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삼성전자, '주주' 대변 사외이사 안보인다[견제기능]⑤주주추천 제도 없이 경영진·써치펌 등 추천으로 선임
원충희 기자공개 2024-09-10 08:20:06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3일 07:1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선 이사회의 오너(지배주주) 대한 견제기능이 강조된다. 지배주주에 편향된 이사회가 전체 주주를 고려하지 않고 총수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때문에 다양한 경로로 사외이사를 추천 받아 구성된 이사회를 우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삼성전자는 그런 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외국인 지분이 56%가 넘는데도 해외주주 추천을 받은 사외이사는 물론 소액주주 추천도 없다. 경영진이나 써치펌, 주요 이해관계자의 추천 등 사외이사 등용 루트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사외이사 기능 강화, 다만 추천경로는 아직 협소해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삼성전자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91점으로 산출됐다.
'견제기능' 항목은 이사회가 지배주주, 즉 오너를 견제하고 독립성을 갖춘 경영을 일궈나갈 수 있는 지를 판별하기 위한 평가 툴(Tool)이다. 사외이사 후보추천 과정과 내부거래, 감사위원회 구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보수체계 등을 살펴본다.
삼성전자는 견제기능 항목에서 45점 만점에 38점, 평점은 5점 만점에 4.2점을 받았다. 우선 외부 또는 주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감점요인이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를 확보하기 위해 상시로 잠재적 후보자를 발굴하여 후보군(pool)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문 써치펌을 사용하는 것 외에도 경영진이나 주요 이해관계자의 추천 등 다양한 루트를 활용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다만 주주추천을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한 적은 없다. 지분 56%가 넘는 외국인 주주는 물론 소액주주 추천도 받지 않았다. 국내에서 이사회 구조가 앞서있다는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의결권이 있는 주식 1주라도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라도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를 운영하거나 외국인 주주, 소액주주 추천을 받아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이에 비춰보면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아직 그 단계까지 나가진 못했다.
사외이사로만 이뤄진 회의는 자주 개최됐다. 지난해 8차례, 올해 3차례 열렸다. 주제는 가전사업부 운영 현황 보고 및 현장 답사 같은 사업부 탐방과 전임 사외이사 의장 미팅, 이사회 개선방안 및 사외이사 역할 논의 등이다. 여기서 4점을 받았다.
◇구체적인 CEO 승계정책 운영, 내부거래 전담 소위원회도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도 마련, 운영 중이다. 매년 임원을 대상으로 자격검증을 통해 대표이사 후보군을 선정, 갱신하고 이사회에 그 내용을 보고한다. 후보군은 1~2년내 즉시 보임 가능한 '레디 나우(Ready Now) 후보군'과 육성 후 3~5년 이후 보임 가능한 '레디 레이터(Ready Later) 후보군'으로 구분,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협의하여 대표이사 후보군을 선정하고 있다.
CEO 후보군으로 선정되는 고위임원을 대상으로 매년 SLP(Samsung business Leader Program) 최고경영자 양성과정을 편성해 경영전략, 리더십, 글로벌역량 등 차세대 대표이사에게 요구되는 종합 경영역량을 집중 배양할 수 있도록 기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사업경험과 업무지식 강화를 위해 직무순환 등 맞춤형 육성도 병행 중이다.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 운영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내부규정에 근거해 임원 선임이나 임원직 유지 여부를 결정할 때 법령 위반 여부와 전문 역량 및 성과, 리더십 등 회사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는 문구만 있을 뿐이라 3점이 채점됐다.
내부거래는 이사회 내부거래위원회에서 전담하고 있으며 임원 성과보수에 주당수익률 등 주주가치 지표를 반영해 산정한다. 이런 점을 감안한 각각 5점씩 부여됐다. 또 등기이사 대비 미등기이사의 보수가 과도하게 책정되지 않았다. 이는 오너 일가가 책임소재가 약한 미등기 이사로 등재하고 고액연봉을 받아가는 걸 가늠하는 문항이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등기 이사지만 무보수로 근무 중이다.
견제기능의 핵심인 감사위원회는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법규에 따라 그 중 한명 이상은 회계·재무전문가를 둬야 한다. 회계사 자격을 가졌거나 금융권, 정부, 증권유관기관 등에서 회계·재무 관련 업무 또는 이에 대한 감독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모두 5년 이상 된 이를 회계·재무전문가로 분류한다. 현재 감사위원인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후자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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