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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의 생존전략]제4이통사 실패, 초기 MVNO 시장 사례 '데자뷔'①추진 배경부터 재무적 열세까지…스테이지엑스 좌초 유사

최현서 기자공개 2024-08-16 13:05:01

[편집자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업자 할당 취소를 확정했다. 이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카드로 알뜰폰이 지목된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의 현실은 차갑다. MNO에서 MVNO로 번호를 이동하는 가입자가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사업자들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어 시장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레드오션이 되어가는 알뜰폰 시장의 현주소와 플레이어들의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08: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4이동통신사업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스테이지엑스의 꿈이 좌절됐다. 정부의 제4이통사 선정 실패 사례는 이로써 8건으로 늘어났다.

제4이통사 추진 배경에는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가 있었다. SKT, KT, LG유플러스 3개사가 요금제 경쟁으로 점철되는 이용자 확보 경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정부가 원했듯 통신3사에 견제구를 던지고 있던 곳은 가상 이동망 사업자(MVNO), 즉 알뜰폰 사업자였다. 알뜰폰 시작 배경과 충분한 재원 미확보라는 알뜰폰 시장의 초창기 실패 사례는 스테이지엑스의 꿈이 물거품된 이유와 닮아있다.

◇다소 늦었던 MVNO의 시작

2004년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MVNO 전담반을 구성했다. 연구 끝에 MVNO가 지금의 '알뜰폰' 개념으로 도입된 건 2010년 3월이다.

MVNO 국내 도입은 늦은 편이다. 세계적으로 맨 처음 MVNO를 연구하던 때는 1990년대였다. 당시 유럽의 각국 정부는 통신 시장 활성화를 노리고 있었다. 한 사업자가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그 주파수는 온전히 해당 사업자의 것이었다. 무선 통신에 적합한 주파수는 유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신 시장은 과점 형태를 띄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VNO 개념이 떠올랐다. 기지국, 무선 전송 장비 등을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빌리는 대신 가입자 관리 등은 MVNO 사업자가 스스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비(CAPEX)를 비롯한 마케팅 비용 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요금도 내려간다. MVNO 요금제가 이동통신사업자 대비 저렴할 수 있던 기본 원리로 작용했다.

알뜰폰 사업 구조 /출처=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연구 끝에 1999년 영국의 버진 모바일이 MVNO의 닻을 올렸다. 서비스 1년 만에 50만명 가입자 유치에 성공했다. 성공 사례가 나오자 다른 나라들도 MVNO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2003년 4월부터 MVNO를 시작했다.

지구 반대편의 성공 사례가 국내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의 MVNO 개념과는 좀 달랐다. 2004년 3월 에넥스텔레콤이 KT프리텔(현 KT)과 별정 재판매 계약을 맺었다. 특정 단체나 집단의 수요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가령 에넥스텔레콤은 2006년 순복음 전용 특수 브랜드폰인 '순복음 M폰'을 내놓았다. 3G 무선망을 통해 복음 관련 콘텐츠를 핸드폰에 다운받는 서비스였다.

◇초기 알뜰폰 부진 이유 '총알 부족'

2010년 국회가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를 신설하며 MVNO의 신호탄을 쐈다. 전기통신서비스 재판매와 망 도매 제공이 골자다.

MVNO 시작 1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MVNO 시장이 유망하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나서는 플레이어가 없었다. 새 경기장은 만들어졌는데 트랙을 달리는 선수들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2012년 MVNO 대신 국민 공모를 통해 뽑은 '알뜰폰'이라는 단어도 적용해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알뜰폰과 로고 설명/출처=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당연한 결과였다. 정부는 통신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인프라 구축이라고만 여겼다. 실상은 달랐다. 정상적인 통신 서비스를 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었다.

일단 단말기를 대규모로 들여와야 했는데 MVNO 사업자들은 그럴 재력이 없었다. 보조금 경쟁을 하려고 해도 결국 통신3사와 게임 자체가 안 됐다. 멤버십 혜택, 부가 서비스 제공 등도 '쩐의 전쟁'의 연장선이었다.

통신3사가 거대 사업자긴 했지만 MVNO 사업 영위를 위한 최소 조건도 너무 낮았다. MVNO는 법률 용어로 '별정 4호 사업'으로 정의됐다. 별정 4호 사업을 하기 위한 조건은 △30억원 이상의 자본금 △기술계 3명 이상의 인력 △기능계 2명 이상의 인력이다. 2011년 기준 SKT(12조7327억원) ,KT(12조5378억원), LG유플러스(3조8594억원) 자본금과 비교하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수준이었다.

결국 알뜰폰 시장은 '빅 플레이어'들이 부양시켰다. 2012년 1월 CJ 계열사였던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이 알뜰폰 시장 참전 의사를 타진했다.

CJ헬로비전은 영세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하지 못했던 CJ ONE카드 결합과 같은 멤버십 혜택을 제공했다. 단말기는 삼성전자, 팬택 등의 전년도 플래그십 모델로 제공했다. 통신3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마케팅비를 쏟아 부은 것이다. 이를 통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출범 3년 만에 150만명을 넘길 수 있었다.

◇'8번째 도전 좌절' 제4이통사 실패 사례 속 기시감

최근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선정 실패 과정은 초기 알뜰폰 시장의 부진과 비슷하다. 일단 추진 배경부터 유사했다. 정부는 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이통사 선정에 돌입했다. 이미 7번의 선정 실패를 겪은 뒤였다.

재무적 규모를 크게 따지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다. 정부는 그동안의 제4이통 선정 실패 배경으로 재정적 허들을 꼽았다. 인프라 구축 등에 조단위 비용이 드는데 이를 충당할 수 있는지 여부에 집중하다보니 제4이통사 선정에 실패해왔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그 허들을 낮추기 위해 2019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다. 스테이지엑스의 재무 건전성도 평가하지 않았다. 스테이지엑스의 누적 결손금은 지난해 기준 2044억원에 달하는 상태였다. 현금·현금성 자산은 28억원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이나 제4이통사 선정이나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목적을 가진 건 똑같다"며 "초기 알뜰폰 시장이 겪었던 어려움을 잘 파악했어도 허무하게 제4이통 선정이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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