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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이차전지사는 지금]'중복 상장' 극복한 필에너지, 공모자금 유입으로 재무 청신호①상장 직후 순손실로 전환 불구 수주잔고 '우상향'

박완준 기자공개 2024-08-19 11: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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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은 '캐즘'이라는 단어와 직결된다. 지층 속 단절된 공간이 마치 새로운 첨단 제품이 나올 때의 시장 확산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말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 이차전지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 이차전지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필에너지는 2020년 디스플레이 공정장비 제조사 필옵틱스에서 이차전지 등 에너지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법인이다. 이차전지 제조공정 중 가공된 탭을 분리막 사이에 두고 겹겹이 쌓는 '스태킹 공정' 설비가 주요 제품이다.

필에너지는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이차전지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특히 삼성SDI가 필에너지의 지분 14.12%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는 등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스태킹 장비를 삼성SDI와 공동개발 했을 뿐 아니라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수주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험난한 상장 과정…캐즘에 당기순이익 '적자 전환'

필에너지는 상장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2022년 초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모회사와 자회사 중복 상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불거지면서다. 미래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할해 증권시장에 상장시키는 것은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에 정부도 규제안을 마련했다.

필에너지는 자회사 상장을 결정한 기업 중 유일하게 강화된 심사에 도전했다. 2022년 10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지 약 7개월 만에 승인을 받았다. 모회사 필옵틱스가 필에너지 상장 후 2년간의 현금배당 규모와 필에너지 주식 현물배당,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등 총 22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실시하기로 하며 상장 승인을 얻었고, 지난해 7월 14일 상장했다.

필에너지는 기업공개(IPO)로 956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이차전지 설비 제조 전용 공장에 자금을 투입하고, 차입금 상환과 원재료 매입에도 투자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변곡점을 넘어설 때를 대비해 내실을 다지는 것을 목표했다.

필에너지는 레이저 노칭과 스태킹 공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일체형 설비 생산에 주력한다. 해당 공정을 일체화하면 스태킹을 풀어주는 공정이 생략돼 효율적이고, 정밀도도 약 20% 올라간다. 레이저 노칭·스태킹 일체형 설비는 삼성SDI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필에너지는 상장 직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967억원, 영업이익은 153억원, 순이익은 -64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3.6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9% 줄고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앞서 필에너지의 매출은 2020~2022년 사이 201%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2022년 1년 만에 128% 증가한 바 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의 캐즘 때문이다. 특히 핵심 고객사 삼성SDI의 실적이 줄어든 부분이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올 1분기 매출 5조1309억원, 영업이익은 2694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각각 7.8%, 4.2% 감소했다.

수주잔고가 늘어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필에너지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9월 2029억원, 12월 2459억원, 올 1분기 2912억원으로 매분기 400억원씩 늘어났다.

◇부채비율 '두 자릿수' 진입…R&D 투자 확대

올 1분기 말 기준 필에너지의 부채비율은 64.6%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99.9%) 대비 335.5%p 하락한 수치다. 현금성자산도 417억원까지 쌓으며 자산총계가 2022년(1403억원)에서 2166억원으로 늘어났다.

필에너지의 재무지표가 1년 만에 강화된 배경에는 IPO를 통한 자금 유입이 꼽힌다. 필에너지는 지난해 IPO를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 956억원 중 3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세부적으로 올 1분기 단기차입금과 사채를 각각 150억원 상환했다. 이에 필에너지의 순차입금은 -183억원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필에너지는 재무 건전성을 앞세워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꾀할 계획이다. 이차전지 스태킹·노칭 설비에 국한돼 있던 매출원을 46파이 이차전지 와인더까지 확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필에너지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경쟁력 확보를 목표한다.

필에너지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46파이 이차전지 와인더는 코팅-프레스-슬리팅 등 극판 전공정을 마친 극판 릴을 원통형 배터리 형태로 말아주는 고속 장비다. 경쟁사 대비 와인딩 속도가 빠르고, 수동으로 해치를 여닫는 방식이 아닌 풀 오토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극판 얼라인먼트(정렬)의 정확도를 높인 부분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필에너지의 R&D 비용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0~2021년 10억원 이하에 머물던 R&D 비용은 2022년 78억원, 지난해 64억원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올 1분기도 총매출의 13.1% 수준인 17억원을 투자해 처음으로 전체 매출 중 R&D 투자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성과도 기록했다. 지난달 필에너지는 유럽의 한 배터리 제조사와 46파이 이차전지 와인더 공급 계약을 처음으로 체결했다. 다만 고객사명과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46파이 이차전지 와인더 첫 수주에 힘입어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의 고객사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라며 "이미 5000억원 규모의 수주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 투자를 완료하는 등 수요에 대한 준비는 끝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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