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때가 아니다"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무산 셀트리온주주 반대 36.2% "주주 이익 수반 통합은 언제든 검토 가능"
차지현 기자공개 2024-08-16 17:24:14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6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트리온그룹의 상장 3사 합병 '통합 셀트리온' 출범이 무산됐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에 대한 주주 대상 설문과 내외부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한 결과 현재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지 않는 게 더 이득이라는 결론을 냈다.당장은 양사 모두 본업에 집중해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셀트리온그룹은 향후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합병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 뒀다.
◇'예고된 수순' 너무 큰 격차에 셀트리온 주주 대다수 반대 표명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양사 이사회가 현시점에서는 합병을 추진하지 않키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달 31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간 합병 타당성 검토를 위한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주 설문조사, 회계법인 외부평가, 글로벌 컨설팅사 참여 내부 평가 등을 진행했다.
양사 특별위원회가 살펴본 합병 추진 타탕성 항목은 △합병 시너지 △재무적·비재무적 위험 요소 △자금 요소 △사업성 요소 △주주의견 등 5개였다. 특히 '현시점'에서 합병 절차를 추진할 때 각 요소에 미치는 영향과 양사 주주 이익에 반하는 점이 없는지에 중점을 뒀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의 가장 걸림돌이 된 건 양사의 체급차였다. 특별위원회 집계 결과에 따르면 주주 설문조사에서 셀트리온 주주 다수는 반대표를, 셀트리온제약 주주 다수는 찬성표를 던졌다.
셀트리온 주주는 합병 여부에 대해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의 의견 비율을 보였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을 다수인 반대 의견에 적용하면 반대 비율은 최종 70.4%로 추산됐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 설문에서는 합병 여부에 대한 찬성이 67.7%, 반대 9.8%, 기권 22.6%로 나타났다.
사실 이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합병 이후 시너지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데다 두 회사의 덩치가 꽤 큰 격차를 보이는 탓에 합병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됐다. 셀트리온제약은 케미칼 의약품의 생산과 국내 판매 등을,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각자 전문영역이 다른 만큼 독립 경영이 더 낫다는 의견이 있었다.
시가총액이나 매출 등 여러 측면에서 간극이 커서 합병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우세했다. 16일 기준 셀트리온의 시총은 44조, 셀트리온제약의 시총은 3조 수준이다. 연간 매출도 셀트리온은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셀트리온제약은 4000억원에도 못미친다.
실제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낸 주주의 58%가 현재 양사 합병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21%는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반대 의사 표명 주주들은 합병을 추진할 경우 주요 선결조건으로 '합병 비율에 대한 재검토'를 꼽았다.
◇주매청 자금 재무건전성 악영향…"양사 성장 위해 본업에 집중"
셀트리온그룹은 다수 주주 의견과 뜻을 같이했다. 주주 설문조사와는 별개로 특별위원회는 회계법인을 통한 외부평가, 글로벌 컨설팅사 자문을 거친 내부평가를 진행했다. 현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는 게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보다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회계법인 외부 평가는 셀트리온제약의 사업과 주가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항체의약품 판매, 위탁생산(CMO),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 등과 관련한 성과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같은 계획이 가시화 돼야 주가 적정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합병 추진 시 예상되는 재무적 위험에 대해선 셀트리온이 가진 주식이 소멸됨에 따라 미래성장자금 활용이 제한될 것으로 봤다. 비재무적 위험과 관련해선 일부 내부거래 해소에 따른 리스크는 축소될 수 있지만 합병 법인의 영업조직 흡수에 따라 조직관리 위험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합병 진행 시 셀트리온 주주의 압도적인 반대 및 기권 의견을 고려할 때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자금 유출이 타사 및 선행된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당시의 수준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식매수청구권 자금 조달과 이에 따른 금융비용 발생으로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이사회는 현 시점에선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냈다.
셀트리온 이사회 측은 "주주 의견 청취 결과 및 특별위원회의 검토 의견을 바탕으로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하더라도 다수 주주의 반대 의견과 다양한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셀트리온제약 이사회도 셀트리온 이사회의 의견을 따른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제약 이사회는 "셀트리온 이사회에서 합병 추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현시점의 합병 추진은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해 빠른 시일 내 기업 가치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시점에서 합병 추진이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따라 향후 합병 여지는 남겨뒀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지점이다.
셀트리온 그룹 측은 "양사 이사회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양사는 이제 본업에 집중해 성장과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더 몰두할 계획"이라면서도 "양사 주주의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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