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07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속 도르마무는 닥스의 적이지만 명장면 덕에 '반복 속에 갇힌 상황'을 지칭하는 유행어가 됐다. 닥스는 지구를 침략한 도르마무에게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며 찾아간다. 도르마무는 닥스를 처단하고, 닥스는 시간 되감기 능력을 활용해 도르마무가 지구를 떠날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온다."부족하면 몇 번이고 정정을 요구하겠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말은 도르마무를 떠올리게 한다. 대상자는 두산그룹이다. 두산은 7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는 기업구조 재편안을 내놨다. 시장과 감독기관의 반응이 좋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합병 비율에 의문을 품었고 감독기관은 주주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봤다.
금감원은 정정신고서를 요구했고 두산은 보름 만에 답변서를 내놨다. 금감원의 권고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방향성은 같았지만 부연 설명이 빼곡히 적히며 분량이 늘었다. 정정을 요구할 때부터 합병 비율 수정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게 골자였다. 직후 나온 금감원의 대답은 '만족할 때까지'.
허심탄회하게 보자면 두산이 부족한 바가 많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회고했다. 최근 관계자들과의 자리에서는 재편을 대하는 그룹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 재편을 준비했던 다른 그룹은 발표 전 한동안 스터디를 거치거나 주주 이해를 위한 컨설팅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도 반발이 나왔다.
두산도 준비가 없지 않았으나 시장반응을 보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에 대한 설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요지는 '두산이 왜 주주들의 이해를 자신했을까'에 대한 아쉬움이다.
다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한 번쯤 더 면밀히 생각해 봐도 좋지 않을까. 주주이익 하락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리밸런싱 차원에서다.
두산에너빌리티에게 두산밥캣은 알짜 수익원이지만 각자 영위하는 사업의 색채가 다르다. 사업적으로만 본다면 밥캣이 에너빌리티에서 로보틱스로 이동하는 게 놀랄 일은 아니다. 에너빌리티도 원전 르네상스를 맞은 지금이 물 들어오는 시기다.
물론 설득에 성공한 뒤 이 시너지를 증명하는 건 두산의 몫이다. 이해받지 못한 책임이 무겁다.
금감원은 주주설명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행한 두산에게 다시 반려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몇 번이고 다시'라는 조건을 달기 위해서는 그 충분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닥스의 타임워프가 응원을 받은 건 기준이 확실해서다.
주주설명인지, 비율에 대한 불만으로 아예 저지하겠다는 의미인지 안갯속인 상황에서 신고서가 반려되면 내달 임시 주주총회는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선택의 주체는 금감원도 강조한 주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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