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07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크게 부진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올해도 반도체사업과 관련해 여러 루머가 돌았고 '사실무근'이라며 해명에 나서는 일이 잦았다. 비아냥 섞인 분석도 자주 마주해 큰 인내심이 요구되기도 했다.하지만 삼성전자의 저력은 여전했다. 지난달에 시장 전망을 웃도는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DS부문이 메모리사업 호조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경쟁사들과 단순 비교해도 호실적이다. DS부문의 실적은 SK하이닉스에 우위를 지켰고 2022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TSMC의 매출도 넘었다.
근심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어닝 서프라이즈'였지만 삼성전자는 들뜨지 않았다. 그 순간에 DS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누구보다 냉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적 발표 다음 날(8월 1일) 사내 게시판에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영향"이라고 차가운 평가를 내렸다.
이는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에 취임한 뒤 이어온 행보와 일맥상통한다. 그는 작년 11월 정기인사에서 초대 미래사업기획단장이 됐다. 그러다 올 5월 비정기 인사에서 DS부문장에 선임됐다. 그 후 빠르게 조직을 단속했다. 회의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경쟁력 약화를 크게 질타한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다.
전 부회장이 DS부문을 객관화해 모진 평가를 내리는 것은 그간 삼성전자 경영진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전임자는 '헤비 업로더'일 정도로 개인 SNS 등을 통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을 연일 알렸다.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는 성과가 뒷받침되지 못했기에 빛이 바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외부의 누군가에게는 DS부문장이 자신들의 현주소를 명확히 짚지 못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전 부회장은 경영자라면 다들 피하려는 노동조합 이슈에서도 나름대로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 그는 지난달 1일 노조 측과 간담회를 가졌다. 양측의 협상은 최종적으로 타결되지 못했다. 또 노조 입장에서는 한참 부족하겠다고 평가하겠지만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이 직접 노조를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올 5월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급작스럽게 선임됐을 때 일각에서 우려가 나왔다. 그의 나이에만 주목해 '올드보이'라 단정하다시피 얘기하며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나아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용인술'에 관한 의문까지도 제기됐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전 부회장은 단순한 올드보이가 아니다. 누구보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삼성맨들의 선배로서 절박함도 엿보인다. 그가 DS부문장을 하는 동안 어떤 변수가 있을지,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경쟁사가 긴장을 풀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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