 보장된 투자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투자 계획을 바꾼 건 고객사 중 일부가 생산·투자 계획을 변경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포스코퓨처엠의 주요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얼티엄셀즈(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 JV)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설비 투자 계획 일부를 연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설비 증설 속도를 늦추면서 기존 유휴 생산설비의 활용도를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배터리 업계가 외형성장보다 수익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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